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목표에서 제주 가는 퀸제누비아 승선하기
내 차로 제주도에 가는 것을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4-5년 남해로 종종 차로 여행을 올 때, 특히 거제도에 갔을 때 '제주도에도 갈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아직 회사에 소속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올해 초, 다시 한번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고 3월에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제안받은 새로운 프리랜스 프로젝트와 자격증 시험 등이 겹치면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가 이러다가는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3월 28일 화요일, 저녁에 배편을 검색하고 예약하여 오늘 드디어 가게 되었다. 미리미리 해두면 좋을 것을... 매번 검색만 하다가 결국 전달 오랜 시간 정보를 다시 찾아보고 결정했다.
준비물
배편 예약 완료: 목포 출발 > 제주 도착
2023. 03. 30 (목) 01:00-06:00 / 퀸제누비아 호
오늘의 일정
2023.03.29 (수) 14:10, 서울 출발 (날씨 맑음)
16:30 군산 게스트하우스 도착
19:00 목포 국제 터미널 도착(목표 시 해안동 1가 10-6번지), 배편을 확인하고,
19:30 좋은 상회에서 저녁
20:00 목화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대화
21:00 목포 국제터미널 퀸제비아에 차를 승선시키다 ( 너무 일찍 와서 맨 아래에 선착했고, 나중에 나올 때도 가장 오래 걸린 듯함.)
21:30 승선시작 (빨리 오면 승선할 때는 기다림 없이 할 수 있어 좋았다)
22:00 잘 곳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켤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자리 잡고, 오늘의 하루 작성
2023.03.30 (목) 06:00, 제주연안터미널 도착
01:00 1시보다는 좀 더 일찍 출발한 듯하다. 출발을 기념하여 배 위로 올라가 보았는데, 너무 높아서 밑을 내려다보는 것이 좀 무서웠다. 그럼에도 한 바퀴 돌고 다시 실내로 들어감
02:00 취침
06:00 제주 연안터미널 도착
승선시 Tip
자동차: 너무 일찍 와서 맨 아래에 선착했고, 나중에 나올 때도 가장 오래 걸린 듯함.)
사람 승선: 빨리 오면 승선할 때는 기다림 없이 할 수 있어 좋았다)
가끔 가고는 했던 게스트하우스에 남겨두고 온 친구의 책이 잘 있는지 보러 가다
04:30 pm, 군산 달 게스트하우스
4-5년 전 여행을 다닐 때 가끔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이다. 남해로 갈 때 너무 긴 여정이라 중간지점으로 머무르기에 딱 좋은 위치이다. 숙박비로 매우 알뜰하고, 청결하고, 그리고 아침 조식이 최고이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문득 생각이 났고, 친구의 책을 하루 만에 다 읽고 다른 여행객을 위해 남겨두었던 것이 생각나 들렀다. 책이 잘 있을까도 싶고 하여. 머물까도 생각했으나 제주여행 일정과 맞지가 않아 이번에는 잠시 들러 커피 한 잔만 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게스트하우스도 문을 닫기도 하고 사장님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곳은 여전히 같은 사장님이시다. 혹시나 기억하시는지 여쭈었는데... ㅎㅎ 기억을 하신다. 그렇게 수많은 숙박객 중에도 얼굴을 보면, 또는 어떠한 스토리에 기억이 나기도 한다고 한다. 여전히 건강하시고 게스트하우스도 잘 운영하고 계신다. 평점은 여전히 높다고 한다. 그럴만한 것이 청결하고 조용하기도 하지만, 조식은 정말이지 그 가격에 최고였던 것 같다.
여기 사장님은 여행을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어 말씀드렸더니, 여행 동료들의 여행일지와 달력을 보여주셨다. 보통 관광지라기보다는 그러한 관광지를 조금은 벗어난 곳들을 다니셨던 듯하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를 하니 여행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한다. 주문한 커피에 다과 하나를 선물로 주시며 반갑다고 고맙다고 하시는데, 내가 더 반갑고 고마웠다.
참으로 묘하다. 우리가 어떠한 깊은 인연도 아닐 텐데, 스치는 인연이었을 텐데도 이렇게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을 보면 여행이 그러한 것인듯하다. 마음을 열게 하고, 서로에 대해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고,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기에 있는 또는 보이는 그대로만으로 대한다. 깊이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다른 면으로 깊이 있게 대하는 관계말이다.
드디어 목포에 도착하다
07:30 pm, 좋은 상회에서 황태콩나물 국밥으로 저녁을 하다
황태콩나물 국밥(해장국)을 주문했는데, 새싹인삼이 서비스와 오렌지가 서비스로 나왔다.
너무 신박하지 않은지! 옆집이 새싹인삼을 파는 곳이라 맛을 보라면 친절하게 주셨다. 저녁이라 손님이 없는데 국밥 먹으러 온 나에게 준 것 같다.
08:30 pm, 목화카페 & 베이커리
배 선착은 8시 시작이지만, 블로그 정보로 보니 너무 일찍 선착하면 늦게 나온다고 하기에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주변을 돌아보니 열린 카페가 있어 들어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인사를 했다.
