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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치한 작가 Sep 13. 2024

나는 관리자. 그리고 부하직원의 사내연애.

9. 12.(목)을 기록하다.

나는 관리자. 신뢰하는 직원의 사내연애.

여직원이 통보하듯 털어놨다. 같은 회사의 직원과 사귀기로 했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이다. 이 감정. 도대체 뭐지.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학생 시절, 과CC(캠퍼스 커플)의 기억

추억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힘든 기억. 안 좋았던 기억이다.

나는 3학년 1학기 때 과대표를 했었다. 나 스스로도 믿기지는 않지만 벌써 20년 이상 그 전이다.

그때의 책임감은 막중했다. 과 회장은 나를 어느 정도 신뢰했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그걸 하라고 시켰겠지.  나도 그 회장님을 믿었고 하라는 대로 했다. 그 선배는 좋은 선배였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3학년 과대표를 할 때 1, 2학년 후배들의 핑크빛 열애는 여전했다. 나는 그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다들 잘 되길 바랐다. 그러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금이 갔다는 소문이 들렸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고 막막했다. 그런데 금방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있던 그 삼삼오오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간차가 있기에 일쑤였고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다들 각각 만나야 했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과의 단체행사가 있는 축제기간과 체육대회 때였다. 과대표로서 특히 그 행사를 외면하기 어려웠고 대표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참석을 해서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나말고는 그 자리에 주야장천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연애한다고 바빴었는데 나 역시도 그 분야에서는 바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시기만큼은 만남을 잠시 포기했었다. 포기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뻘쭘했었다. 그래도 할 일은 했다. 일을 끝내고 밤에 나가서 다시 만나곤 했다.

그러나 다수는 그러지 않았고 회장님은 단합을 외쳤는데 그것을 달성하기 힘들었다. CC가 깨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의 생각은 확고해졌다. 특히 과 CC는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것의 연장선 사내연애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게 된 것 같다.

대학생 시절, 나는 그저 그 시절이 좋았다. 그러나 몇 가지 힘든 적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과대표시절, CC가 깨지면서 단합이 어려웠고 과 인원을 동원하는 것이 참 힘들었었다.


그 통보는 마치 '역린'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역린이란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인데, 나는 임금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의 과거가 한 번에 스쳐가는 그 기억을 떠 올릴 만큼 충격적인 통보였다.


다시 한번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가 사내연애에 부정적 감정을 가진 것은 과거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 당시 관리자 입장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현재 상태가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감정적 트라우마 :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심리적인 영향,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고 다시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제.

2.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이 두 번째 사항도 내가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다. 난 솔직히 개똥철학이지만 '책임감' 하나만큼은 확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뭔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조직과 과원들에게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한동안 우울하다.

여전히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뭔가 일이 없거나 조용할 때가 있으면 불안하다. 괜히 누군가의 사내연애가 조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여러생각이 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긴 하나 그  두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 그저 내 마음이 좀 불편한감이 있다.



나만의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이 현재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냥 좀 더 좋게 생각하려 한다. 과거의 어려웠던 기억을 좀 더 어른이 된 상태에서 직시하게 되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


한 줄의 요약 : 왜 나에게 다시 이런 일이 다가오는가.

직원의 연애는 환영할 일인데 하필이면 내 직원이 그런 케이스라니.


다사다난한 하루가 또다시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내일은 온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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