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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Sep 24. 2018

베이징에 와서 변한 것

역시 인간은 환경에 따라, 언어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베이징에서 반년 조금 넘게 살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게 있다면 청소를 매일매일한다는 점이다. 눈 앞에 먼지 쌓인 게 보이면 수시로 한다. 이전에는 결코 없었던 모습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방 안에 먼지가 쌓인 것을 참지 못한다. 베이징 공기가 좋지 않아 더 민감해진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깔끔하게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강박적이고 결벽증적인 면모를 확대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 극복의 방식을 더 넓혀야 지금 내가 갖게 된 결벽증적 습관을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비 절약의 강박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보니 되도록이면 아끼려고 노력한다. 마켓에 가도 웬만하면 五折나 八折 스티커가 붙은 물건만 산다. 이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먹는 것까지 그러다보면 몸에 안좋은 영향이 생길 수도 있는 법이다.



언어적 환경 역시 나를 변화시켰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부여하는 요소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악기 연주나 노래일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몸이나 외모일수도. 내게는 한국어다. 모국어이기도 하지만, 나는 언어가 무엇보다 나를 더 있어보이게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정도 깜냥이 아님에도 언어의 휘장을 두르면 20퍼센트 이상은 더 있어보이게 꾸밀 줄 안다. 때로는 이런 포장이 내게 더 좋지 않은 결과와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어쨌든 당장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나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어로 이루어진 세계의 환경은 나를 주눅들고 자신감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나마 중학교 수준의 독해는 훨 낫다. 말하기를 할 때 나는 종종 이 말이 맞는지 검열하고 입을 열기 어렵게 한다. 그건 분명 수많은 연습과 경험, 생활화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근데 아직 내가 그런 좋은 조건을 만들어내진 못 한 것 같아 종종 마음이 조급하다. 이런 상태의 나는 자신감 없게 하고, 약간의 대인기피증을 갖게 만들며, 그럼 더더욱 방 안으로 침잠하게 만든다. 이런 악순환을 극복해야 새로운 언어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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