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현재의 일상과 급히 떠나야 이뤄지는 일상의 간극
8월을 정리하는 이야기.
<습관> / 롤러코스터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내게서 깨끗이 지우는 날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참 신기한 일이야
이럴 수도 있군
너의 목소리도 모두 다 잊어버렸는데“
근 며칠간 새벽 2시 혹은 3시를 넘어 잠을 이룬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혹은 프랑스 저녁시간에 잠을 청한다. 침대는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싱숭생숭 하다는 말로 다하지 못하는 복잡한 마음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수많은 짐을 또 어찌 이고지고 갈 것이며, 히드로에 내려 집까지 그 길을..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싶다. 눈을 수백번 감아봐도 들이치는 고민들.. 결국 마지막으로 눈 뜨지 말자는 결심과 함께 작은 기도를 맘 속으로 올린다.
지난 한달 반 동안 지냈던 한국에서의 Vacances d’été. 행복했어요. 잠깐의 여행과 일상 그 중간에서 사다리를 타는 기분으로 지냈어요. 순식간에 지나쳐버린 여행의 조각들을 천천히 목도하고, 회상하는 시간으로 그 이후의 시간을 견뎌보려 합니다. 이번 여름은 어떠한 여름보다 아프지 않았고, 심적으로 회복하는 시간이었어요. 격월로 아프던 몸이 7월에 아프지 않았고, 정신없을 것 같던 일정들도 안전히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졸업 준비로 그늘졌던 얼굴이 나름 습하지 않았던 서울의 햇빛 덕분에 천천히 편안함을 되찾았고, 인연과 만남으로 마지막까지 온화한 웃음을 옅게 지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진히 습관처럼 약간의 미련을 맘 속에 남겨두고 떠나요. 습관은 아니지만요..다시 돌아오지 않는 25년의 8월을 기억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유학생, 대학생 그리고 대학원생까지 이어진 9년에 가까운 생활이 끝나가니 제 1년의 사이클도 이제는 재조정의 시간을 거쳐야할 듯 싶어요. 9월을 기준이 아닌 이제 연휴와 연초를 기준으로.. 새로운 챕터를 여는 기분이라 굉장히 묘해요. 좋은 기분이기도 하고, 두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현재의 저의 모든 행위와 바탕은 저의 행복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편안한 온도, 그리고 어떤 틈, 그리고 그 사이의 작은 공간 등등. 공감할 수도 있는 단어도 있지만, 표현하기에 애매한 단어의 조합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후의 저도 다르지 않을거에요. 여전히 에스프레소와 소이밀크 플랫화이트를 좋아하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재밌게 찍을거에요. 하루를 돌아보고, 일주일을 돌아보고, 지난 한달을 돌아보며 남아있는 순간의 파편을 하나씩 신문지 조각에 싸서 보관할거에요. 인스타 글과 사진으로, 그리고 수많은 엽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네요. (게으름 혹은 바쁨이 도진다면 업로드와 편지의 속도가 늦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최근 머리 스타일을 바꿨어요. 맘에 들어요. 펌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결국 그건 제가 머리를 너무 많이 기른 탓이죠. 제 머리 길이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짧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기에 아직은 기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내년이나 내후년엔 허리까지 길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길면 뽀글이 파마로 바꿔서 즐겁게 가꾸어나가고 싶구요. (단발로 회귀할지도..!!!)
제가 올 여름 만나고, 연을 맺고 한낮의 더위로부터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때까지 같이 시간을 공유했던, 이 글을 읽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소매 가득 바람 몰고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묵은 햇살 다시 새롭게 하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장필순 (조동진 원곡)
또 조만간 에티오피아 시다모의 새그러움 가득한 향기와 괴테말라의 과묵함 가득한 일상의 글로 돌아올게요.
Je vous remercie beaucoup pour cet été. 잠시만 Ciao et à très v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