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네팔 카트만두로 파견시 2013년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 소녀들을 위한 위생교육
나마스떼!
제가 네팔에 온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이곳에서 정신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1년을 돌이켜보면 지방 출장을 다니면서 만났던 네팔의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인심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네팔의 대안생리대 만들기 교육을 소개할까 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 대신 건강에 좋고 환경 친화적인 대안생리대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여성의 몸에 질염이나 가려움증, 생리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이를 소각하거나 매립할 경우 환경오염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 교육에 참가한 여학생
네팔에서는 여성의 83.59%가 면 생리대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면 생리대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는 상태에서 비위생적으로 관리 하다 보니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생리대를 사용하는 비율도 극히 미비하지만 특히 외진 산간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생리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는 학교들이 많은데다가 네팔 극서부 지역에서는 생리를 불순한 것으로 치부하여 생리 중에 있는 여성들을 가축우리에 재우는 풍습 (차우파디)도 남아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첫 월경을 시작하는 여아를 어두운 방이나 헛간에 재우기도 합니다. 아래 통계표에 나타나 있듯이 네팔에서 초경을 경험한 여아의 7.25%는 어두운 방에 살고, 응답자의 4.39%는 가축우리에서 잔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여성 가운데 30.14%는 생리 기간 중에 다른 가족과 격리된 방에서 생활해야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표 1. 10~24세 여성 생리기간 중 실태조사 통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이브더칠드런 네팔사무소는 작년 12월 바그룽 지역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안생리대 만들기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12월 15일, 저는 지역 NGO인 ‘비욘드네팔(Beyond Nepal)’소속 강사 2명과 함께 15시간 가량 차를 타고 바그룽으로 향했습니다.
대개 바그룽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바이라하와’ 행 비행기를 1시간 탄 뒤, 7시간 차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작년 12월은 유난히도 흐린 날씨 때문에 떠라이(평지) 지방의 항공편이 결항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번 일정 때도 비행기가 결항되어 카트만두에서 바이라하와까지 8시간 차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그룽은 네팔의 75개 지역 중 하나로 카트만두에서 272km 떨어져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바그룽의 지형은 네팔 전체 지도 모양과 흡사합니다. 이 지역은 59개 마을과 1개의 주도로 구성되어 있고 인구수는 총 26만 8,937 명입니다. 이번 대안생리대 만들기 교육을 실시하는 보방(Bobang) 마을과 아띠까리촐(Adhikarichaur)마을은 바그룽 지역 내에서도 가장 외딴 곳에 위치한 곳입니다. 때문에 정부 기관도 방문하지 못할 정도로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어렵습니다. 더욱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도로가 갖춰지지 않아 국제 NGO에서도 이 지역에서 일하길 꺼려하기 때문에 여러 사업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 주민들은 아동인권 혹은 아동권리 등 양질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보건위생시설, 집, 음식, 교육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제반 시설도 매우 열악한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족계획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없다 보니 출산율도 매우 높아 통계에 따르면 보통 한 가정에 7~10명의 자녀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반 강제적으로 집안일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혼이 전통 풍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소녀들은 12~13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조혼을 하게 되면, 죽은 뒤 사후 세계에서 머물 수 있는 자신의 공간이 마련된다고 믿습니다. ‘불가촉천민(Dalit, 달릿)’ 들이 사는 지역에는 이러한 믿음이 더욱 만연해 있습니다.
사진/ 바그룽 지역의 세이브더칠드런
한편, 대안생리대 만들기 교육을 처음으로 진행하기로 한 학교는 바그룽 지역의 아띠까리촐 마을에 있는 시바라야 고등학교와 보방 마을의 갸노다야 중등학교 입니다. 시바라야 고등학교에서는 25명의 여학생과 갸노다야 중등학교에서는 18명의 여학생이 참여했는데요. 참가자들은 7~10학년에 재학 중이며, 모두 월경에 대한 교육을 처음 받아본다고 말했습니다.
교육 시작에 앞서 참가자들의 월경관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사진/ 대안생리대 교육을 받고 있는 시바라야 고등학교의 학생들
사진/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하기 전, 설문지를 작성하는 여학생들(보방 갸노다야 중등학교)
설문조사 뒤에는 여성문제, 월경의 원인, 위생교육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사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들이 꽤 진지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번 교육의 하이라이트인 대안생리대 만들기 실습을 시작했습니다. 2010/11년 네팔 청소년실태조사에 의하면 10~24세 여성의 경우 83.59%가 일회용 생리대 대신 천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88.49%)에서는 도시(65.83%)보다 천을 사용하는 비율이 더욱 높습니다.
표 2. 10-24세 여성의 생리용품 사용 실태
사진/ 대안생리대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강사
사진/ 서툴지만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여학생들
43명의 학생들은 서툴지만 즐겁게 바느질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2~3시간에 걸쳐 완성한 뒤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그날 배운 내용을 엄마, 언니, 이모, 동생들에게도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정도면 처음 시행한 교육이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2013년에도 네팔에서의 다양하고 알찬 사업들을 계속 소개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