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명절마다 갔던 목욕탕
2025.01.31
우리 집에는 명절마다 가족들이 습관처럼 해오던 행동이 있다. 바로 명절 전이나 후로 목욕탕을 가는 것!
뭐랄까, 이건 집안의 정해진 규칙과 같은 것은 아닌데 아마도 어릴 때부터의 가족들이 갖게 된 습관 같은 것 같다. 어린 조카들까지 당연시하는 것을 보면 서로들 그리 싫어하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어릴 때 우리 집은 집에 목욕시설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지금처럼 쉽게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없었다. 특히 때를 미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이 더욱 어려웠다. 그리고 늘 반드시 목욕탕을 가는 시기가 있었는데, 학교에서 신체검사받을 때와 명절 때이다.
그렇다고 그때만 목욕을 간 것은 아니니 혹시 어우~ 그런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것이 명절인데, 아무래도 우리는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때 빼고 광낸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날에 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명절을 정말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명절 때 목욕탕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이 시기에는 너무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은 어른들(엄마)끼리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이 낯설지 않게 자주 하던 행동들이었던 것 같다. 나의 기억에는 그러한 것 같다. 커서 20대에 목욕탕에 혼자 갈 때 등은 밀고 싶고 이럴 때 가끔 근처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고 같이 서로 등을 밀어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어려운 것 같다. 왜 그런 걸까?
내가 이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최근에 가족들과 어김없이 목욕탕을 갔을 때 마침 내가 혼자 앉아있어서였는지, 옆자리 연세가 지긋하신 아주머님이 "등 밀어줄까요?"라고 묻는데, 나는 그 짧은 시간에 '어, 싫은데... '생각하며 "가족들이 있어요!" 말하고 마지못해, "아주머니 등 밀어드릴까요?" 라고 되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친구들과 같이 왔는데, 혼자 온 것 같아서 밀어주려고 했어요. 괜찮아요!" 라며 웃으셨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 물었다. '등 밀어줄까요?'
짧은 시간 나는 싫은데 생각하며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아주머니 등 밀어드릴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에 어르신이 웃으면서 말씀하시길,
'친구들과 같이 왔는데, 혼자 온 것 같아서 밀어주려고 했어요. 괜찮아요!'
그런데 이때 나는 마냥 부끄러웠다. 사람의 선의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 등 밀어주기 싫은데... 힘든데... 어쩌지? 에휴' 이런 마음이었던 것이다.
지레짐작하며 싫다는 감정이 앞섰는데, 내가 너무 불편한 일은 먼저 하기 싫어하는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아마 예전의 나는 그러지 않았기에 말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고 남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어른 말이다.
어쩌면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내 내 모습에 싫었던 것 같다. 아니 싫고 좋음이 아니라 실망을 한 것 같다. 선의의 사람들에게 방어를 하는 모습 같았기에 말이다.
그리고, 물어봐주셨던 어르신에게 매우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이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흠칫 나의 모습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말이다. 혹여 앞으로 누군가가 물어올 때 당연히 "네, 괜찮아요. 밀어드릴게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목욕탕 사연으로 문득, 컬투쇼에서 들었던 코요테의 빽가의 사연이 생각나 추가해 봅니다. 조금 웃기기도 하고요. 물론 결은 다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스토리입니다.
빽가는 "저희 아버지가 진짜 양반 중 양반이시다. 근데 얼마 전 목욕탕에 가서 싸움을 하셨다더라. 저희 아버지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고 이해와 사랑과 평화밖에 없으신 분이다"라고 운을 떼며 아버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빽가는 "어떤 남자분이 아버지를 계속 쳐다봤다더라. 남자들 성향 자체가 오래 쳐다보면 '뭐야?'하고 싸우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계속 보셨다더라. 기분 나쁜데 사랑과 평화시니까 그냥 있었는데 계속 쳐다보셨다더라. 그걸 떠나서 알몸이고 나체인데 보니까 성추행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잖나. 알몸을 계속 보니까. 참다 참다 가서 한마디 하려고, '왜 자꾸 쳐다보는 겁니까?'라고 하려고 했단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가자마자 화도 내기 전 상대방이 '제가 먼저 등 밀어드릴게요'라고 냉큼 말했다고. 빽가는 "등 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소심해서 말을 못 하고 계셨던 거다. 그래서 아버지가 죄송하다고 서로 등 밀어줬다더라. 나체일 때 상대방의 몸을 보면 오해받을 수 있겠더라"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눈으로는 벌써 등을 밀었다"라고 너스레 떨었다.
(출처: 뉴스엔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502211150306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