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찮다고 해도 될까?

by mll

요즘 유난히 자주 보이는 문장들이 있다.

“대충 살아도 괜찮아.”

“오늘도 살아낸 나, 잘했어.”


이런 말들을 보면 이상하게 위로는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살짝 찝찝했다.

아무것도 안 한 나를 정말 ‘괜찮다’라고 해도 되는 걸까?



오늘도 그랬다.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

“그래, 나도 집밥 열심히 해 먹어야지!!”

다짐하며 새벽배송으로 신선식품을 잔뜩 주문했는데,

며칠째 냉장고 안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해 좋을 때 돌린 빨래는

애 하원시간이 다 되어서야 허둥지둥 널고,

밥은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간식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낮잠은 습관처럼 자고 있다. 신생아도 아니면서..



어느 날은 문득 “이게 우울증인가?” 싶은 생각도 해봤다.

근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게으를 뿐이더라.


그래, 나의 게으름을 인정하자.

대신 멈추지는 말자.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아예 멈춰버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내 마음을 토닥여본다.



요즘은 두 마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오늘도 괜찮아 ‘라는 말에 기대고 싶다가도,

내가 너무 쉽게 나 자신을 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도 들고.

게으른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진짜 이게 괜찮은 건가?

그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든다.



그래도 요즘은 좀 인정하려고 해.

이게 내 페이스고, 이 안에서도 나는 애쓰고 있다는 걸.

겉으론 게을러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나, 진짜 열심히 살아보려 하고 있다는 거.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포장을 못 뜯은 채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들처럼

내 안에 쌓여 있던 말들을 꺼내려는 애씀이니까.


‘My Loving Life’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거창한 인생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게으르고 불완전한 나도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계속 던져보고 싶어서였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찮다고 해도 될까?”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나는 오늘도 나를 사랑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은, 그 포장도 못 뜯고 있던 야채들로 결국 집밥을 해내고,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조용히 웃곤 한다.


그렇게 또 그럭저럭 하루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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