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회장 선거 (5)
민아는 방에서 린과 선거 공약을 함께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린을 밀어주려고 했는데, 민아가 안 나가면 린도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민아도 학생회장 선거에 등록했다.
“우선 공약을 5분 내로 발표해야 하니까 원고를 최대한 간결하고 귀에 쏙 박히게 정리하자.”
린은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문구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공정성을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지만, 시청각 자료로 공약을 준비하거나 포스터를 만들어 가져가는 것은 가능했다.
“민아야, 넌 공약 뭐로 할 거야?”
“음…. 생각해 봤는데, 난 학교에서 외모 차별을 금지하고 싶어.”
“와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남학생들은 여자들 못생겼다고 놀리고 여자들은 다이어트 한다고 맨날 굶고 정말 심각해.”
“그치? 장미만 봐도 맨날 뚱뚱한 애들 무시하고 선생님들도 여자답게 하라고 하고.”
“외모 얘기만 안 해도 학교생활이 훨씬 편할 텐데.”
지난번 주임 선생님한테 머리가 짧다고 지적당한 이후 민아는 계속 찜찜했다. 여자라서 머리가 짧으면 보기 안 좋고 남자라서 꽁지머리 하면 안 된다는 편견을 대 놓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이해가 안 갔다.
“린아, 아까 점심때 고양이 급식소 할만한 장소 둘러보니 어땠어?”
민아는 낮에 린과 운동장 옆과 후문 쪽을 둘러보고 왔었다.
“찾아보니까 대구 한 학교에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더라고. 거기는 동아리도 만들어서 동물권에 대해서도 공부한대. 근데 난 고양이 급식소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유기 동물 보호소를 학교에 만들어 보고 싶어. 매년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 넘거든. 나보다 약한 생명체를 돌보면 학교 폭력 문제나 왕따 문제도 없어지지 않을까?”
처음에는 공원에서 아무 죄 없는 고양이들이 불쌍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만약 학교에서 급식소가 생기면 정말 특별한 학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박이다! 학교에 보호소가 설치되면 나도 도울게!”
민아와 린은 다음 주에 발표할 공약을 서로 봐주고 연습도 함께 했다. 민아도 자신의 공약이 너무 심각하고 실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발표하면 아이들이나 선생님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말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투표 당일. 후보들은 아침 일찍 나와 공약을 사전 녹화해야 했다. 민아와 린은 함께 체육관에 도착했다. 장미와 서준이도 이미 와 있었다. 장미와 서준이는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었다. 체육관에 후보자들이 모두 모이자 도윤이를 비롯한 선거관리위원회 5명이 들어왔다. 모두 ‘선거도우미’라는 파란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선거위원장을 맡은 도윤이가 녹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선거가 잘 진행하도록 도울 선거도우미입니다. 원래 11명의 후보가 등록을 했는데, 한 명은 공약을 말하고 다녔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선거에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총 10명의 후보로 공약 녹화를 진행할 겁니다.”
도윤이가 후보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선거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모두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해 녹화할 것입니다. 우선 순서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하겠습니다.”
후보들은 선거위원의 설명대로 상자에서 제비뽑기를 한 뒤 순서대로 방송실로 갔다. 민아는 4번 린은 9번이었다. 민아는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