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이 통보하듯 털어놨다. 같은 회사의 직원과 사귀기로 했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이다. 이 감정. 도대체 뭐지.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학생 시절, 과CC(캠퍼스 커플)의 기억
추억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힘든 기억. 안 좋았던 기억이다.
나는 3학년 1학기 때 과대표를 했었다. 나 스스로도 믿기지는 않지만 벌써 20년 이상 그 전이다.
그때의 책임감은 막중했다. 과 회장은 나를 어느 정도 신뢰했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그걸 하라고 시켰겠지. 나도 그 회장님을 믿었고 하라는 대로 했다. 그 선배는 좋은 선배였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3학년 과대표를 할 때 1, 2학년 후배들의 핑크빛 열애는 여전했다. 나는 그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다들 잘 되길 바랐다. 그러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금이 갔다는 소문이 들렸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고 막막했다. 그런데 금방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있던 그 삼삼오오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간차가 있기에 일쑤였고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다들 각각 만나야 했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과의 단체행사가 있는 축제기간과 체육대회 때였다. 과대표로서 특히 그 행사를 외면하기 어려웠고 대표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참석을 해서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나말고는 그 자리에 주야장천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연애한다고 바빴었는데 나 역시도 그 분야에서는 바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시기만큼은 만남을 잠시 포기했었다. 포기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뻘쭘했었다. 그래도 할 일은 했다. 일을 끝내고 밤에 나가서 다시 만나곤 했다.
그러나 다수는 그러지 않았고 회장님은 단합을 외쳤는데 그것을 달성하기 힘들었다. CC가 깨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의 생각은 확고해졌다. 특히 과 CC는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것의 연장선 사내연애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게 된 것 같다.
대학생 시절, 나는 그저 그 시절이 좋았다. 그러나 몇 가지 힘든 적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과대표시절, CC가 깨지면서 단합이 어려웠고 과 인원을 동원하는 것이 참 힘들었었다.
그 통보는 마치 '역린'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역린이란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인데, 나는 임금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의 과거가 한 번에 스쳐가는 그 기억을 떠 올릴 만큼 충격적인 통보였다.
다시 한번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가 사내연애에 부정적 감정을 가진 것은 과거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 당시 관리자 입장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현재 상태가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감정적 트라우마 :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심리적인 영향,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고 다시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제.
2.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이 두 번째 사항도 내가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다. 난 솔직히 개똥철학이지만 '책임감' 하나만큼은 확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뭔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조직과 과원들에게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한동안 우울하다.
여전히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뭔가 일이 없거나 조용할 때가 있으면 불안하다. 괜히 누군가의 사내연애가 조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여러생각이 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긴 하나 그 두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 그저 내 마음이 좀 불편한감이 있다.
나만의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이 현재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냥 좀 더 좋게 생각하려 한다. 과거의 어려웠던 기억을 좀 더 어른이 된 상태에서 직시하게 되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