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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프리미엄

'막내'라는 역할이 좋다. 막내에게만 있는 그것이 좋다.

by 가필드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대전에서 놀러 왔다.


맛난 음식 사주려고 왔다고 한다. 현재 비트윈잡스로 프리랜스 일만 하는 내가 조금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누가 들을까 봐 부끄럽기도 하면서 그런 친구의 걱정이 괜히 좋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이런 친구가 너무도 좋은 것이다.


금요일 저녁, 그래서 우리는 결국 집 근처 추억의 고깃집(동네에서 오래된 알뜰한 맛집)에서 배부르게 고기와 맥주를 마셨고, 결국 친구가 계산했다. 너무 오래된 친구라 부담은 없지만, 그럼에도 최근에는 늘 친구가 계산을 하는 듯하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내가 산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다.


결국 나는 이렇게 말했다.
"늘 네가 사니까 좀 미안하고, 네가 온 거니까 내가 살 수도 있고, 커피도 살 수는 있는데..."

친구가 말하길
"우리 학교 다닐 때는 네가 떡볶이도 많이 사고, 밥도 많이 샀어. 막내라서 그런지 늘 아낌없이 썼었으니 괜찮아. 그땐 네가 많이 샀으니까 지금 내가 사는 거야"


그 단어가 너무 웃겼다. 막내 프리미엄!


그 친구는 늘 내가 막내라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막내 근성이 나한테 있었다고 한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나의 기질에 막내라서 갖고 있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막내라서 그래. 막내라서 사랑도 많이 받고, 용돈도 많이 받고, 어려운 것 잘 모르기도 하고... 그래, 막내 프리미엄"



사실 그랬던 것 같다. 나도 알고는 있었다. 막내라서 얻었던 많은 사랑과 보살핌, 다른 자매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혜택들을 말이다. 지금도 그러한 것이 40대임에도 잘 먹고 있는지, 집에 찬반들은 제대로 있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물어오고, 종종 쿠팡 택배들이 오기도 한다. 아마도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어리고 막내인 것이다.


난 내가 막내여서, 그 막내 역할이 너무 좋았다.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핫플레이스 찾아 맛집 데려가고, 분위가 싸할 때는 조금 모르는 척 엉뚱한 행동으로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아쉬운 것은 여전히 집안에서는 어린 축에 속하기에 집안 대소사가 논의될 때 발언권이 많지도 강하지도 않다. 심부름도 여전히 나의 역할이다.


그리고 요리를 할 때도 가족들 간섭이 많은 편이다. 성격 급한 가족들이 차근차근 하나씩 요리하는 모습에 속이 터진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럴 때도 나는 화나기보다는 그런 간섭이 조금 귀찮을 뿐이라 이렇게 말하곤 한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야. 천천히 가도 가기만 하면 돼. 간섭하지 말고, 자꾸 쳐다보지도 말고, 신경 끄라고!"라고 말이다. 그러면 가족들을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말아 버린다.


누구는 그런 간섭이나 관심, 그리고 너무 어리게만 보는 것이 싫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이 나에 대한 사랑이고 관심이기에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그러하기에 나도 많이 되돌려 주려고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내리사랑보다 더하지는 못한 것 같다.


친구의 <막내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문득 가족들의 사랑이 새삼 감사한 하루였다.




Another Story

20대 조카의 이모에 대한 회상


어릴 때는 이모가 일찍 결혼하지 않았으면 싶었단다. 결혼해 아이를 나으면 할머니 사랑이 옮겨갈까 봐 싫었다고 한다. 그런데 20대가 된 조카는 걱정을 한다. 결혼하지 못한 이모 때문에 말이다. 괜한 걱정이었다며.


그런데 사실 나는 조금 의외였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할 줄 예상도 못했다. 워낙에 엄마가 조카들과 조곤조곤 얘기도 잘하고 조카들이 외할머니를 "우리 인자 씨, 너무 귀여워요~"하면서 사랑을 표현해도 관계가 좋다고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막내다. 어떤 친구는 동생이 있었으면 했고 가끔 애들을 보면 좋아하기도 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로 충분했던 것 같다. 집에 막내도 나로 충분했고, 딱히 조카 외에 아이들은 이쁘지도 않았다. 귀여울 수는 있어도 그렇게 정이 가거나 귀엽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런 심리였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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