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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Sep 10. 2019

사모펀드는 구조적으로 세계의 빈민을 죽음으로 내몬다

이 글은 지난 2019년 9월 2일 밤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사모私募펀드(Private Equity Fund)는 뜻 그대로 하면 사적으로 모금하여 구성하는 폐쇄적 펀드일 뿐이고, 법에서 허용하는 틀이 있어 불법만 아니면 문제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구조적으로 세계의 빈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금융투기다.


투기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아니 별로 안중에도 없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많은 구조적 폭력과 불행을 낳는다. 희망연대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도 사모펀드 때문이었고, 노동자들을 향한 그 많은 정리해고 구조조정, IMF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서민들의 비관 자살도 사모펀드 때문이었다.  


그런 암묵적인 공모에 다 함께 동참하는 것이 이 체제의 무서움이다. 21세기는 중산층이 이 학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시대다. 엘리트들만이 아니라 중산층들까지 다같이 공모자가 되니 누가 누굴 욕하겠는가? 그러니 자신이 '진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죄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거 다들 하는 건데 뭐 그렇게 따져?"   


대한민국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사람들은 약 28만 명(2017년 말 기준 27만 8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0.5%다. 조국이 사모펀드에 투기한 금융자산은 10억원으로 이 0.5%에 속한다.


오늘 계속 틈틈이 조국의 기자간담회를 봤는데, 당연히도 관록있고 이성적인 부르주아답게 아주 대처를 잘 했다. 나경원이나 황교안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 지배계급 수준이 이 정도는 되어야, 긴장감이 들지.


한국 사람들은 지배계급 엘리트가 이 정도의 말빨만 보여줘도 꽤 감동하는 편인데, 그것이 참 아이러니한 점이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너무나도 저질 엘리트들만 봤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나도 그렇다. "어휴...저 정도면 뭐...사람이네." 이런 것이지.


하지만 사모펀드 관련해서 조국이 떠드는 말에 대해 나는 납득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납득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대한민국 1퍼센트 혹은 5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용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잘 납득이 안 된다.


이 나라의 누가 10억원이나 되는 돈을 사모펀드에 쑤셔넣고 있겠는가. 상속 받은 돈이라니까 뭐...그럴수도 있겠다고 쳐도, 솔직히 나는 본인 돈 10억원을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사모펀드'가 뭔지 몰랐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사모펀드를 왜 몰라. 사모펀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나? 그것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렇게나 살 수 있었는데 그것 참 아쉽다. 뱉은 말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못 살것 같다.


근데 조국은 너무 신기하다. 그게 이해가 안 된다. 배우고 싶다. 사노맹 경력에다가 논문 및 칼럼으로 오만가지 정의로운 소리 떠들어놓은 주제에 10억원을 사모펀드에 투기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너무 궁금하다. 조국처럼 "처가 한 것이라 나는 전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뻔뻔한 사람이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개나 소나 아는 '사모펀드'란 것의 실체가 뭔지 몰랐다는 말도 해보고 싶다. 불리한 건 몰랐다고 하면 되는 거구나.


물론 자한당이나 바른미래당은 사모펀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들도 존나 하니까. 그것이 바로 이분들의 계급적 공통점이다. 그래서 대체 무슨 낯짝으로 조국을 비판하고 있나 싶고...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그러려니 싶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니까 말이다.


좀 전에 보니, 자한당이 반박 간담회 한다는데... 그들은 결코 그 간담회를 치열하게 할 수 없다. 자신에게 침뱉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 1도 없고, 가장 넌센스는 사모펀드에 대한 386들의 인식이다. IMF외환위기는 그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금융자산을 불려서 이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교훈만 준 게 분명하다.



오후 8시40분까지 질문들은 수준이 좀 낮은 것들이 많았는데 (개중에는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다.) 주제가 사모펀드로 옮겨오자 조국의 답변들이 죄다 궁색해보인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실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조국이 장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세요, 하세요. 성공하시길 빕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날의 가장 첨예한 모순을 해결할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까지 생각하면 모든 것에 대해 씨니컬해진다. 사모펀드 문제에 대해 열심히 질문하는 기자들이 존경스럽다. 반면 라이브 채팅창으로 6시간 째 똑같은 말만 하는 조국 지지자들은 이해되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차분하게 보려고 하는데, 눈쌀 찌푸리게 만든다. 조국이나 문재인의 최대 약점은 저 광적인 지지자들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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