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 BJ

이세계 판타지가 아니다.

by 곶사슴




“아, 그거 봤어?”

“ㅇㅇ, 봄”


윤철은 이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링크를 보냈다. 링크 위에 떠 있는 썸네일에는 평범한 방에 어색한 얼굴로 앉아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전형적인 인터넷 방송 구도였다.


“나 인터넷 방송 같은 거 안 보는데”


“나 믿고 딱 5분만 봐봐”

마침 할 일도 없었으니 모니터 한 켠에 윤철이 보낸 영상을 틀어놓고 작업을 계속했다/

작업이라고 하지만 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한글을 켜 두고 깜빡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오늘 하루 종일 한 작업이었다. 준비하던 웹 소설 공모전 마감이 당장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는 그제까지 쓰던 글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새로 써야겠다고 다짐하고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카메라 앞에 선 사내는 영 숫기가 없어 보였다. 회사를 다닐 때 거래처에서 한 번 스쳤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 그러나 특별히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회사 일이 유난히 늦게 끝난 날이었어요. 당시 제 사장님은 아홉 시 정도까지 일 하는 건 기본으로 해야 하고 일이 많다 하면 새벽 두 시 세 시까지 일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거든요.”


음... 광고 회사라도 다닌 걸까.


작업이라는 이름의 멍 때리기를 하고 있던 나는 어느새 남자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평소에 보지 않던 시사 프로그램마저도 흥미진진해지는 법이었다.

“택시 아저씨가 저한테 유난히 짜증을 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사람이었는데, 대충 자기가 방금 거여동에 손님 내려주고 그쪽에 손님이 없어서 다시 회사 쪽으로 나왔더니 또 거여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갈라고 서 있었는데 저 때문에 유턴까지 해가면서 가야 한다고... 사실 회사 쪽에서 저희 집 방향으로 택시들이 잘 안 가려고 해서 늘 반대 방향에서 탔거든요.”

슬슬, 윤철이 왜 나한테 이 영상을 보낸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날은 저도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대꾸했거든요. 아저씨들처럼 어디 가자는데 안니까 반대로 타는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아저씨가 운전하다 말고 뒤를 돌아보면서 저한테 막 쌍욕을 박는 거예요. 그러다가 택시가 가드레일을 뚫고 다리에서 떨어졌는데...”


그쯤 되니 깜빡이는 한글 커서가 아니라 남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을 떠 보니... 낯선 천장이었어요.”

나는 헛웃음을 쳤다.

“미친놈아, 내가 아무리 소재가 안 떠올라서 멍 때리고 있다지만 이게 뭐냐”

“아니 ㅋㅋㅋㅋㅋ 재밌잖아. 이세계 다녀온 사람이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게, 이거 엄청 소재거리 아님? 뒷내용도 들어봐. 골 때림”



그가 말하는 이 세계는 클리셰 그 자체였다.

택시기사와 택시는 온데간데없이 혼자 이세계에 떨어진 사내는 선택받은 용자라고 불리며 여신과 계약을 하게 되고, 마왕을 물리치러 가는 길에 만난 동료들을 만나고, 그리고 당연하게 등장하는 배신과 그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까지- 제법 흡입력 있는 스토리였다.

남자는 그 이야기를 정말 자신이 겪고 온 사람처럼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료를 잃어버리는 장면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기까지 했다.

판타지 소설가가 아니라 연기자일까? 어쩌면 팀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지도 모른다. 평범하다 못해 조악하기까지 한 촬영 환경도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일지 모르지.


나는 기어코 그때까지 업로드된 영상을 모두 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내일 남자가 난쟁이 왕을 만난 이야기를 해 주려나... 만날 수는 있을까... 윤철에게 욕을 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나는 이야기에 심취해 있었다.


다음날 윤철은 다른 링크를 보내왔다. 위키 백과와 비슷한 구조의 홈페이지였는데,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남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남자가 있던 (정확히는 그렇다고 주장하는) 이세계의 세계관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미 꽤 많은 정보가 정리되어있었고,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한켠의 채팅방에서는 활발하게 의견이 공유되고 있었다. 뭐 하는 사람들이지, 월급 루팡들인가. 우리나라에 백수가 이렇게나 많았던가.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실업률이 최고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남자의 모험은 그렇게 한 편의 대서사시로 포장되고 있었다. 앞뒤가 미묘하게 맞지 않는 부분은 익명의 누군가가 제시한 추측으로 메워졌는데, 몇 사람의 지성이 합쳐지면 짜잔- 정말 거짓말처럼 빈 틈 없는 논리가 완성되었다.

홀린 것처럼, 나도 그의 세계관을 짓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정작 나의 글은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글을 조금 쓴다는 알량한 재주를 엄한 곳에 쏟아붓고 있었다.

“여기 하루에만 몇천 명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트가 되었네요. 나름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데 저희도 정모 한 번 가질까요? “

채팅창의 누군가가 번개를 가지자고 제안해왔다.

