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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란 May 24. 2023

2023년 5월 이달의 여행 <완주 & 전주>

주말에 비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완주, 전주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들었다. 

같이 가기로 한 S에게 살며시 문자를 보냈다. 

비 오는 데 여행 갈 거예요?

그랬더니 본인은 이미 1박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그래 가자.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완주를 가겠어.


원래 비 오는 날은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출근 아니면 웬만해서는 안 나간다. (심지어 비 와서 휴가를 낸 적도 있다.)

이래서 혼자 여행보다는 함께 가는 여행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 때문이다.

아침 일찍 수원역에서 전주 가는 기차를 탔다. 그리고 전주역에서 만나 삼례역 가는 열차로 갈아탔다.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읍까지 온 이유는 바로 그림책 미술관 때문이다. 얼마 전 지인이 그림책 미술관에 대해서 알려줬고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마침 전주영화제 있는 기간이라 영화제도 보고, 그림책 미술관도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생각보다 퍼붓지 않아 삼례역에서 그림책 미술관까지 걷기로 했다.

역을 나서자마자 '삼례문화예술촌'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삼례는 한적한 시골 느낌이다. 목포와 군산이랑 비슷하달까? 하지만 훨씬 고즈넉하다. 

주말이지만 비 때문에 야외 행사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림책 미술관

http://www.picturebookmuseum.com/board/index.php

옛 양곡공장을 개조해 만든 그림책과 그림책 삽화를 전문적으로 수집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특화 미술관이다. 

가기 전에는 서점을 생각하고 갔던 것 같다. 내가 보는 관점은 미술관보다는 그림책이었나 보다.

그림책 미술관에 들어서니, 문화 공연 공간을 연상시켰다. 중앙에 큰 무대가 있고 벽 쪽에 삽화들이 걸려있다. 

1층에는 헌책방 무인 판매대와 기념품 숍, 기획전시가 있다.

2층에는 상설전시 공간으로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 전시가 있었다.

사실 이 전시가 제일 흥미로웠다. 랜돌프 칼데콧은 익숙한데 케이트 그린어웨이와 월터 크레인은 생소했다. 

삽화를 보니 그 당시 책들은 손바닥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4.27~5.6)

전주 영화제는 세 번째인 것 같다. 전주 영화제는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영화제 참가할 때는 1박을 하고 가는데 내일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저녁 버스를 끊었다. 

원래 GV가 있는 영화를 고르는데, 이날은 시간에 맞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중국 감독 영화 <양쯔의 혼돈>을 예매했다. 


양쯔의 혼돈 (2022, 101분)

동아시아 영화 특별선으로 리 쥬에 감독 영화다. 

열 살 양쯔는 이혼한 엄마가 왜 자신을 버렸는지 궁금해 일기장을 훔쳐본다. 사실 딸보다는 양쯔 엄마 메이휘가 주인공이다. 보통 중국 영화를 보면 상하이나 북경이 나왔는데 이 영화는 다른 지방이라 낯설었다. 아직도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갖은 중소도시 중국과 커리어 우먼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고 있어서 무척 답답했다. 

메이휘의 어머니도 이혼했는데, 어머니의 환갑잔치에 이혼한 남편과 새 부인이 같이 오는 설정이 이해가 안 됐다. (진짜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가?)

만약 리 쥬에 감독을 만났다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찍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솔직히 양쯔가 혼돈스러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도 보면서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 처럼 답답함을 느꼈는데 양쯔는 오죽했겠어;;)


https://www.jeonjufest.kr/


총평

완주에 간 건 대 만족이다. 비도 오고 전주 영화제 예매 때문에 느긋하게 돌아볼 수 없었지만 문화예술촌에 민박이 된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일주일 정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치기 여행이 나쁘진 않지만 집에 돌아온 시간은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돌아오는 기차표를 미리미리 끊어 놓거나 버스를 탄다면 정안휴게소에서 환승하는 방법도 다음에 생각해 봐야겠다. 몸은 피곤했지만 기억에 남는 당일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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