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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t monday Nov 28. 2020

[월말세일] 012호 새벽배송 (상)


들어가는 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이에 따라 언택트(Untact) 소비문화 트렌드는 점점 일상적인 소비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식문화에 있어 그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외식 수요가 감소하고 최대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서 인터넷 쇼핑 및 모바일 쇼핑에서도 식품류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다. 신선식품을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주문하여 집에서 받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인식과 함께 마트나 시장에 가지 않아도 클릭 몇 번이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의 편리함이 널리 알려지면서 새벽배송 시장 또한 급성장하였다. 새벽배송 시장은 2019년 약 8천억원에서 올해 코로나의 여파로 2020년에는 1조 5천억원 상당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주는 이러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 다섯 곳을 중점으로 어떻게 새벽배송을 운영해오고 어떠한 전략을 취하며 성장하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치열한 새벽배송 시장에서 각 기업이 어떤 식으로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주목해보자.


 GS프레시몰의 미비한 성과, 온라인몰 자체의 강점에 집중해야 할 때


    GS리테일이 출범한 식품전문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몰’은 2017년 8월 BI를 새롭게 변경하며 차별화 전략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2015년 스타트업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으로 새벽배송 시장의 문을 연 지 2년 만에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새벽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롯데슈퍼가 2018년 2월, 쿠팡이 같은 해 10월, SSG닷컴이 2019년 6월에 새벽배송을 시작한 것과 비교해 봤을 때, GS프레시몰은 유통업계에서 비교적 빠르게 새벽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발 빠르게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GS프레시몰은 온라인몰 자체의 제품군 다양화를 추진하며 시장경쟁력 키우기에 힘썼다. GS프레시몰은 온라인 장보기의 주 타겟층인 1인 가구를 겨냥하여 ‘1인 가구 맞춤형 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GS리테일에서 새롭게 선보인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 쿡’과 같은 간편조리 식품을 판매하는 등 출범 초기 단계에 고객을 확보하고자 했다. 또한, 엄선한 협력업체들의 신선한 직송상품을 제공하고, GS리테일의 슈퍼마켓 브랜드인 ‘GS더프레시’의 상품을 기반으로 총 5,000여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2015년 100억 규모였던 새벽배송 시장이 2년 사이 19배 증가한 1,900억 규모로 확대되면서, 여러 e-커머스 업체들과 유통 대기업, 국내 식품기업까지 빠른 속도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고 GS프레시몰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마켓컬리를 비롯해 배민찬, 헬로네이처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던 새벽배송 시장에 대기업들이 진입하며 경쟁이 심화한 것이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SSG닷컴의 ‘쓱새벽배송’, 롯데온의 ‘롯데프레시’ 등 대형 업체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섭게 경쟁하고 있는 동안 GS프레시몰은 이렇다 할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GS프레시몰의 모기업 GS리테일은 e-커머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같은 GS그룹의 계열사인 GS홈쇼핑과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쿠팡, SSG닷컴, 롯데온과 같이 e-커머스에 사활을 건 초대형 경쟁업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GS프레시몰과 GSSHOP(샵)으로 나누어져 있는 온라인 채널을 합쳐 전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GS프레시몰이 점점 커지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전략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통합이라는 구조적인 혁신을 선택한 것이다. GS프레시몰은 이번 합병을 통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고객을 관리하면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경로로 유입되는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합병 이전에, GS리테일의 온라인몰인 GS프레시몰과 GS홈쇼핑의 온라인몰인 GSSHOP의 경쟁력이 동종업계 경쟁업체들보다 한참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관계사들을 관리하느라 바빠 빠르게 바뀌는 시장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 식품업체들이 가격싸움으로 신규 고객을 유인할 때, 새벽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배송싸움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모두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금, 더는 배송싸움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릴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새벽배송 업체들은 각자 브랜드를 살린 차별화 전략을 실행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충성 고객 굳히기에 들어갔다. 즉, 배송싸움보다는 서비스싸움으로 발전한 것이다. GS프레시몰이 현재 미비한 성과를 견디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GS프레시몰 자체의 강점을 발굴해야 한다. GS더프레시와 GS25와 연계된 서비스를 통해 GS프레시몰만의 충성고객을 유치하고 재구매율을 높여 시장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성자 곽지현 ( ehskfem0821@naver.com )


빨리빨리가 아닌, 소비자 이해가 우선인 헬로네이처 

출처 : 헬로네이처

    헬로네이처는 2015년 마켓컬리와 함께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했지만, 사업 초기에는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2018년 BGF리테일에 인수되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업계에 등장한 마켓컬리와는 인지도와 매출 면에서 많이 뒤쳐지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로네이처는 독보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쳐 굳건한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헬로네이처의 강점은 바로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자세이다.

    헬로네이처는 서울, 인천, 경기 일부에 한정해서 운영 중이지만 밤 12시라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주문을 마감하고 있으며, 배송비는 2500원으로, 타기업이 2500원~3000원에 배송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 신선식품 유통 업계에서는 새벽 배송의 속도, 편리함에 초점을 맞춰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헬로네이처는 속도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선, 헬로네이처는 소비자의 취향을 세분화하여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다. 2019년에는 비건 소비자를 위해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브랜드 ‘비욘드 미트’를 런칭하여 버거와 샐러드 메뉴를 선보였다. 또한, 업계 최초로 저탄수화물 상품 전용 ‘감탄존’을 오픈했다. ‘탄수화물 감소’라는 컨셉에서 착안한 명칭으로, 건강상의 이유 혹은 고단백 섭취를 중요시하는 피트니스족을 위한 맞춤 코너이다.

