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여인

by 노정

거울 속 여인


젊었을 땐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누군가의 칭찬에 특별히 들뜨거나 우쭐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 시절 나는 지금보다 훨씬 날씬했고, 사진을 찍으면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런 거울 속 모습과 눈을 맞추며 때론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결혼하고 2남 1녀를 키우며,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외모를 꾸미고 가꿀 여유가 사라졌다.

매일을 살아내기에 바빴고, 어느새 거울은 자주 마주하는 물건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육십의 문턱에 선 지금, 거울 앞에 서는 일이 조심스러워졌다.

거울 속엔 낯선 여인이 서 있기 때문이다.

칠십도, 팔십도 아닌데도, 거기엔 내가 아는 얼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담겨 있다.

어느 날은 그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지다가도, 또 어떤 날은 낯설고 어색하다.


친구들과 모이면 자연스레 성형 이야기가 오간다.

누구는 눈가를, 누구는 턱선을 살짝 손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게도 은근히 권한다.

“너도 조금만 손보면 훨씬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나는 거울 속 내 얼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얼굴 안엔 세월이 묻어 있고, 밤의 걱정과 아침의 다짐이 차곡차곡 새겨져 있다.

사랑하고, 다투고, 버티고, 다시 일어섰던 날들이 잔주름이 되고, 굴곡이 되고, 표정이 되었다.

지금의 내 얼굴은, 내가 걸어온 인생의 진실한 기록이다.


요즘은 문득문득, 나이 들어갈 내 얼굴이 궁금해진다.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그 얼굴에 맑은 눈빛과 편안한 미소가 깃든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젊음이 꽃의 화사함이라면, 나이 듦은 향기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머물게 하는 여운.

내가 좋아하는 라벤더처럼.

소리 없이 피어 은근한 향으로 공간을 채우는 그 꽃처럼,

나의 얼굴에 조용하고 편안한 여유로움이 향기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


라벤더 향기가 가득한 작은 집에서, 사계절 피고 지는 꽃들과 미소를 나누며 살아가는 그림을 그려본다.

나는 그 평온하고도 단단한 아름다움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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