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느 해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 특히 올해 읽은 책들은 동화, 그림책, 에세이류가 많았던 것 같다.
올해 읽은 동화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다섯 편을 골라봤다.
순서는 랜덤이다.
담을 넘은 아이 / 김정민 / 비룡소 / 2019
비룡소 책을 좋아한다. <담을 넘은 아이>는 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마시멜로 수상작이나 역사 소설로도 어울렸을 것 같다. 그만큼 이야기 완성도가 높다.
주인공 푸실이(풀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는 어머니가 대감마님댁에 젖어미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푸실이 동생 귀손이와 막내 아기(나중 해님). 남녀 차별이 심했던 조선시대. 젖어미로 가면 아기는 젖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십중팔구 죽는 시대였다. 하지만 푸실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아기를 꽁꽁 쌓매서 시렁 위 함지에 두어 굶겨 죽이려 해도 푸실이는 끈질기게 어머니를 찾아간다.
우연히 여군자전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언문을 돌금이에게 배운 푸실이는, 그 책의 내용을 몽땅 외워버린다. 알고 보니 여군자전은 대감마님댁의 며느리가 쓴 책이었다. 효진 아가씨의 어머니이다. 푸실이를 통해 효진 아가씨와 효진 아가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젖어미라는 소재를 접하면서 여성의 운명에 대해 생각했다. 암소나 암캐 등의 운명과 여자의 운명은 그리 다를까? 건강한 아기에게는 보약이지만 굶기를 밥 먹듯이 한 허약한 아이에게는 독약인 약을 푸실이 어머니에게 먹인 부분에서 소름이 끼쳤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 인간을 차별하고 구분 짓는 사고가 지금도 만연해 있다.
인간의 존엄성, 평등, 정의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하는 좋은 동화다.
김정민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썸머썸머 베케이션 / 이희영 / 살림Friends / 2017
이 책으로 이희영 작가는 내 최애 작가가 되었다.
<페인트>도 좋았지만, <썸머썸머 베케이션>은 따뜻하고, 웃기고, 감동적이다.
작가의 주제의식이 나와도 맞닿아 있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나보다 훨씬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아버지가 죽고, 아버지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온 하준이 가족.
아버지 사고 이후, 강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은 형 동준.
그림책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은 어린 동준이 형은 바늘로 찍어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냉혈한?으로 변한다. 물론 그건 그냥 겉모습일 뿐 아직 그 여린 형은 남아 있다. (잘 들어내진 않지만)
반대로 하준이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오지랖이 넓다.
미용실을 하는 엄마, 후성 슈퍼 주인 아줌마, 청과 주인아줌마, 정육점 아저씨.
한 동네를 이루며 서로 힘이 되지만, 어느 날 살던 고향이 개발 바람이 불면서 위기도 닥친다.
와중에 동준이는 첫사랑 때문에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 때문에 당황하고,
원하지도 않은 삼각관계 주인공이 된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를 참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잘 엮고 있다.
공동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든다.
동준이네 가족의 앞으로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원더 / R.J. 필라시오 / 책콩 / 2017
영화를 먼저 봤었다. 사랑스러운 어기의 가족들.
무엇보다 관심과 애정, 마음을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The Universe
no, no, it's not all random, it if really was all random, the universe would abandon us completely. and the universe doesn't it takes care of its most fragile creations in ways we can't see. like with parents who adore you blindly, and a big sister who feels guilty for being human over you. an da lite gravelly-voiced kid whose friends have left him over you. and even a pink-hared girl who carries your picture in her wallet maybe it is a lottery, but the universe makes it all even out in the end. the universe takes care of all its birds. (p204)
바람을 가르다 / 김혜온 / 샘터사 / 2017
세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람을 가르다>는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찬우는 짝꿍 용재와 자전거를 타며 해방감을 느낀다.
살짝 단순하고 용감?한 용재는 찬우의 경호를 자처한다. 하지만 무모하게 자전거를 타다가 찬우는 살짝 다치고 용재는 한 달 입원해야 했다.
퇴원하고 함께 2인용 자전거를 타는 엔딩은 독자를 흐뭇하게 한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는 자폐증이 있는 오빠를 돌보는 동생 해미의 이야기다. 오빠 때문에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도 없고, 오빠가 사고를 칠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부모님도 오로지 형이 우선인 것 같고.... 그런 해미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보통 지적장애인의 형제자매는 소외되기 마련인 것 같다.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의 마 선생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유빈이라는 발달 장애 학생을 통해 우락부락했던 교사는 부드러운 양처럼 변하려고 한다. 유빈이를 감싸는 친구들의 모습도 참 사랑스럽다. <공감의 뿌리>에서 유아가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것 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서 살 때의 순기능을 따뜻하게 보여줘서 반가웠다.
잔혹한 통과의례 / 제리 스피넬리 / 보물창고 / 2012
원서로 읽었다. 저자는 잔인한 전통에 대한 한 아이의 갈등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한 마을에서는 매년 여름 '오락'의 목적으로 비둘기 몇 천 마리를 살해한다.
단지 어른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10살 이상 소년들도 살해에 참여한다. 즉 부상당한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 죽이는 일이다. 바로 '링어'
주인공 파머는 정상적인 아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더 감수성이 발달한 정도?
파머는 10살이 되는 것이 두렵다. 자신도 '링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와중에 갑자기 파머의 창문에 비둘기가 나타난다. 거의 일 년 동안 파머는 그 비둘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 곳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상징적이다. 말도 안 되지만 저자가 그렇게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오래된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진짜 어렵다. 이 마을에는 동물보호단체도 없나 싶을 정도다;;;
뭐 소설은 그냥 소설로 봐줘야지...
하지만 저자의 인물 설정이나 심리 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특히 왕따 가해자의 행동이나 상황에 변명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타고난 잔인성... 그리고 타고난 인간성.... 고양이를 이용한 점이 조금 맘에 안 들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