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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친구의 결혼식!
싱글에게 늘 따라오는 질문

40대 친구가 결혼하면 생기는 일

by 가필드

2025년 3월의 봄날, 친구가 드디어 좋은 사람을 만나 오늘 결혼식을 올렸다.


40대 초반의 친구인데, 결혼식이 있을 때면 늘 비슷한 일이 생기곤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토리 1.


"혹시... 결혼하는 예비신랑의 지인은 없다니?"


친구라고 표현을 했지만 동년배가 아닌 회사에서 만났던 후배로 나이로는 동생에 가깝지만 일할 때는 서로 프로답게 열심히 했던 동료였다. 40대의 결혼인데, 일요일에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니 엄마뿐 아니라 모든 가족이 되묻는다. 호기심 반, 가능성이 있는지를 타진하는 마음 반!


가족들: "아직 결혼하는 친구가 있어?"
나: "회사에서 나왔으니 친구인데 나보다 어려. 40대 초 OO 년 생이야"
가족들: "아~, 그래도 40대인데, 혹시....(침묵... 소리 없는 눈짓들..)"


안 들어도 알 것 같은 눈초리! '혹시 그 친구 주변에 좋은 사람은 없다니?'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40대 싱글에 대한 관심이 끊어졌다가도 이런 결혼식이 있으면 화들짝 놀라 묻는 가족들 모습이나 가끔 동년배 친구들도 보다 보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도,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다.


나라고 뭐 축하하는 마음만 있고 편하기만 할까? 20대에는 내가 결혼할 것은 아니어서 그냥 결혼식을 다녔고, 30대에는 가야만 하니까, 회사친구, 학교 친구 또는 거래처나 회사 관련 파트너사에도 갔었다. 친구 결혼식을 지금 결혼할 때이니까 당연히 갔고. 그래서 마음에 어떤 심정이 있지는 않고 마냥 축하를 해줬던 것 같다.


그런데 40대가 되면 축하와 함께 부러움이 많이 생긴다. 이젠 결혼식에 가면 아이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거나 기혼인 분들이 많아 다수 아이들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그냥 듣기만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런 경험은 정말이지 내가 기혼자가 되기 전에는 없어지지 않을 감정인 것 같고, 가족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도 능글맞게 잘 넘기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아. 아휴~ 언제까지 그래야 할는지! ^^;;




스토리 2.


결혼은 친구가 하는데, 나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헤어숍을 간다!


친구 결혼인데 왜 나는 왜 다이어트를 하는 걸까? 친구 결혼에 다른 동료들도 옷 사고, 구두 사고, 오래간만에 헤어숍 가서 머리를 정리했다고 한다. 그렇게 돈이 많이 들었다면서 모두 푸념처럼 말하고 ㅋㅋㅋ 웃는다.


인륜지대사! 이건 결혼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그래도 조금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대사인 것 같다. 청첩장을 받고 집에 돌아와 옷장을 뒤지며, '뭐 입고 가지? 아, 입을 게 없네! 바지도 안 맞고, 구두도 딱히 없네!' 이렇게 궁시렁거린다.


그리고 일단 한번 갈 결혼식! 옷을 사기보다는 '살부터 빼야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한 2주 단백질 다이어트! 아침마다 체중을 재고, 야식 금지라고 마음먹고 시작한다.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부터 배가 고프다. 다행히 늘 먹던 야식을 100%로 끊지는 못하고 줄였더니, 이야 2주에 3.5kg가 빠졌다. 결국 입고 갈 바지는 해결!


이젠 헤어 정리를 위해 3일 전 헤어숍으로 향한다. 갈까 말까 하다 참았다가 이번기회에 가야겠다 생각하며 헤어컷을 하고 정리를 한다. 사실 나만 그러한가 했더니... 너무 신기하게 오늘 만난 다수가 이렇게 말한다.


"OO결혼식 때문에 청담동 헤어숍 가고 옷 사고... 돈 많이~ 들었단 말이지!"
"오랜만에 정장을 입었더니 신고갈 구두가 없어 그냥 부츠 신고 왔어!"
"다이어트는 그래도, 내 살 뺀 거니까 그나마 좋은 일인데! ㅎㅎㅎ"


여자들만 그러한가? 어쨌든 이 날을 위해 살을 좀 뺐으니 이것은 득이기는 하다. 이왕 시작한 것, 봄이 시작됐고 곧 여름이 올 테니 좀 더 빼야겠다.




스토리 3

오랜 동료와의 만남! 설렘과 걱정 사이!

but 좋은 사람들과는 다시 봐도 좋다.


6-7년 만의 만남. 결혼식을 계기로 이전 회사 동료들과 재회하게 되었다. 그때 팀장이었던 조금 걱정이 있었다. 아무래도 팀장이었던 지라 모두와 가까이 지내지 않았고, 나이차이와 오랜 시간 동안의 단절이 조금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걱정은 확실히 기우였다.


놀랍게도 모두가 예전 그대로였다. 외모, 성격, 말투까지! 처음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곧 이런저런 이야기로 재잘재잘 말하면서 계속 웃게 되었다.


물론 변화도 있었다. 주임이었던 친구들은 이제는 30대 중반이 되었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엄가가 된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할 수록 그 변화를 느낄 수가 없었다.


한결같은 모습의 그들을 보면서, 당시에는 일에 치여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모두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었는지, 함께 일 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도 말이다.


일하는 과정에서는 소소한 갈등들도 분명 있었지만 그러한 것들은 돌아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만남을 통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맞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좋은 사람들의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 또다시 만날 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분명 우리는 오늘 같이 말할 것 같다.


"하나도 안 변했다! 너무 다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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