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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Feb 01. 2024

이로운생활 - Just do it

아주대 조선미교수님의 자녀의 행복을 위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강연을 하시는 것을 듣고 든 생각이다.
교수님은 인간으로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의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보다 해야만 하는 상황을 잘 견뎌수 있는 것 이라고 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연습해 오는 그것들은 결국 어른이 되어 건강하게 그리고 잘 "싫은 상황도 견뎌 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교수님은 우리의 부모님 세대처럼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해. 이유 달지 마"교육방식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 

요즘 세대에게는 "왜 순탄한 사회생활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아마 내가 십 대 후반, 이십 대에 이 말을 들었다면 이런 반문과 함께 위의 문장에 반감을 갖었겠지.

어째서 나와 맞지 않는것을에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인지.

규정을 짓고 그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는 그런 순리 따위는 지켜나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사십을 앞두면서 이 말을 듣고 있으니, 아, 나는 어린 시절 그리고 십 대의 나를 튼튼하게 키우지 못했구나 하는 슬픔과 이제서라도 조금 더 단단해지고자 아이 그리고 나 자신에게 교수님의 말씀대로 행해보려 마음속 깊이 새겨 두었다. 

그냥 해

어떠한 지시에 반문 없이 모든 것을 오케이 할 수는 없겠지만, 왜?라고 반문하기 시작하면

하고 싶지 않은 것 앞에서는 그 왜라는 이유를 찾기 위해 한걸음, 두 걸음 물러서면서 동시에
나는 어떻게 이 하기 싫을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며 피해 가는 방법을 먼저 찾고 있겠지.
"조금만 있다가"라고 말하며 나는 조금 있다가 반드시 할 것이라는 자기 위안을 변명삼아 지금 당장 해내야 할 것들을 미루고 미루다 억지로 해내야만 했고 그 경험은 당연히도 좋을 리 없었다.

이것이 반복되고 축척되어 내 인생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으로 온몸을 휘감던 십 대 후반과 이십 대에는

삶의 의미도 없었고 내일을 맞이할 힘도 부족했다. 꾸역 꾸역이 너무도 잘 어울렸던 나의 청춘의 시간들.

그것들이 모두 귀했고 그랬기에 더 아까운 시간들이다.

 


아이는 조심성이 많고 주변을 많이 살피고 실패를 겁내하는 나와 많이 닮았다.

(어른이 보기에) 고작 종이 접기나 레고 같은 어른에게는 별거 아닌 것을 할 때에도 실패하거나 실수하느니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싫은 일을 직면해야만 할 때 가능한 피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나와 닮아 그 마음을 잘 이해하다가도 아이의 다음이 나와 역시나 닮아 있을까 봐 씁쓸한 나의 마음.
이런저런 강의들을 찾아보고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 찾아보다 조선미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머리가 띵한 정답. 명답을 찾았다.

어떻게 잘 얘기하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의 해결책은 바로 [그냥 해라]였다.

이유도 변명도 필요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면 1분도 지체하지 말고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바로 실행하라는 것이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 훈련이 된다면 나는 매일 아침 오늘은 달리기를 하러 나갈까 말까 라는 고민 대신 오늘은 몇 킬로를 달리고 올까? 오늘은 어디로 달리고 올까?라는 고민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엉망인 주방에, 소파에 쌓인 빨래더미를 곁에 두고도 몇 시간이고 인스타와 유튜브를 방황하고 있는 오늘의 나를 향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아이에게 지식을 챙겨 넣어주는 일보다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 되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행복하게 살아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곱씹어 보면 약해빠진 타인의 말들에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믿고 사는 건강한 어른이 되는 방법은 부모인 나도 못하는데 어떻게 자식에게 교육할 수 있냐는 말이다.

아인슈타인도 제 능력것 뇌를 다 쓰지도 못하고 죽었다는데 우리는 쇼츠와 릴스를 보며 하루하루 나의 뇌를 파먹는 일을 하며 어떻게 아이에게 지혜롭게 살아갈 방법을 알려줄 수 있냐는 말이다. 

어서 내 무거운 궁둥이를 일으켜 지금 당장 완료 된 식기세척기 문을 열어두고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를 정리하자. 그리고 또 다음도 바로 하자.


아이를 키우며 오늘도 나를 키우고 있다.

어쩌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버전 2의 나의 인생을 빌드업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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