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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Aug 11. 2023

우리 회사는 왜 기사가 안 실릴까?

기자를 만나지 않기 때문

홍보팀과 기자의 기억


부끄럽지만 홍보팀에서 일한 적이 있었답니다.


출근한지 이틀만에 별다른 OT도 없이 사장님 신년사를 쓰라고 시키는 회사였는데요. 홍보팀에는 제 위로 두 명이나 있었는데 어째선지 보도자료 작성이나 배포, 대외 자료 제작 등은 제가 다 하고 나중에 문제 터지면 제가 혼나는 식의 팀 구성이었습니다. 진짜 왜 팀에 세 명이나 있었지…


아무튼, 처음으로 보도자료라는 것을 배포한 뒤 기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이 제 상사들과 친하다면서 뭘 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 하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화장실에서 영 좋지 않은 위장상태를 처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라 스팸인줄 알고 받아버렸던 것.


부끄러운 사운드를 전달드릴 수 없으니 전화를 빨리 끊어야 했고, 지금 제가 곤란한 상황이니 상사분께 여쭤보시면 좋겠다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화장실에 있는 사이 그 기자는 보도자료에 회사에 대해 안 좋은 내용을 붙여 기사를 올렸습니다.


당황해서 전화를 해 보니 ‘나를 무시해서' 그렇게 글을 썼으며 기사 특성상 수정은 불가하다며 전화를 끊더군요. 상사들도 별로 안 친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그 날 저는 상사들에게 신나게 깨졌으며, 7~8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뉴시O 김OO 기자님 잘 지내시나요?


그 후 다른 기자와 식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발현되어서 기자 1인당 밥값이 30,000원으로 제한되고 명절 선물도 보내지 못하게 된 상황이었는데, 기자분이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 까지 김영란씨 욕만 그렇게 하는 거예요. 회사나 업계에 대한 대화는 거의 안 했던 것 같군요.


듣고 있자니 기자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공감이 안 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 끼에 30,000원 이상인 밥을 매일 먹고 있었다는거야? 명절마다 얼마나 많이 받아먹고 있었단 거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그런… 저는 당시에 최저시급으로 후려친 연봉을 받고 있었거든요.


그리하여 저는 기자라는 직군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회사는 6개월만에 퇴사했으며 홍보와는 별다른 접점없이 살아가게 될… 줄 알았는데 마케팅 일을 하다보니 기자를 만나고 홍보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인생사 뜻한대로 흘러가는 일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은 기자분들도 잘 만나고 다녀요. 껄껄



기사 - 보도자료는 왜 필요한가


왜 기업에는 언론보도가 필요하며, 그 기자는 왜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언론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 때문입니다. 기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실 전달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간혹 있지도 않은 사실을 거짓말로 쓰다가 들통나는 사례들이 발견되지만, 절대 다수 대부분의 기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육하원칙에 맞춰서 쓰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가 난다는 것은 회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고,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 그 사실을 언론이나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지난번에 회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되면 기업의 이름을 검색해본다고 했잖아요. 이 때 회사가 직접 말하는 것이나 블로그 게시글보다 ‘이름 들어본 언론사의 보도자료’ 하나가 그 기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답니다.


당연히 좋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겠죠. 처음 보는 기업의 기사를 읽는데 잘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어야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앞날이 걱정된다 같은 기사가 있으면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홍보업무는 주기적으로 기자분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형성해 좋은 일이 있으면 그 사실을 알려주고, 나쁜 일이 있으면 그 일에 대한 해명기사 같은 것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자들은 그런 ‘공신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상대로 힘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작고 힘이 없을수록 - 그 사실을 알수록 좀 더 못되게 구는 분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언론을 잘 활용해 대세를 내 쪽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합시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세간의 평가나 여론에 의해서 좌우되는 일이 많은데요. 사람들의 생각을 은근슬쩍 바꿔놓기에 글로 된 콘텐츠, 그중에서 언론보도만큼 강력한 툴도 없답니다. 사람들은 말로 하는 것 보다 텍스트로 전달하는 정보에 조금 더 잘 속거든요.


