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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Jun 11. 2020

존폐의 갈림길 위에 선 진보정당운동

정의당 혁신위원으로 추가 선임되었습니다

6일 전인 6월 5일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저를 비롯한 5명을 혁신위원으로 추가 선임했습니다. 추천해주신 분과 선정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저는 ‘운동’으로서의 ‘진보정당’이 존폐을 위협하는 막다른 길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있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커졌습니다. 비관하고 싶진 않지만,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압니다. 잘못된 경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과감하게 방향을 틀지 않으면 새롭게 거듭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이념·노선의 전환, 조직 체질의 전환, 리더쉽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혁신을 어렵게 하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정치사회 구조의 제약도 강하고, 정의당이 갖고 있던 경로의존성과 이념적 한계도 명백하고, 활동가층은 엷어졌으며, 또 막대한 액수의 채무도 있습니다. 피로감과 냉소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이 정의당 혁신을 어렵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운동 내에서 정의당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 역시 매우 ‘비판적인’ 지지자이고, 스무살 이래 18년째 진보정당 당원이었음에도, 진보정당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보다는 ‘시니컬’하게 응시하며 남 얘기하듯 비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제가 “사회운동이 있어야 진보정당도 존립 가능한 것이지, 사회운동·노동자운동을 우회한 진보정당 따위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회운동’의 입장에서 정의당을 봅니다. 제도와 의회에 대한 개입, 아젠다 세팅이나 구체적인 정책 수준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운동·대중운동의 성장이라는 토대 없이 진보정당의 성장은 무망한 일이고, 집권도 터무니 없는 일입니다. 그건 아무리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데려온다고 해도, 당원수가 1~2만 명 더 늘어난다고 해도, 패기 넘치는 청년 정치인이 나타난다고 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정당이든 조직이라면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위원으로서 제 목표는 하나입니다. <좁게는 당원, 넓게는 대중에게 ‘무기’가 되는 좌파정당>을 만들 수 있는 기초적 단계로서의 혁신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운동(지역운동)으로의 전환도 필요하고, 기관지도 필요하고, 교육도 혁신되어야 하겠고, 새로운 리더쉽도 필요하겠죠? 어쨌든 핵심은 하나 ‘내 삶에, 우리 사회에 무기가 되는 당’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변혁'이나 '진보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게 아니라, 김어준·유시민의 입을 쳐다보는 모습, 활동가-일반당원 간 괴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 원내에 대한 강한 의존성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혁신위원회가 많은 걸 해내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아주 많다는 점도 잘 압니다. 하지만 혁신위원회가 ‘대표단 교체 시기’의 밍숭맹숭한 징검다리로만 끝난다면, 이 당엔 미래가 없을 겁니다.  
 
혁신위 활동 과정에서 페북이나 브런치를 통해 제 고민도 막 이야기하고, 쟁점도 제기하려고 합니다. 8월 말까지 페이스북을 주로 이러한 용도로 이용하게 될텐데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보정당이 그래도 제대로 혁신해서 거듭나길 바라고, 작은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지켜봐주시고, 의견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몇 년 전 좋게 읽은 소설책이 하나 있는데요.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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