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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필드 Nov 12. 2024

오랜 친구와의 인연, 끊이지 않는 이유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결: 내가 연락하면 된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결: 내가 연락하면 된다!


2024년 10월, 거의 10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를 만나게 된 계기는 오랜만에 보냈던 톡이었다. 가끔 서로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친구에게 연락할 때 서로 동시에 연락을 하거나 연락하려고 하거나 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다. 

9월 어느 날, 문득 여름이 되어가는 시드니가 궁금했고, 시드니에 있는 친구가 생각나 톡을 보냈다.

'친구야~ 오랜만에 톡 하는데 너 맞지? 아직 시드니에 살지? 한국은 왔던 적 있어?'

'어, 친구야. 통화가능?? 소름 끼친다. 담주에 나 서울 가는데...'



2024년 10월, 거의 10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호주로 떠난 후,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만나는 것 같다. 신기한 것은 우리는 1년에 한두 번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 정도로 거의 연락을 하지는 않는다. 잘 살고 있으려니 생각하며, 가끔 "잘 지내?" 하고 툭 던지곤 한다. 대화도 별다른 얘기 없이 "그래 잘 지내! 넌 별일 없지? 여기 날씨 참 더워"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서로 친하지 않은, 친구라기에는 애매한 관계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린 싸운 적도 없고,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정말 한결같이 편한 친구다. 뜸한 시간 속에서도 친구 관계가 오래갈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고 서로 먼저 연락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 때 나는 연락이 자주 없는 친구들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누가 먼저 연락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창 놀고 싶었을 때는 종종 힘 빠지기 하는 일이었다. '왜 내가 매번 먼저 연락을 하는데? 넌 왜 연락이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런 심리에 대해 나는 이 친구와 고등학교 때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시골에 살았었다. 고등학교는 멀었고 등하교는 문제가 없었지만, 친구들과 만나거나 할 때는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반면, 같은 시내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바로 볼 수 있다 보니 한창 놀고 싶던 나는 가끔 먼 거리의 집이 아쉽기도 하고 친구들이 미리 연락을 주지 않는 것에 서운하기도 했다. 그때 나의 불편한 심정을 들은 친구가 해줬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친구야, 네가 좋아하는 친구라면 그냥 네가 먼저 연락하면 돼.
그 친구가 어떤 이유로 네게 연락을 못하거나, 원래 연락을 안 하는 성격일 수도 있지. 그래도 네가 좋으면 되지 않아? 누가 먼저 연락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응!



결론은 이랬다. 문장 그대로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를 만나서 즐겁고, 계속 그런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그냥 기다리지 말고 네가 먼저 연락하고 만나면 된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락하지 않으면 그 인연도 끊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결국 내가 잘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생각날 때 연락하고 안부 묻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랬을까 싶다. 밀당도 아니고 말이다. 사실 밀당도 잘 못하지만. "그냥 내가 좋으면 하는 거야. 그걸로 충분하다."는 메시지가 어른이 되어서도 내 삶의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불편한 심리가 가끔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연락이 뜸해지거나 자주 못 보는 상황이 많이 생기는데 그러다 보면 인연이 끊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래 내가 하지 뭐!'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그 사람이 생각날 때 가볍게 톡을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 


가끔은 너무 연락이 없는 친구에게는 '연락이 아니더라도 답변이라도 좀 해라. 그런다 연 끊긴다!'라며 웃으면서 툭 한마디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이지 잘 바뀌지 않는다. 그것도 성격인 건지... 이젠 그러려니 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회사 상사에게 바로 답장하고, 전화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황당스럽지만, 한편 직장인의 비애 같은 느낌도 든다.



연말이 되면 네트워크를 정리한다며, 연락처를 정리하는 사람이 있다. 싫은 옛 상사나 동료, 도움이 안 되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정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연말에 그동안 연락을 못했던 사람들을 리스트업 하고, 연말을 계기로 안부를 묻거나 감사인사를 하는 것은 어떨까?


뻔한 연말 인사라도, 연말이기에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소중한 인연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1년에 한 번 연락을 해도 좋을 것 같다. 11월인 지금이 딱 리스트업을 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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