기사를 싣는 쉬운 방법


언론보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실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들에게 기사를 써달라고 해도 잘 써주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바쁩니다. 제가 아는 기자분은 6월에 만나서 밥을 먹는데 12월까지 점심 저녁 약속이 꽉 차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도 세 달 기다려서 만났거든요. 영향력 있는 기자분이니 다들 만나달라고 아우성인 상황인 것이지요.


언론보도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을 써서 매체를 사는 것입니다. 홍보 대행사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그 비용이 생각보다 정말 비싸구요. 홍보 대행사를 쓸 수 있는 규모의 회사를 다니고 계시다면 지금까지의 제 글이 딱히 공감가지도 않으셨을 듯 합니다. 저는 쥐어짜는 마케팅을 해요…


알고 있는 기자도 없고, 빠른 시일 내에 어떤 사실을 전달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결과를 표시해야 한다면, 언론보도 대행사(홍보 대행사와는 다릅니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지면의 가격은 언론사의 규모나 인지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언론사 - 소위 ‘조중동’은 매우 비싸구요. 종합지 - 경제지 - 전문지 순서로 넘어가는데, 그 중에서도 대행사가 가지고 있는 인맥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해요. 그리고 보통 패키지 형태로 판매를 합니다. 메이저 언론사에 보도를 하려면 작은 언론사에도 몇 개 실어야 한다거나…


이 방식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빠르며, 법에 위촉되거나 어지간히 이상한 정보가 아니고서야 게재가 보장됩니다! 글솜씨가 없다면 워싱작업을 거쳐서 실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당 글을 실어주는 기자나 언론사와의 관계가 전혀 없이 보도자료만 세상에 내보내는 형태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이나 관계성을 놓고 보자면 그렇게 이득이 되지는 못합니다. 어쩌다 한두개 싣는 정도라면 효율적이겠지만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낼 것이라면 매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한 번 게재할 때 여러개 를 묶어서 파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 번에 5개를 싣게 되면 포털 사이트에서 5개 칸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사가 하나로 묶여서 표시됩니다. 가성비가 영 좋지 못하게 되는 셈이죠.


정말 가-끔 보도자료를 내보내야 한다거나, 아주 처음 시작할 때 정도 이용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차라리 밖에서 기자분들과 맛있는 것 먹는게 회사나 기자나 나나 모두가 행복한 길입니다.


위에서 이상한 사례들을 열심히 적기는 했지만 기자분들은 대체로 E성향의 인싸들이 많기 때문에 막상 만나보면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하지는 않답니다. ‘친분없이 수다떨기’ 스킬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밌어요. 만나서 어색한건 저같은 극 I 아싸들이죠. 쉽지않음…



기자를 만나자!


좋은 사수를 만났거나 홍보팀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미 기자들과 관계가 형성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아주 새로운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 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해본 적이 없다면 관계형성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쉽지않음.


먼저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분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죠. 포털 사이트에서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나 경쟁사를 검색해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분들을 리스트업 합니다. 기자분의 이름이나 메일이 그대로 실려있는 기사도 있고, 이름만 있는 기사도 있고, 기자 이름도 없는 기사도 있을 거예요.


언론사는 ‘데스크'라고 불리는 조직 (또는 인물)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만드는 기사를 검수하거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회사로 치면 중간관리 조직 뭐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무튼, 위에서 말한 언론보도 대행사를 거치면 기자가 아니라 이 데스크로 바로 꽂혀서 실리게 되고 - 그럼 기자가 없는 뉴스가 완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이 실린 기사 위주로 보면서 리스트업을 진행합시다. 메일 주소가 없다면 언론사 + 기자분 성함으로 검색해보세요. 민망할 정도로 금방 나와요… 개인정보가 공공재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려진 분들께 우리 회사를 소개하는 프레스킷과 보도자료 안건을 전달합시다.


