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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Aug 24. 2023

광고가 너무 복잡해요

광고의 본질을 짚고 넘어가기

어머니와 광고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고 하자 동네 간판가게에 취직한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고 합니다. 당신께서 광고에 대해 잘 모르시는 와중에 회사 이름은 들어본 적 없고, 동네 돌아다니면 보이는 간판 가게에 붙어있는 간판이 '00광고'인 경우가 많이 보였기 때문이죠. 아니 간판가게가 뭐 어때서...


취업한 이후, 그리고 그 회사를 나와 다른 곳에 취직을 할 때에도 내가 다닌 광고 회사가 어떤 성격의 광고회사였는지 설명해야 하는 것은 계속되었습니다.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 퍼포먼스 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광고 대행사, 매체를 관리하고 판매하는 미디어랩사 등등 광고회사라는 이름의 회사들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며, 업계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이것은 협업을 하면서도 헷갈리게 합니다. 대행사와 약속을 잡고 미팅을 가지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광고 역량이 우리가 원하는 광고의 종류와는 결이 다른 경우가 꽤 많습니다. 회사마다 크리에이티브 중심인 곳, 매체 관리가 중심인 곳 따로 있고 각자 내세우는 특장점이 다르거든요.


광고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너무나도 다양한 활동을 말합니다.

대체 광고는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갈수록 복잡해지는 광고


제가 일했던 문제의 광고회사는 TVC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종합 광고대행사임을 꾸준히 어필했습니다. 당시 광고인이라면 모름지기 TVC를 해야 하며, 라디오나 신문같은 4대매체에 들어가는 광고를 하고 있어야 광고인으로서 큰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광고 비용은 TV매체를 사고 TV포맷에 맞춘 광고 영상 제작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도는 SNS - 특히 페이스북의 등장부터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TV보다 스마트폰 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으며, SNS의 기술적 특성상 개인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셜 미디어어 광고 시장이 매우 커지게 되었습니다. TVC를 만들던 사람들이 '바이럴 콘텐츠'라면서 얕잡아보던 미디어가 광고의 주류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이후에 다양한 미디어가 범람하게 되었죠. 이미지 위주의 광고부터 영상, 특히 짧은 길이의 영상과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까지 별별 매체가 다 등장하고 마케터의 직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마케팅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원하는 기술이 참 많습니다. 영상 편집과 이미지 제작이 가능하면서도 퍼널 설계, 기획과 퍼포먼스 마케팅도 할 수 있어야하며... 나 사는게 너무 힘들어



그럼 우린 어떡하죠? - 본질부터 생각하기


광고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광고의 특성은 TVC를 기획하던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고회사는 제작팀, 기획팀으로 나뉘고 각각 소재와 매체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고민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콘텐츠 제작 측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아름다운)멘트와 이미지를 내세우고, 그것을 제품의 특장점과 연결시켜 고객의 머릿속에 우리 제품을 각인시킨다.


매체 기획 측면

광고를 보고 반응을 보일만한 타겟을 찾은 뒤 적절한 타이밍에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광고팀이 아니라면, 혼자 일 해야 한다면 이 두 가지를 고민하고 답을 도출해내면 그게 광고입니다.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것은 다음 차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마케터와 광고 대행사 사람들은 지금 가장 유행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요즘 핫한 모델을 물색하고 비싼 돈을 써서 데려옵니다. 소재도 광고주가 마음에 드는 선에서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것으로 바꾸고 또 바꾸죠.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를 다시 종합해보자면 [고객에게 우리의 존재를 어필하는 것]이 광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노라고 소리치는 실존적 행위입니다. 일단 우리가 있다는걸 알아야 사던가 말던가 하지 않겠어요.



광고가 사라지지 않아


이렇게 마케터는 광고를 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광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광고가 정말 피곤하고 짜증날 정도로 우리의 삶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시선을 끌기 위해 거슬릴 정도로 싫은 메시지나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내가 보려던 것을 가려서 X 버튼을 눌러 끄려면 위치를 바꿔서 광고를 클릭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현대인은 광고에 지칠대로 지쳐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광고가 사라질 일은 절대 없습니다.

광고가 기업이 수익을 내는 가장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페이스북의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별별 골때리는 사건들을 그려낸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마크 주커버그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애드워드 새버린 (앤드류 가필드 분)은 투자자를 꼬셔내기 위해 열심히 광고 상품을 기획하고 팔러 다니는 장면이 나옵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이 이렇게 많은데 여기 저장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맞춤 광고를 제공한다면 광고주들이 돈을 들고 달려올 것이라는 계산이었을것이며, 이는 실제로 사실이 되었습니다. 페북 광고는 하나의 마케팅 장르가 되었고 마크 주커버그는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수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의 서비스에 광고를 붙이기 위해 사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 밥줄은 광고입니다. 돈을 많이 번다는 유튜버들도 결국 광고비가 주요 수입입니다. 기업들이 어떻게든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고, 그 니즈가 있는 이상 광고세계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케터가 된 이상 그것들을 잘 이용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남의 광고 보기


그러니 마케터라면, 광고가 보기 싫고 짜증난다고 꺼버리는 것 보다 어쩌다 이 광고가 나에게 흘러오게 되었는지, 어느 점이 나의 시선을 끌었는지 등을 생각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매체를 통해서 광고가 왔는지도 알아보구요. 좋은 것이라면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애드블록 등 광고를 없애주는 솔루션은 일상을 편안-하게 하지만 변화하는 광고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똥고집이 되기도 하므로, 광고 일을 하고 있다면 잠시 넣어둡시다. 모방없는 창조는 위대한 일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광고는 클릭같은 리액션 단위로 광고 성과를 측정하고 돈을 내는데요. 경쟁사의 제품을 클릭해주면 그들의 돈을 광고효과가 없는 곳으로 날려버리는 소소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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