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급식소

블라인드 회장 선거 (4)

by 나호란

“그게 네 의견이었어?”


민아는 린과 공원으로 걸어가면서 블라인드 선거 얘기를 했다. 공원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에 린은 매일 물과 밥을 주러 갔다. 오늘은 민아도 같이 가기로 한 날이다.


“나도 내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들 좋은 생각이라 해줘서 기뻤어.”


민아는 한 번도 반장 선거나 학급 일에 자진해서 참여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에 아이들이 호응해 주고 들어줘서 은근히 뿌듯했다.


“여기야.”


린은 공원 한편에 위치한 고양이 급식소를 가리켰다. 린이 가방에서 물과 사료를 꺼냈다. 물을 따르자 나무 뒤에 숨어있던 흰 고양이가 다가와서 마시기 시작했다.


“근데, 다모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지는 몰랐지.”


“모두 그동안 선거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이렇게 좋은 제안을 해주니까 다들 찬성한 거지.”


민아는 린 옆에 쭈그리고 앉아 물을 마시는 고양이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 고양이 니들이 버린 거야?”


민아와 린은 당황해서 순간 멈칫했다.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화난 얼굴로 서 있었다.


“아니요. 저흰 그냥 길고양이 먹이 챙겨주고 있어요.”


린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렇게 고양이 챙길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 학생이 뭐 이런데 신경 써? 고양이들 때문에 얼마나 불편한 줄 알아?”


아저씨는 자신의 할 말만 하고 휙 돌아서 걸어갔다.


민아와 린은 당황해서 아저씨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봤다.


“린아 이런 일 자주 있어?”


“밥그릇을 엎거나 발로 차고 가는 사람들은 있었는데 저런 사람은 처음이야.”


린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근데 여기 급식소 두면 위험하지 않을까? 저런 아저씨가 또 나타나면 어떡해?”


“그러게. 걱정이다.”


린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공원에 급식소 두는 건 위험한 것 같아. 뭐 좋은 방법 없을까?”


“맞아. 우리 학교에 급식소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고양이 괴롭히는 일도 없고.”


“린아, 너 이번 회장 선거에 나가라. 공약으로 학교에 고양이 급식소 만드는 거 제안해봐.”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내일 당장 학교 가서 급식소 하면 좋을 곳 찾아보자.”


“좋아! 내일 점심시간에 같이 둘러보자! 그리고 당분간 너 혼자 여기 오지 마. 내가 같이 와줄게. 또 이상한 사람 만나면 어쩌려고.”


“고마워, 민아야. 역시 내 베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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