안 실어줘도 꾸준히 보내서 우리의 이름이 익숙해지도록 합시다.


문제는 기자분들이 이런 메일을 하루에 수십통 넘게 받고 계신다는 겁니다.

어중간한 메일로는 그들의 눈에 들 수 없다는 뜻이죠. 어쩌면 메일을 수십통씩 보내도 한 번 실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메일 보내는 방식이 조금은 바뀌어야겠죠. 어느 기자분께서는 보도자료가 실리게 되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런 것들을 꼽으셨습니다.  


    그래도 얼굴 한 번 본 사람 글이라면 한 번 더 본다.  

    나(정확히는 내가 평소에 쓰는 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내 관심사에 꼭 맞는 주제다.  

    안 눌러보기 힘든 자극적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어느정도 기자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관심사 중심의 이야기를 하며 친한척하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자극적이면 더 좋구요. 메일 주소에 자기 이름 쓰여져 있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메일 중에서 눈길이 간다는 이야기도 있었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메일을 보내다보면 한 번 쯤 실어주시는데요. 그럴 때를 놓치지 않고 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밥 한 끼 먹기를 종용합시다. 앞서 말한 것 처럼 대부분 사람 만나는거 좋아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잘 만나 주십니다! 만나서 친해지면 더 좋구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 분명 상호 이득을 보는 날이 옵니다.


업계 좋은 정보를 물어다 줄 때도, 뭔가 문제가 있을 때 해결책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맛있는 밥을 사드립니다.

맛집 리스트… 조사해 두세요…미리 알아두면 인당 30,000원 아래로도 맛있는 한 끼에 커피까지 충분합니다.


언론 홍보 업무를 이야기할 때 PR 업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영어로 Public Relationship. 즉슨 공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기자와 회사의 공적인 관계를 이어줌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가지 것들 중 하나가 언론보도가 되는 것이죠. 언론보도가 가장 우선시되는 부서와 업무가 아니랍니다.



보도자료 뿌리기


프레스킷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사와 제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 더 알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심도깊은 자료들, 그리고 회사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이용할 수 있는 로고나 이미지 등을 모아놓은 파일인데요. 이거 예쁘게 정리되어 있는 것 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습니다.


프레스킷과 관련된 정보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기회가 되면 저도 한 번 정리하도록 할게요.

보도자료 역시 잘 정리될 수록 좋습니다. 기자분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손 댈 일 없이 완전한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보내주실수록 그대로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더군요… 우리가 일하기 귀찮듯 그분들도 귀찮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에는 위에서부터 중요한 정보를 나열하세요. 제 기준 순서는 이러합니다.  


    무슨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 일을 벌인 00회사는 어떤어떤 회사입니다.  

    이 일로 인해 어떤 사회적인 영향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어떤 기회가 생길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련자도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대부분 보도자료는 이런 순서로 작성되며, 안건이나 시안에 따라 뭐가 더 붙거나 빠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내용 순서로 언급하는게 좋습니다. 두괄식으로 작성해야 읽는 사람이 정보를 받아들이기가 쉽고, 길이가 너무 길거나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면 뒤에서부터 잘라 나가는게 편집하기 편하거든요.


전문분야에 가까울수록 주석도 잘 달아서 보내도록 합시다. 예를 들어 기술이나 제약 등등 '연구소를 가진 업종'의 경우 내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들도 기자분들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죠.


항상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콘텐츠를 전달하도록 합시다.


그분들도 모르는(관심없는) 것 스스로 찾기 번거롭구요. 자극적이거나 흥미로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우리가 그렇듯이.


내가 못 하는 것을 기자분들이 해주길 바라지 맙시다. 친하거나 진짜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기자분들이 더 심층적인 기사를 써 주신답니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보도가 실릴 수 있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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