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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Aug 09. 2023

마케팅은 돈만 쓰는 부서 아니에요?

솔직히 맞습니다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기업에 있어 공간에 필요한 비용과 인건비, 기초적인 사업을 위한 자재비를 제외하면 마케팅 비용은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마케팅에 사용되는 비용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 과는 다른 느낌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그리하여 회사가 기울거나 뭐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마케팅 비용 삭감 또는 마케터 해고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회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마케팅에서부터 찾는 고약한 버릇이 있어요. 평소에 그만큼 챙겨주던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찌어찌 굴러가던 마케팅에 손을 대면 그보다 더 잘 안 나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케팅에 돈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낚시바늘에 아무것도 꽂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거든요. 가끔 멍청한 물고기가 낚이기는 한다지만 매우 드문 경우죠.


인건비든 광고비든, 돈을 안 쓸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효율적으로 써야겠죠.



효율을 생각할 때


위에서 마케팅 활동을 낚시에 비유했는데요. 두 분야 모두 아무 미끼나 끼고 던진다고 물고기가 낚이지는 않습니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잡히는 물고기도 다르고 물고기마다 좋아하는 미끼도 다르답니다. 엄한 미끼를 던지면서 날려버린 돈과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낚시꾼들의 데이터를 통해 축적된 바다 생태계 데이터와는 다르게, 마케팅의 바다는 매우 불규칙하며 비논리적인 흐름으로 굴러간다는 것입니다. 어제의 대세는 오늘은 먹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마케터는 실험을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 제품을 시장에 어떻게 전달해야 잘 먹히는가를 매번 새롭게 정의하고 있어야 하며 - 이것을 모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수치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결국 효율의 문제로 돌아오게 됩니다.



ROI - Return of Investment


마케팅 외에도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 글자 그대로 투자한 것(Investment)에 대한 결과값(return)을 정의하는데요. 당연히 결과/투자 라는 비율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겠죠. 단순한 문제랍니다.


만약 내 목표가 회원모집이었는데 광고비를 10만원 써서 5명을 데려왔다면 ROI라고 할 수 있는 지표는 [회원 1인 모집 비용] 이 될 것이며 - 10만원/5명 을 통해 2만원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ROI는 개발자들도 많이 쓰는 용어에요.


어떤 기능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결과물이 미미할 것이다 라는 이야기할 때

‘아, 그 일은 ROI가 안 나와요' 라는 답변을 하곤 합니다. 이봐, 해 봤어?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며 응용해볼 수 있도록 합시다.


- 나에 대한 그녀의 애정 ROI가 매우 낮은 편이다.

- 나의 행보관은 ROI가 낮은 업무만 자꾸 시키는 사람이었다.

- 이번 한정판은 만족도 ROI가 아주 낮아.

- 그는 그동안 높았던 주식투자 ROI를 믿고 전 재산을 꼴아박았다. 그런데…


ROI를 구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단위시간입니다. 일정 기간동안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는지는 지정된 시간동안 진행한 마케팅 비용과 캠페인에 따라, 또는 시즌 이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정된 시간을 묶어서 파악하고, 동일 기간동안의 차이점을 확인한 뒤 더 좋았던 점들을 계속 취해나가는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본 골자입니다.


단위 시간은 업종이나 마케팅 캠페인, 회사의 호흡에 따라 달라질텐데요.


이 때 기간을 너무 짧게 잡지 마세요. 당장 집 앞의 가게들을 봐도 미어터지는 날이 있지만 잘 안 되는 날도 있잖아요. 이걸 데일리로 보고 있으면 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쯤되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거든요. 그거 조사할 시간에 내일 할 일을 설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저는 시간 단위로도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받기도 했답니다…



필요한 ROI 정의하기


ROI라는 표현을 모두가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업종마다, 그리고 기업의 상황에 따라 중심 지표가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라는 것은 하나의 숫자만으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마케팅 내부에서도 정리하고 트래킹해야 하는 수치가 정말 여러개죠. 일단 생각할 수 있는 수치들은 다음과 같아요.


- 광고 클릭률

- 클릭대비 단가 (CPC)

- 광고 전환율 :광고를 보고 들어와서 원하는 행동을 하는 비율

- CAC : Customer Acquisition Cost, 고객 한 명 얻는 마케팅 비용


그밖에도 영업팀이라면 영업사원의 미팅 수 대비 성사 확률을 계산할 수도 있겠고, 접대시 사용하는 비용 대비 수익 같은 것을 계산해볼 수도 있을 거예요. HR팀이라면 연봉이나 업무 시간을 바탕으로 해당 인물의 효율 등을 계산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즉슨, 필요한 것을 어떠한 자본으로 나눈다는 골자를 두고, 다양한 수치를 만들어서 통계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엑셀같은 자동계산 툴이 여러가지가 있으니 여러가지로 만들어보면서 효율을 계산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합시다.



ROI가 생각보다 안 나올 때


ROI를 계산하는 것은 인간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 잘 해주려고 노력했으나, 나에게 역으로 빅 엿을 먹이거나 나를 챙겨줘야 하는 상황에서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고객들도 사람이니 똑같답니다.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죠.


너무 상처받을 필요도, 필요 이상으로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었고, 내가 타겟을 잘못 잡았거나 그들에게 필요없는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전략을 만들어야죠. 사는게 다 그런 것 아니겠어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척 의연한 척 살아가야지 별 수 있나.


이렇게 단순히 목표로 했던 ROI를 계산하는 것 외에도, 성공하거나 실패한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떨어지는 이유는 거의 명확하지 않습니다. 분석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접근이나 결론이 다르거든요. 당연히 얻는 인사이트도 다를 거고 이후에 취할 전략을 결정하는 것에도 차이가 나올 거예요.


‘안 나오네…’ 하면서 유체이탈해서 상황을 쳐다보고 있지 말고 다음에 뭔가를 해보겠다라는 넥스트 플랜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정확한지 어떨지는 중요하지 않구요. 가설을 세우고 다음 캠페인을 짜는 것을 부지런히 훈련해야 합니다. 회사는 우리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으니 우리 실력이라도 올립시다.



효율을 구하고 표시하기


이렇게 특정 프로젝트의 ROI 지표를 규정했다면, 단위 시간별로 해당 지표를 표로 그리고, 그래프로 나타내는 연습을 합시다. 보통 마케터들이 쳐다보고 있는 그래프들은 그런 것이랍니다. 수학을 포기하셨나요? 다시 잡거나 마케터도 포기하세요.


마케터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은 이 표의 기울기입니다. 현상 유지만 하는 마케터는 실력을 인정받기 힘들어요. 뭐라도 정리하고 실행하다보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지표가 있을 것이며, 누군가가 뭘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그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단, 효율을 가지고 좋은 숫자를 만드는 것 보다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도 꼭 생각해주세요.

어느 한 수치에만 매몰되어서 적절한 방향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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