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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Aug 28. 2023

얘들아 내 광고 좀 봐줘

사람들이 광고를 안 쳐다보는 것 같을 때


광고 제작의 고통


고객들은 예쁘고 재미있는 것을 보고싶어합니다. 그리고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이미 별로 유익하지 않은 것을 보고 있지만)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광고를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범람하게 된 간접광고, 소위 ‘뒷광고’에도 예민해져서 즐기고 있는 콘텐츠가 조금이라도 광고색을 띄려고 하면 ‘이거 마케팅이네!’하면서 도망치려 합니다.


그러나 광고주들,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특장점을 어떻게든 알려야 합니다. 우리 제품에 대한 특장점을 - 다소 억지스러울지라도 꼭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는 필연적으로 정보전달을 품고있게 됩니다.


그리고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두 입장 사이를 조율하게 되는 비극에 빠지게 됩니다. 하나만 삐끗해도 둘 중 한 층에게 미움을 받는데 고객에게 미움을 받으면 광고 효율이 나빠지고, 광고주에게서 미움을 받으면 돈줄이 끊기게 됩니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그래서 광고를 뿌릴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이던 시절에는 광고 콘텐츠는 재밌는데 제품은 기억이 안나는 광고, 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재미없는 광고들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광고쟁이들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들고 현타를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작 영역에 있는 모든 광고쟁이들 마음 한 켠에는 꿈꾸는 광고가 있답니다. 좋은 광고주와 환경을 만나지 못했을 뿐…



마케터 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세상


하지만 광고가 소셜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마케터가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굳이 광고주나 대표님 허락을 받지 않고서도 콘텐츠를 올리고 아니다 싶으면 얼른 회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적극적인 광고판이 되기 전에 선구자 역할을 한 다양한 기업중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기업은 배달의민족일 것입니다. 지금이야 좀 멀멀한 느낌의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초기 배민의 마케팅은 고전적인 마케팅 또는 광고를 하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림판으로 대충 만든 것 같은 그림으로 대충 ‘휘갈긴’ 콘텐츠를 끊임없이 뿜어내는데 그게 제품이나 서비스 특장점을 알린다기 보다는 ‘오늘은 비오니까 막걸리에 파전이 땡긴다’ 같이 목적이 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그런데 그 이미지에 흠뻑 빠진 팬들이 늘어나면서 배민이라는 브랜드가 워너비 브랜드로 올라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SNS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 자체가 광고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인데 - 모든 메시지가 광고같을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남기게 되면서, 마케터들은 스스로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어 뿌릴 수 있는 자질을 요구받게 되었습니다. 나 사는게 너무 힘들어.



광고 콘텐츠를 만들자! - 테마부터


그러나 혼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광고 이미지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모든 마케터가 SNS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소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주욱 설명해 실전에서는 어떤 작업을 더하거나 빼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달해보려고 해요. 돈을 얼마나 쓰던, 광고성 콘텐츠를 만드는 것의 기본적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광고회사의 제작팀은 보통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로 구성됩니다. 카피라이터는 말 그대로 텍스트를 다루는 영역 전반을 담당할 것이며, 아트디렉터는 그것을 바탕으로 비주얼적인 요소를 고민하는 일을 합니다. 팀장 성향에 따라 아트 먼저 잡고 카피를 붙이기도 한답니다.


두 영역이 하나의 일이면서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팀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잡고 들어가게 됩니다. 테마에는 주요한 메시지와 테마가 들어가고, 이것을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는다면 다음날 딴소리를 하는 팀원이 등장하기 때문에 꼭! 진행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글을 쓸 때 주제를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테마를 결정할 때에는 어떤 요소를 끌어와 어떤 메시지로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환경을 생각한 제품이라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기상이변을 끌어와 공감을 살 수도 있겠고, 환경운동에 진심인 셀럽을 데려와 해당 셀럽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끌어올 수도 있겠습니다.


대충

안건 - 환경을 생각한 제품 USP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만들자

-> 환경운동가 XX를 모델로 데려와 이미지를 활용하면 어떨까?

-> 테마는 ‘환경운동가 XX와 환경지키기’ 캠페인

이런 느낌으로 테마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뭐가 많이 생략된 것 같긴 합니다만… 짧게 설명하자면 그러합니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논리구조가 만들어지겠지만 가장 마지막에 있는 테마는 핵심만 간단히 남아야 하는 것이 포인트랍니다.


