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두 국립공원

가죽의 가치 (7)

by 나호란

월요일이 밝아 왔고 나는 티셔츠를 챙겨 해처리로 달려갔다. 새끼 악어들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가장 작고 연약한 놈을 들었다. 순순히 내 품 안에 안겼다. 가져온 티셔츠에 감싸 조심스럽게 안고 문밖으로 나왔다.


도현에게 문자를 남겼다.


형, 나 떠나요. 인사 못 하고 가서 미안해요.


제이슨에게 사표를 내고 악어 농장을 떠났다. 뭘 할지 계획은 없었다. 다윈의 가장 싼 숙소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구인 광고를 샅샅이 살폈다.


새끼 악어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키웠다. 혼자 덩그러니 있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정들까 봐 이름을 지어주지는 않았다. 메인트리에서는 아무도 이 녀석이 없어진 줄 모를 것이다. 수백 마리 중의 한 마리.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그랬었지? 길들이면 서로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고. 이 악어를 내가 길들일 수 있을까? 나에게 길들여질까? 어젯밤 새끼 악어는 내 옆에서 잤다.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퀸즐랜드 툴리의 바나나 농장에 자리를 구했다. 툴리로 이사 가기 전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카카두 국립공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새벽 6시 반 출발하는 하루 투어 자리가 있었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다윈에서 동쪽으로 120km 떨어져 있다. 새벽잠이 덜 깬 나는 관광버스 안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3시간 뒤 가이드가 카카두 국립공원에 도착했다는 안내에 눈을 떴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호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생태공원입니다. 애버리지니들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죠. 이들은 전통 생활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시 자연 그대로 보존된 천연 자연을 보려면 크루즈에 참여하세요. 여기 서식하는 악어는 4~7m 크기로 사람을 통째로 잡아 삼킵니다.”


곳곳에 악어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카카두 국립공원에는 악어가 1만 마리 이상 서식한다. 나는 ‘점핑 악어 투어’를 신청했다. 유일하게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허용되는 곳이라고 했다.


배를 타고 20분 나가자 악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 속에서 활보하는 악어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가이드는 닭고기가 매달린 막대를 악어 머리 위에 흔들었다.


‘역시 닭고기구나.’


나는 씩 웃었다. 악어 한 마리가 닭고기를 따라 천천히 다가오며 상반신을 강 밖으로 훅 내밀었다. 마치 혹등고래가 바다 밖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방으로 물방울이 떨어졌고 배 앞쪽에 탄 관광객들의 몸이 젖었다. 몇 번의 악어 쇼가 지나고 주변의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한 시간 반이 금방 흘렀다.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나는 들고 온 애견 캐리어를 더 가까이 몸쪽으로 당겼다.


두 시간 크루즈에서 돌아와 배에서 내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수풀 사이로 들어갔다. 들고 있던 애견 캐리어를 열었다. 녹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반려동물 이름을 음식으로 지으면 오래 산다고 해서 결국 새끼 악어에게 녹두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녹두야, 끝까지 살아남아 히틀러의 새턴처럼 83세까지 살아라.”


나는 조심스럽게 녹두를 강 속으로 풀어줬다. 녹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갈색 물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널 길들이진 못했구나.’


흰 구름 떼가 강가에 반사되어 강과 하늘의 경계를 허물었다. 강가에 한참 서서 사려진 녹두를 눈으로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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