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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Feb 08. 2016

빗자루를 기타삼아 로큰롤에 심취하다. 영화 '라밤바'

70mm 대한극장 스크린에서 빵빵한 사운드로 울려퍼지던 로큰롤

1988년 7월 중학교 1학년 첫 기말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단성사에서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고 난 이후 다들 극심한 낭패감(?)을 느꼈다. 모처럼 큰 맘먹고 영화관에서 본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에 대한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당시의 심정을 당시의 눈높이에서 표현하자면 한 마디로 '돈 아까운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같이 영화를 본 친구가 불쑥 나한테 영화 공짜표가 있으니 또 보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혹시라도 더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했지만목적지가 당시 최고의 영화관 브랜드였던 '70mm 대형스크린'의 대한극장이라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의 아쉬움을 대신해 줄 선택은 짧고 강렬한 삶을 살다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로큰롤 가수 리치 발렌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라밤바'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 난 후 친구들과 나는 '어른들은 몰라요'로 인한 아쉬움을 훌쩍 떨쳐낼 수 있었고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라밤바' 후유증(?)에 시달렸다.


7월의 뜨거운 여름 햇살이 쏟아지던 대한극장은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나마 놀랐다. 하지만 워낙에 상영관이 큰 덕분에(1920석) 필자 일행은 잠시 동안의 기다림 끝에 영화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공짜로 보게되어 본전 기대도 안했지만 영화는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짜릿한 희열을 안겨주었다.


신나는 멕시코풍의 로큰롤 음악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귓속을 맴돌고 주인공간의 대립 관계도 긴장감 넘치게 묘사되어 음악과 드라마 모든 요소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1986년 전국에 라이오넬 리치의 주제곡 'Say you Say me' 열풍을 불러 일으킨 영화 '백야'를 연출한 테일러 헥포드였다. 테일러 헥포드 하면 당시 최고의 섹시남 리처드 기어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영화 '사관과 신사'가 떠오를만큼 당시 잘 나가는 감독 중의 한 명이었다.


'La bamba', 'Come on Let's go' 등의 신나는 음악과 감미로운 발라드 곡 'Donna'는 보는 눈과 듣는 귀를 동시에 정화시켜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극 중에서 주인공이 신나게 기타를 연주하면서 '라밤바'를 불러제끼던 기억이 선명하여 교실에서도 틈만 나면 청소함의 빗자루를 기타 삼아 연주하는 시늉을 하면서 '라밤바'의 앞부분 '빠라이라라라 밤바'를 부르곤 했다.


동네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날 때도 '라밤바' 음악은 종종 울려퍼지곤 했다. '라밤바'에 대해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이해가 잘 안가지만 수업 시간에 친구한테 빌린 '라밤바' 테이프를 잠시 보다가 당시 수학선생님한테 압수 당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수학 선생님은 '라밤바' 테이프를 빌려준 친구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난 당연히 수업이 끝나고 주의를 주신 다음에 그 테이프를 돌려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테이프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 선생님하고는 1년 내내 악연이 이어졌는데, 그 선생님의 주특기 체벌은 얼굴을 옆으로 뉘인 상태로 해놓고 목을 손바닥으로 한 대 치는 체벌이었다. 그런데 하필 목에 종기가 나 있을 때, 그 선생님한테 체벌받는 상황이 있었고 제발 다른 쪽으로 때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 선생님은 아랑곳않고 내 목의 종기를 손바닥으로 강타하셨다. 기분이 너무 찜찜했고 그 종기는 지금도 내 목 겉에가 아닌 안에 존재하고 있다.


영화를 추억하다가 그 영화와 연관된 기억들이 새록 돋아나서 적게 되는데, 요즘은 이렇게 무식하게 체벌하는 선생님은 계시지 않을거라 믿는다. 오히려 선생님들의 권위가 이전에 비해 너무도 땅바닥으로 가라 앉을 것 같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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