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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나 Nov 27. 2018

6. 육아용품, 그 소박한 사용 안내서 -2

얼리어답터와 미니멀라이퍼 그 사이에서

새벽 4시와 오후 4시.

 나는 신생아를 키우면서 이 시간대를 제일 무서워했다.(두 아이 모두 그랬다.)
 새벽 4시엔 깊은 밤잠을 지나 미리 아침 채비를 하고 싶어하는(학령기부터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으련만) 아이 때문에 바빴고, 오후 4시엔 낮 시간동안 토막 낮잠으로 짜증이 치솟을 대로 오른 아이가 폭발하듯 잠투정을 하는 시간대가 바로 그 즈음이었던 탓이다. 새벽엔 아이를 스윙에 태우고 소파에 누워 간간히 졸면서 아침을 맞았다. 오후엔 아기띠를 하거나 유모차를 태워(유모차에 잠자코 타 준다면 일기장에 감사 인사를 적어야 하는 날이다.) 뒤뜰에 나가 열정을 다해 달래고 재웠다. 오후 시간에는 스윙도 ‘거부’했기 때문에 별 수 없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심으로 '스윙'에게 감사했다.(진정 나를 이해해 줄 유일한 친구이자 증인이다) 새벽 시간이나마 소파에 앉아 두 팔을 늘어뜨리고 엉덩이를 붙이고 졸 수 있는 휴식마저 그 때 내게 없었더라면 나의 신생아 육아 이야기는 한참 더 어둡고 추운 골짜기 어딘가로 향했을 것이다. 아침 햇살이 딱 손톱만큼씩 거실로, 부엌으로 향해가는 모습을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앞으로의 무수한 날들을 막연히 상상하고 기도하며 보냈다. 물론 그 당시 가장 큰 소망은 아이들의 평화로운 ‘잠’이었다.
 그리고 다짐한 게 하나 있었다. 내 주위에 외로운 이민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저 스윙을 꼭 전해 주리라. 비싸게 산만큼 오래도록 많은 엄마들을 위로해주길 바라며 ‘공공재’로 두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사이 고장 나지 말고 소명을 다하길 주문을 걸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고.

 그 스윙은 내 두 아이가 잘 쓰고 난 후 지인들 집을 돌며 지금도 열일 중이다. 한번은 개구쟁이 쌍둥이를 낳은 친한 동생네에서, 그 다음은 나만큼이나 외로운 타지 생활 중인 친구의 집에서.

[1편에 이어서]


2. 신생아 육아를 버티게 해 준 나만의 M.V.P 스윙을 결정하기까지


사실 그 ‘비싼’ 스윙을 구입하기까지는(잠자리 풍 캐노피가 달린 덩치 큰 그 아이) 많은 고민의 날들이 필요했다. 어쩌면 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고 수동 바운서를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좋아해주길 기다렸나보다.(그런 일은 흔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그랬다) 그러다 내 손목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고, 아이의 잠투정은 우리 부부의 평정을 매순간 무너뜨렸다. 가까운 쇼핑센터에서 업그레이드 버전의 진동 바운서를 새로 구입해 아이의 차가운 반응을 겪고 나서야 나는 육아용품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야말로 울면서, 졸면서.


 신생아의 잠투정에 많이 쓰이는 육아용품으로는(엄마의 두 손을 자유롭게 한다는 전제를 두고) 바운서와 스윙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아이가 순하다면 수동 바운서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들었지만 예민하다면 건전지를 넣는 형태의 자동 진동 바운서의 종류나 스윙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육아선배 엄마들이 올리는 글들 중에서 바운서와 스윙의 ‘실패’ 후기담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댓글들까지도) 혹시라도 태어난 아이가 예민하고 성정이 까다롭다고 판단된다면 주위 엄마들의 추천이나 개인적인 호감으로 바운서나 스윙을 구입하거나 대여하지 말고 실패 후기가 얼마나 ‘많이’ 올라와 있는지 지금 검색해보길 바란다.