'아직 배편 시간이 남아서 말이죠'
'제주도 여행 가세요? 혼자서? 오, 멋지다'라고 여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이렇게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고, 목포 바다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목포바다는 호수같이 평소에는 잔잔하다고. 섬들이 많고 용처럼 긴 섬이 있어 파도가 오다가 부딪치면서 잔잔해진다고 하시는데 아쉽게 늦은 시간에 도착에 목포 바닷가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강릉바다와 남해도 많이 다르다는 말을 했는데, 목포는 서해라고 하신다. ㅎㅎ
그러다 나온 지역별 바다의 모습과 각 지역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름에 놀랐다.
강릉바다: 색이 짙고, 파도도 강하다. 깊은 느낌. 그런데 모래사장도 넓다
목포바다: 호수 같다. 잔잔하고 색도 연하다. 그래서 파도 피해도 없는 편이다. 그런데 모래사장이 없다. 어릴 때는 있었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없다고 한다. 바로 깊어진다고 한다.
목포 사람 Vs 강원 사람
목포 사람인 카페 사장님이 강원도를 갔을 때: 너무 답답했다. 산들이 높다 보니 꽉 막힌 느낌이었다.
강원도 사람이 목포로 와서 살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목포에 왔을 때 너무 건물도 산도 낮고 평평해서 벌거벗겨진 느낌이었다. 1년 정도 지나니 익숙해지더라.
내륙 사람에 대해: 목포사람들은 지나가던 사람도 밥을 먹이고 인사를 하는데, 내륙사람들은 인사를 해도 인사하지 않더라.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포인트이다. 우리나라도 지역적 이슈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사실 거의 느껴보지 못한 포인트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사는 곳의 자연환경이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웃기기도 했다. 벌거벗겨진 느낌이라니... ㅎㅎㅎ
이렇듯 여행은 모르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만든다. 왜일까?
나를 몰라서? 내가 그 사람들을 몰라서? 아니면.....
10:20 pm, 퀸제누비아호에 배를 선착하고 드디어 탑승하다.
모바일 선착권이 발급되어있지 않아 배 선착하시는 분이 별도 체크하고 배 선착증을 주신다. 9시 이후에 가라고 해서 늦게 온다고 왔는데 너무 일찍 왔던 것 같다. 선착된 곳이 지하 1층 맨 아래층이다. 뒤로 후진하는데 꽤나 무서웠는데, 다행히 선착해 주시는 분들이 익숙한지 친절하게 가이드해 주셔서 잘 선착했다.
그리고 표지판을 따라 다시 사람들을 확인하고 탑승하는 매표소로 이동했다. 자동차 선착과는 달리 탑승할 때는 빨리 온 것이 다행인지 빠르게 승선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좀 뭐랄까 old 한 느낌이 있다. 사진과 영상보다는 아담한 느낌도 있고 말이다. 카페 여사장님이 새로 지은 배라면서 좋을 거라고 하셨는데, 깔끔한 정도랄까? ^^;;
그리고 표지판을 따라 다시 사람들을 확인하고 탑승하는 매표소로 이동했다. 자동차 선착과는 달리 탑승할 때는 빨리 온 것이 다행인지 빠르게 승선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좀 뭐랄까 old 한 느낌이 있다. 사진과 영상보다는 아담한 느낌도 있고 말이다. 카페 여사장님이 새로 지은 배라면서 좋을 거라고 하셨는데, 깔끔한 정도랄까? ^^;;
스탠다드 다인침대
먼저 잠을 잘 장소로 이동하는데, 스탠더드라 여러 명이 자는 것은 알았지만, 남녀가 섞여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골드스텔라에는 여성/남성 구분이 있었던 듯하여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외국에서는 기차도 배도 상관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잠만 잘 잘 수 있다면 괜찮다.
배가 떠나는 순간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배 선상에도 올라가 보았다. 나이가 든 것일까? '와~' 이런 느낌이 없는 것은 왜일까? 5시간 운전의 피로가 지금에 느껴지는 것 같다. 배 위에 오르니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근 높아 슬쩍 떠날 준비를 하는 배를 기념으로 찍었다. 이렇게 배가 선착장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2023. 03. 30 1:50 am
책을 읽다 잠을 자기 위해 스탠더드룸에 들어왔다. 아, 이 칙칙한 냄새란… 냄새가 좀 칙칙하다. ^^;; 코 고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전에 독일기차여행에서 들었던 기차뚜껑 열리는 것 같던 소리에 비하면 견딜만하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이곳에서 잘 것 같지 않다. 냄새가 견디기 쉽지는 않다. ^^;;
바로 잠이 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 책을 읽다가, 내일을 위해 겨우 잠이 들었다.
내 차로 여행 가기 첫날의 소감은, '아, 드디어 간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을...'이다.
왜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였던 걸까? 시간은 많은데, 여행을 하자니 무언가를 해야 하는 내가 너무 여유롭게 생각하는 아닌가 하는 마음속의 죄책감도 생기고, 돈을 써야 하니 그 또한 한편으로 신경이 쓰이고, 여행 준비를 하자니 무언가를 계획하는 게 한편으로 귀찮은 느낌...
그럼에도, 시작을 하면 무언가 달라짐에 생각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절실하게 다시 한번 느끼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