그 순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부담이나 설렘 같은 감정보다
‘어쩌면 그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이기 시작해 5명 정도 모인다고 하자, 너도 나도 모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모임에 나서는 데에 거부감을 덜 느끼는 모양이었다. 여차하면 도망가기도 편하기 때문일까. 덩어리가 커지는 만큼 주목을 덜 받기 때문일까.


모임 장소에 나가니 이미 몇 명이 모여 있었다. 혹시 –라고 말을 걸면 여기가 맞노라고 대답하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되었다. 열 명 남짓 모였으나 방송 속의 남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에- 제가 이 모임을 주최한 ‘니쿠해지호그’입니다.”

자연스럽게 모임의 회장이 된 사내는 국제 전자상가 9층에서 마주칠법한 외모와 말투의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도 눈치 없이 자신이 푹 빠져있는 만화의 설정을 줄줄이 이야기해줄 것 같은, 그래서 조금 외로워 보이는 사람.

다른 참여자들도 비슷해 보였다. 10명 남짓 모인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난 뒤,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기 뻘쭘한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세계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열변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다들 자영업을 하고 있다거나 그냥 조그마한 회사를 다닌다고 이야기했지만, 한 발짝 뒤에서 팔짱 끼고 주변을 살피고 있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틀림없었다. 내가 그러고 있었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옆자리의 여자도 그런 눈치였다.


“글... 쓰시는 분인가 봐요.”

갑작스럽게 말을 걸려고 하다 보니 평소보다 낮고 굵은 목소리로, 내가 생각해도 느끼하게 말을 걸고 말았다.

“네, 네? 그냥 취미로...”

“혼자... 오셨나 봐요.”

“네...”

상대의 반응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나의 질문 역시 따분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이었다. ‘봐요’는 무슨 ‘봐요’. 평소에 쓰지도 않는 말투로 더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다가는 ‘혈액형이 뭐냐’, ‘별자리가 뭐냐’라는 질문까지 나올 판국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와의 대화를 더 이어가지 못하고 회장과 그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신나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것을 경청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괜찮은 소재가 나오지 않을까 하면서. 이건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 대한 시장 조사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작가세요?”

의외로 그녀 쪽에서 다시 말을 걸어왔다.

“네, 뭐 일단은요...”

“혹시 00 공모전 준비하고 계세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처지가 비슷해 보여서요.”

처지가 비슷하다라... 나는 지금 나의 처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하긴, 글 쓰는 사람, 특히나 이런 판타지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공모전을 쳐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처럼 큰 상금이 걸려있으니.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주 까먹고 마는 것이었다.

“얼마 안 남았는데 많이 쓰셨어요? 상금이 커서 그런지 분량도 꽤 많이 달라고 하던데.”

“아뇨... 사실 조금 쓰다가 영 아닌 것 같아서 새로 쓰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비슷한 처지라고 했는데 이 정도로 비슷할 줄이야.

그쯤 되니 어떤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남자의 인터넷 방송은 그녀와 나를 엮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결혼을 하게 되면 이 사람들도 하객으로 불러야 할까? 이미 마음속에서는 손주 유치원까지 바래다주고 있는데...


“아니오, 저는 그분이 어떤 게시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저 쪽에서 ‘모임의 중추’가 뭐라고 떠들든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 문장만큼은 굉장히 날카롭게 귀로 파고들어왔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조금은 중구난방이던 모임의 분위기의 시선이 말을 꺼낸 사내에게 집중되었다.

위태로울 정도로 말라서, 아마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오지 못했을 것 같은 외모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사내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조금 움찔하는 듯싶다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원래 신화라는 건 이야기 속의 디테일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어떤 사실을 보여주고 그 안의 의미와 인과관계를 상상하게 만들죠. 같은 성경도 좋은 이야기가 있고 그 안의 의미는 목사 마음대로 해석하잖아요.”

와우, 이 자리에 기독교인이 있다면 크게 싸우겠는걸.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사람은 없는 듯했다. 정확히는 이런 자리에서 종교전쟁을 할 정도로 호전적인 사람이 없는 듯했다.

“그러니 우리는 그분의 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우리의 상상을 최대한 배제한 채 구축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우리 해석이 자꾸 끼어들어가기 시작하면 이 이야기는 결착 지을 수 없어요!”

말에 상당히 번역체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끄덕이기 시작했다. 무슨 분위기지 이거.

흥분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자꾸만 커졌다. 주장의 세기만큼이나 말의 볼륨도 덩달아 커져서 호프집의 종업원이 몇 번이나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 순간뿐이었다.

술이 올라 흥분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기록자’라고 부르면서, 모임의 이름을 ‘아담 도서관’이라고 명명했다. 아담은 매일 이세계의 경험을 업로드하는 남자의 닉네임이었다. 아담은 자신을 이렇게 열렬하게 추종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까?