  (이 글에 스윙을 언급하는 이유는 '참 좋은 물건이니 준비하시죠' 식의 당부가 아니다. 물론 광고글도 아니다. 방대한 육아용품의 세계에 입문하는 누군가에게 '약간은 공부해 둘 필요가 있겠군' 하는 준비를 돕고자 할 따름이다. 그 다음 순서도 너무 많이 대기 중이라는 것을 우린 다 안다. 1. 살 것인가 2. 중고로 구할 것인가 3. 대여할 것인가 등)


 3. 오늘'도' 신생아 잠투정 주의보


신생아 아이의 잠투정이 시작될 때(배고픈 상황도 아니고 기저귀도 보송보송하다는 가정 아래)

 1. 백색 소음- 핸드폰 어플 사용시 하나의 소리 뿐 아니라 여러 소리를 섞어서 사용해보길 바란다.(정체 불명의 소리, 정확히 그것이 맞다) 장시간 큰 소음은 좋지 않으므로 주위하도록 한다.  그리고 '실제' 소음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잠투정이 예사롭지 않다면 청소기를 돌려보거나, 주방이나 욕실 물소리를 들려주거나 하는 등 취향 확인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한번쯤 추천한다.(그 어수선한 이동 중에 부디 잠들면 더 고맙겠다.)

 2. 속싸개- 어느 시기에 풀어 주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토론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신생아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반론이 없는 줄로 안다. 간편하게 입힐 수 디자인이 많으니 자세별(스와들업, 스와들미)로 구입해두고 아이의 성향을 확인해주고 여름 생일인 아이라면 시원한 소재(뱀부라이트)로 나오는 속싸개를 알아보고 사는 것도 필요하다.

 3. 더위 금지- 아이를 기필코 재우고자 하는 이의 체온과 아이의 울음이 만드는 콜라보 효과에 대해서라면 늘 주의해야 한다.(에어컨 앞에서 안아줘도 덥다는 아이들 ㅋ) 그리고 유모차 안, 카시트 탑승 시 아이의 등은 쿨시트든 무엇이든 보조를 받아도 부모의 상상보다 훨씬 더 자주 더워진다. 

 4. 요람 효과- 유모차를 밀어주면 잘 자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집안에서도 사용할 여분의 유모차가 있으면 좋다. 처음엔 안아주다가 살짝 잠에 취한 상태일 때 잽싸게 유모차로 옮겨 밀어주는 것도 고려하길 바란다. 엄마아빠의 노동력은 내일도 열 일 해야 한다. (후유증이라면 아이들이 자라서 유모차를 졸업한 후에도 엄마들은 택견을 하듯 평소에도 자동 요람 모드를 설정한다는 사실ㅋ) 드라이브를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서 매일밤 장거리 운전을 한다는 부부도 본 적이 있다. 

 5. 노리개 젖꼭지- 식욕이 왕성하고 잠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강력 추천한다. 일단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자주 시도하고(단번에 우리 아이는 ‘싫어하나 봐​’ 판단하지 말고) 여러 종류를 탐색해 아이가 좋아하는 모양을 찾아보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끊을 때 어렵다더라, 치열에 문제가 생긴다더라, 의 주장에 얼어붙지 않길 바란다. 아이의 안정감을 위해 권장하는 방법이고, 끊기 어렵지 않으며, 손가락을 빨거나 하는 식의 다른 습관보다 훨씬 낫다.

6. 아이에게 불안을 드러내지 말라- 아무 이유 없이 울든(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어디가 아프든, 놀랐든, 불쾌하든, 불편하든 엄마의 품 안에서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부정적인 반응은 울음이 유일한 시기다. 엄마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상황은 나아질 것이며 내일은 더 괜찮은 날이 될 거라는 믿음을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잠투정하는 신생아를 안고 몸이 부서져라 버티며 이 시기를 통과하겠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계시다면(내가 그랬던 시기가 있다. 답이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한 가지 이야기해 드리고 싶다.

 짧은 신생아 시기니 만큼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주고픈 엄마의 마음은 잘 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잠재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노력하며 지내는 편이 엄마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시간도 좀 더 수월하게 지나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안다. 기운이 나는 날 아주 가끔이라도 내 안의 창의력을 꺼내 아이의 마음과 맞춰가 보길.

 그것이 백일의 기적, 처럼 날짜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보다 더 가치있고 유용하다고 믿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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