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현인과 지조의 상징, ‘자지(紫芝)’
자지(紫芝)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색 영지버섯'이지만, 동양 고전에서는 세속의 풍파를 피해 은거하면서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 고결한 현인(賢人)을 비유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이 비유의 뿌리는 진(秦)나라 말기,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상산(商山)으로 들어간 네 명의 현자, 즉 상산사호(商山四皓)의 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당시 최고의 권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절개의 상징들이다.
이들이 산속에서 '자지(紫芝)‘를 캐며 불렀다고 전해지는 노래가 후한(後漢)의 최기(崔琦)가 지은 사호송(四皓頌)에 전해 지는데, 이 노래에서 '자지(紫芝)'가 왜 현인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莫莫高山, 深谷逶迤. 曄曄紫芝, 可以療飢."
아득하고 높은 산, 심곡이 굽이지고, 빛나는 자지가 있는데, 배고픔 달랠만 하구나.
이 문장 속에서 '자지(紫芝)'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깊은 심곡이라는 척박하고 외진 환경에서도 가려지지 않는 빛나는 자지(紫芝)는 현인의 비범한 재능과 인품을 의미한다. 둘째, ‘배고픔 달랠만 하구나.’부분은 권력자가 주는 녹봉이나 세속의 부귀영화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의 도(道)와 지혜만으로 정신적 풍요로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뜻한다. 셋째, 자색은 예로부터 상서로움을 뜻하는 색으로, 보잘것없는 풀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자지(紫芝)는 군계일학(群鷄一鶴)과 같은 인재를 상징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자지(紫芝)라는 표현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인물, 혹은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고고한 뜻을 품은 현인을 예찬할 때 인용된다. 이는 단순한 영지라는 이름을 넘어, '물질적 빈곤 속에서도 잃지 않는 정신적 고고함'이라는 동양적 선비 정신의 정수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