내가 다시 그 모임에 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번호는 받아왔다.

무슨 용기였을까. 같은 작가끼리 공모전 정보나 나누자면서 번호를 달라고 하자 흔쾌히 내주었지만 나에게 다시 연락할 용기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누가 봐도 데이트하던 상대가 찍어준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맨 정신에는 쉽사리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어서 번호를 준 것이겠지. 이후 사람들이 모여서 찍었다는 사진을 봐도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점도 나와 비슷했다.


준비하던 공모전은 당연하게도 떨어졌다.

남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내가 나의 세계를 새롭게, 매력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나의 상상력이나 글솜씨는 너무나도 평범했다. 급하게 써 내려간 글이 좋을 리도 없었다.

혹시 그녀가 있지 않을까 수상작들을 훑어보았으나 그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상자의 이름으로 꼭 본명을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 끝내 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연락해서 물어본다고 해도, 그녀가 수상작에 들었다면 배가 아프고 아니어도 대화는 그대로 끝날 것이다. 내가 뭐 어쩌겠는가. 평범한 결론에 도달하던 중 대상 수상자의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언덕위테일즈’

회장의 닉네임은 분명 소닉이었다. 니쿠라고만 했으면 모를까. 해지호그라고 풀 네임까지 친절하게 붙어져 있었다. 소닉&테일즈라니. 닉네임을 보자마자 쎄한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 드는 느낌은 대개 진실이었다. 나는 소닉 패밀리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닉네임을 검색해 닉네임 뒤에 붙는 영문 ID를 알아내고, 영문 ID를 통해 다른 곳에 연결된 정보를 알아낸다. 보통은 유럽여행카페에서 일행을 구한다는 글이나 학과 게시판에 통째로 올라오는 인적정보들을 통해 숨겨진 인물들의 정보를 구할 수 있었는데, 니쿠해지호그는 얼마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많이 하는 사람인지 ID을 알아보는 선에서 그의 행동반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예전부터 판타지 소설을 쓴다며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는 사람이었다.

‘태초에 00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그의 습작 소설을 읽다 보니 화가 났다. 마치 소닉이 내가 무료로 제공한 아이디어와 문장을 빼앗아 가서는 테일즈에게 전달한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손톱을 깨물었다.

분명 소닉은 그룹의 리더일 것이고, 팀으로 일하면서 연기자를 고용해 자신의 세계를 유튜브로 전달하고, 팬들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정리한 뒤 글을 잘 쓰는 누군가를 고용해 공모전에서 대상까지 받게 된 것이리라.




정신을 차려보니 시상식장에 앉아 있었다. 입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친구가 상을 받아 축하하는 척, 조그만 시민회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막상 행사장에 앉아있으니 도망치고 싶어 졌다. 테일즈가 소닉이었다고 하면 뭐 어쩔 것인가. 그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서 신나서 도움을 주던 사람은 결국 나 아니었던가. 소닉이 아니면 또 어쩔 것인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아담 도서관의 이름으로 진실을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앉아있는데, 대상을 호명하자 걸어 나온 인물은

나에게 번호를 주었던 그녀였다.


“대상 축하드려요.”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시상식에는 안 보이시던데...”

“아, 그냥 아는 사람이 수상해서 구경 갔다가 멀리서 봤어요. 저도 조금 놀랐어요.”

“그랬구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소닉.. 그... 모임 회장님이랑 원래 아시던 사이신가요?”

“아니오, 그 날 처음 뵌 분인데요. 그 날 그렇게 보였나요?”

“아뇨. 글 시놉시스가 아담 도서관 내용이랑 비슷해서요. 혹시 그룹으로 일하시나 해서요.”

내 문자에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역시 내가 정곡을 찌른 건가! 지금쯤 소닉과 테일즈는 들킨 것 같다며 비상이 걸렸겠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무례하시네요.”

이런 답변은 예상에 없었는데. 나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6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모임까지 나갈 정도였으니 영향을 안 받지는 않았겠죠. 그런데 축하해주시지는 않을지언정 다른 사람이랑 같이 쓴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공모전에 탈락해서 너무 예민했었나 봐요.”

“마음에도 없는 사과 하지 마세요. 소설 쓰는 사람 아니랄까봐 어쩜 사람을 혼자서 그렇게 마음대로 판단하실 수 있어요? 제 글 읽어보신 적도 없잖아요.”

무슨 말을 해도 그녀의 화는 누그러들 것 같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도망치기를 선택했다.

그녀의 번호를 차단하고 모니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방금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잠시 미쳤던 걸까. 이세계 판타지가 대개 비슷비슷한 건데 내가 너무 예민했나.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게 그렇게 화 낼 일인가. 수많은 생각이 어지럽게 찾아왔다가 더 어지러운 모양으로 흩어졌다.

깜빡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글은 질투에 대한 내용으로 써야지.
그것만큼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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