상품 구성뿐만 아니라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그들의 진심을 찾을 수 있다. 헬로네이처에서는 전문 작가를 고용해 생산지, 생산과정, 맛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달한다. 각가의 상품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담아내고 생산자 이름을 제품명 앞에 붙이는 ‘실명제’를 선보이며, 단순 판매자-구매자 연계 플랫폼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푸드 콘텐츠를 중심으로 자사 어플을 개편하였는데, 이 역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헬로네이처 어플의 첫 화면에는 특정 국가를 선정해 그 나라의 전통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며 관련 식재료를 보여주는 ‘푸드트립’이 등장한다. 또한, 기존 월 1-2회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던 코너도 주1회로 확대하면서 지역의 맛집 메뉴를 발굴하고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유통 플랫폼이라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체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최근 유통업계에 불어 닥친 환경오염 논란은 새벽배송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헬로네이처에서는 폴리머 아이스팩 대신 물, 전분, 재생종이로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인 ‘더그린팩’을 선보였으며, 부자재도 비닐, 은박에서 기능성 재생종이로 교체하였다. 또한 재사용이 가능한 보냉가방 ‘더그린박스’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환경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BGF 리테일에 인수되면서 새로 태어난 헬로네이처는 굳건한 브랜딩 전략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당장의 매출보다는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는 현재의 자세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성자 김소현 (sohyun_41@naver.com)


 지속가능한 혁신이라는 쿠팡, 실상은 노동자들의 피땀 눈물


    “혁신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고, 유통과 물류에서 두 마리 토끼는 가격과 빠른 배송을 의미한다. 둘 중 하나만 잘하는 건, 둘 다 잡더라도 한 번만 하고 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쿠팡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그러면서도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팡 물류정책실 전무가 <물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했던 발표 내용이다. 내 주변에서 쿠팡을 이용하는 이유도 최저가 가격과 하루 만에 배송오는 ‘로켓배송’ 덕분이다. 이런 유통 서비스에 힘입어 쿠팡도 새벽배송 전쟁에 참여하여 ‘로켓프레시’라는 이름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순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아이폰12를 새벽 중으로 받아 자는 동안 백업해두고 아침부터 바로 사용 가능하다.

   

 쿠팡에서 혁신이라 부르는 빠른 배송 시스템, ‘로켓 배송’은 직매입 구조 덕분이라 말할 수 있다. 상품품목을 풀필먼트 센터에 재고로 보관해두는 방식이다. 타 이커머스 물류센터가 입출고 업무에 집중한다면, 쿠팡 풀필먼트 센터는 상품 입고, 소분, 진열의 과정을 거쳐 피킹, 포장 작업이 이루어져서 시간을 단축하는 구조이다. 직매입 구조 특성상 재고 부담이 커지는 것은 AI 기반 수요예측 시스템으로 부담을 줄이는 등, 기술과 결합된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나는 두 마리 토끼 중 저렴한 가격은 노동자의 피땀 눈물로 만들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남자친구가 쿠팡 물류센터에 일일 알바를 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노동 난이도에 비해 페이가 정말 약하다. 1시간의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침부터 산더미 같이 쌓인 재고를 분류하고, 시급은 최저시급에 복지라고는 300원짜리 자판기, 하얀 마스크가 회색이 되는 더러운 작업환경, 맡겨진 일을 효율적으로 빨리 마쳐도 다른 고된 업무를 줘서 쉴 수 없어 그냥 눈치껏 천천히 일해야 하는 시스템, 고된 일을 마치고 쿠팡 측에서 준비되지 않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버스 등에서 나는 충격받았다. 쿠팡에서 자랑하는 풀필먼트 센터의 민낯은 그 정도다.

    새벽 배송 노동자들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쿠팡 플렉스’라는 이름의 배송 노동자들은 지원하면 알고리즘으로 배정을 받는 시스템이다. 오후 2시에 신청하면 오후 7~8시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50%의 확률로 저녁 시간을 배팅해야 한다. 중복으로 다른 일을 신청했다 두 개 모두 될 경우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패널티가 무조건 있어서 결국 확률에 배팅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류센터에서 봤던 엉망인 체계 시스템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약속 장소에 약속된 시간인 2시 반 이전에 도착했지만, 쿠팡에서 배송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새벽 배송은 물량에 따라 당일 벌이가 결정되는데, 받은 박스가 7개 정도뿐이라면 기름값조차 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쿠팡 플렉스라는 명칭은 업체가 노동자들을 flex해서 생긴 건 지 의구심이 든다.

    

    쿠팡은 ‘배송 단가는 철저하게 시장 원리에 따라 책정된다’며 단가가 매일 바뀌는 것을 말했다. 당일 주문량, 플렉서 신청 수, 배송 난이도, 배송 지역, 날씨에 따라 변경된다며, 배송 물량이 쿠팡 플렉서보다 많으면 단가가 높아지고, 쿠팡 플렉서가 물량보다 많으면 단가가 내려가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새벽 배송을 수행하고, 유류비를 제외하면 노동자 손에 쥐어지는 급여는 하루 만 오천 원에서 2만 원 정도다. 적은 금액 탓에, 생계유지를 위해 택배 노동자들은 하나의 배송 서비스만 할 수도 없어 투잡을 뛰게 된다. 쿠팡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라는 비극적인 결말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쿠팡에서는 지속가능한 혁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이 노동자들의 피땀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소비자의 지속적인 구매가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또한, 이런 구조적인 측면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제2의 과로사 상황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새벽배송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물류와 배송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 위은아 (daedara@naver.com)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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