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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Jul 20. 2020

타이밍의 맙소사

타이밍을 드럽게 못 맞추는 사람의 정신승리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박자는 잘 맞춘다.


그러나 인생의 타이밍은 놀라울 정도로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론에 도달한다거나,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을 그 순간 캐치하지 못하고는 며칠 뒤 집에서 면도를 하다가 '아, 그때 그 말이 그런 뜻이었나?'라며 깨닫는 식이다.


그리하여 일이든 연애든, 나의 인생은 타이밍을 제때 잡지 못한 죄로 오만가지 애로사항을 맞이하고 있다. 차라리 끝까지 깨닫지 않으면 고통스럽지나 않지. 이미 엇박자가 되어버린 타이밍을 맞춰보려 노력해봐야 시간은 멈추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는다. 누굴 탓하리.


그런데 이런 후회를 줄여보자고 급하게 서두르면 되던 일도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덜렁거려서 뭘 하나씩 빼먹는 나는 뭔가를 빨리 해결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을 먹으면 차라리 느린 것이 나을 정도의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한 번 제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서류에 치명적인 오타를 만들어버린다거나,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낼 때 다섯 번쯤 수정한 원고를 놔두고 초고를 보내 나가서는 안 될 내용이 기사에 실려버린다거나.


내가 나의 템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니 그 사단이 나는 것일 테다.


그러니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기회들은, 내가 부족하거나 멍청해서 놓친 것이 아니라 그저 타이밍이 좋지 않아 그렇게 되었다며 핑계를 댈 수 있다. 아쉽고 분통 터지지만 정신승리를 시전 하면 마음이 조금 괜찮아진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태반이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처음부터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든 잡아보자고 바둥거렸다면 그만큼 더 어그러지지 않았을까?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것은 굉장한 우연이 겹치고 겹쳤거나, 적당히 서두르고 적당히 기다릴 줄 아는 노련한 사람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얻을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타이밍 같은 것 어지간히 못 맞추는 나는 어차피 내가 늦을 것을 인식하고 그 순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음미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깨닫기는 하니까.

그 순간이 어땠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내가 그때 어떻게 행동했고 어떻게 흘려보냈는지.




달고나 스콘

평범한 스콘에 달고나를 끼얹는 스콘. 학교 앞에서 팔던 그 달고나 맞다.


녹아내리고 있는 듯한 달고나의 형상이 마치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스콘 위의 달고나가 끈적하거나 흘러내릴 것 같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단단하게 굳어있다. 아무리 포크로 찍어도 찔리지 않는 달고나를 두드리며 '이거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거야?' 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감상 포인트.


만들 때 달고나의 타이밍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한참 끓고 있는 설탕+소다를 휘휘 젓다가 언제 불에서 꺼낼 것인지, 국자에 얼마나 퍼서 어떻게 토핑 할 것인지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달고나가 순식간에 굳어버려 예쁜 모양을 만들기 힘들어진다.


달고나를 만들고 남은 냄비의 설거지 타이밍을 놓쳐도 여러 의미에서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오븐이 식기 전에'는 빵을 굽는 10여분간 불타는 오븐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한 글입니다.

솔직히 별 내용 없습니다. 제가 생각을 안 하고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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