이것을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정하고, 이미지까지 만든다면 광고 캠페인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광고는 카피와 이미지


테마가 정해졌다면 카피를 작성하도록 합시다. 아무도 텍스트를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매우 낮습니다. 다들 글은 잘 읽어요. 긴 글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 퇴화되고 있을 뿐이죠.


여전히, 텍스트의 힘은 강력합니다.


카피가 강력하다면 이미지가 약해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아트디렉터들도 어떤 이미지를 만들면 좋을지 감을 빠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급하다고 아무 문장이나 빠르게 쓰지 말고 똑같은 문장도 여러번 고쳐쓰면서 가장 유혹적인 형태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보도록 합시다.


카피를 중심으로 광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시를 통해 설명해볼게요.


롯데칠성음료 레쓰비 광고

나왔을 때에는 조용히 지나갔겠지만 21세기에 발굴되어 수많은 패러디를 남긴 카피입니다.

이세상 00가 아니다. 혹은 저세상 00 같이 인류가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가 지나서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카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광고를 살펴보죠. ‘우리 커피는 뭔가 좀 달라!’ 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것 같으며, 이 메시지를 통해 커피를 좋아하거나, 혹은 아무 생각 없던 사람들이 지금 마시는 커피랑 뭐가 다른데? 라는 궁금증을 유발한 방향의 전략을 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미지 테마는 저세상, 세기말에 유행하던 CG이미지, 제5원소같은 느낌이었던 듯 합니다. 그때는 최신유행이었어… 아닌가…


이렇게 메인 카피와 비주얼이 결정되면 서브카피를 통해 의미를 정확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서브카피에서는 주로 왜 이런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을 하게 됩니다. 메인카피나 이미지가 너무 컨셉추얼하다면 사람들이 무슨 광고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광고를 시선에 담은 고객에게 제작자의 의도를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선을 끄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메인카피보다 작은 사이즈로 설명을 하게 됩니다. 이 이미지에서는 ‘지금까지 세상에 있던 커피는 모두 잊어버려!’부터 마지막에 나온 팔면각체의 몸을 빌어 되살아났다! 까지가 서브카피에 해당합니다.


아하, 팔면각체 패키지가 지금까지의 커피 패키징과 달랐기 때문에 저세상 커피라고 표현한 것이군요!

이제 여기까지 파악한 고객들은 편의점이나 마트에 커피를 사러 가게 되면 팔면각체 모양의 커피가 뭔지 한 번 체크하게 될 것입니다. 고객들의 잠재의식속에 팔면각체 패키징의 커피가 있다는 것을 심는 것, 그것을 제작자와 광고주는 원했을 것입니다.


뭔가 정신사나웠지만 광고에는 이런 요소들이 담기게 됩니다.


메인카피는 크게

이미지는 시선을 쓸 수 있도록

서브 카피로 설명하기


꼭 이 구성을 띌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형식을 파괴하는 다양한 광고들이 나오고 있고, 비디오의 시대가 되면서 깜짝 놀랄만한 크리에이티브들도 많이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게 되면 그만큼 효율이 나쁠 것도 각오해야 합니다. 이 형태는 아주 오래전부터 선배 광고쟁이들이 정립한 어떤 것이랍니다.


페북(메타)같은 온라인 매체의 경우 본문 영역도 작성해야 하는데요. 서브카피 외에도 광고와 서비스에 대해 길게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페북 광고에서는 서브카피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영역은 정말 서비스에 관심이 생긴 사람만 열심히 읽고 90%는 쳐다도 안 보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영역은 흥미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 이 제품의 구매를 빠르게 결정하면 어떤 것이 이득인지 (프로모션 진행 여부) 등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죠.


자, 이제 이런 광고들을 뿜어내듯 만들어봅시다!

나 사는게 너무 힘들어



회사와 에고와의 싸움


이렇게 크리에이티브, 특히 광고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했지만, 회사의 크리에이티브는 나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배민의 SNS를 운영하던 이승희 마케터는 한 셀럽이 이 계정 진짜냐면서 ‘무슨 팔로워보다 팔로잉이 더 많냐’는 이야기를 듣고 운영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해요.


나만 즐거운 콘텐츠 제작과 운영은 너무 즐거운 일이지만 회사, 때로는 고객 입장에서도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만들고 싶은 것과 다를 수 밖에 없거든요. 항상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잘 듣고 조율하는 나이스한 광고인, 창작자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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