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정답보다, 나의 리듬을
길을 걸을 때면 세상이 내미는 수많은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길이 옳다”는 확신도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저 역시 한때는 그 표지판을 따라 남들처럼 부지런히, 남들처럼 정확히 걸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발끝이 저리고, 숨이 가빠왔습니다.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오르막에서 숨이 차오르더군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남의 정답이 내 삶의 평탄함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삶의 리듬은 남이 아닌 내가 정하는 것임을.
남의 리듬에 맞추면 처음엔 효율이 생기는 듯 보여도, 결국 잃는 것은 나 자신의 숨결입니다.
어느 날, 버스를 두 정거장 먼저 내려걸었습니다. 작은 공원에 들어서니 발밑 풀잎이 보드랍고, 담장 곁 이름 모를 꽃이 손짓했습니다. 그럴 때면 속도를 낮추고 싶어 집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지요.
“서둘러라, 해가 진다. 늦는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기회란 단 하나의 열차가 아니며,
인생의 노선은 환승과 정차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마음이 힘들 땐 조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그 길에는 또 다른 풍경과 위안이 있으니까요.
젊은 날엔 직선이 가장 빠르고 아름답다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곡선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곡선은 돌아가도 무너지지 않고,
유연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으니까요.
바람 따라 흔들릴 줄 아는 나뭇가지는 쉽게 꺾이지 않듯, 유연함이야말로 단단함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말합니다.
“이 길이 옳다.”
“저게 성공이다.”
“어서 서둘러라.”
하지만 이제 저는 미소 지으며 속으로 답합니다.
“그 길은 당신께는 옳겠지요.”
그리고 발끝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
어디에서 쉬는 숨이 편안한지 마음에게 묻습니다.
삶의 정답 같은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빠르게 달려 환호를 받는 사람이 있고,
길가 벤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습니다.
각자의 보폭이 택한 행복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제 리듬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언젠가 도착점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길은 내게 꼭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