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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Dec 15. 2020

사부작 사부작

100일 쓰기 #13

2020.09.07 - 2020.12.15


연필. 그리고 100일.


서랍에 굴러다니던 연필이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였다. 즐거운 날도, 귀찮은 날도 있었지만 까먹은 날은 하루도 없다. 원래 성실한 편이기는 해도 빼먹은 날 없이 100일을 꼬박 써낼 줄은 몰랐다. 어느 시점부터는 그저 100일을 꼭 채우겠다는 생각이 그득해졌던 것 같다.

100일을 지나온 내 연필은 몽당연필이 아니다. 원래 키에서 4.5cm가 줄어든, 몽당연필이 될 가능성만 무궁무진한 14cm의 연필이다.
그래도 뿌듯하다. 그리고 조금 아쉽다. 나의 TMI를 나눌 일도, 다른 사람들의 솔직한 글도 다정한 댓글도 이제는 없겠구나, 싶어서.

다정한 사람들이 많았던 이상한 프로젝트. 사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쓴 건 나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보낸 편지가 아니었을지. 받는 이를 특정하지 않았어도, 그건 분명 받아주는 이가 있을 거라는 믿음 없이는 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저 연필 하나로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

사람의 마음이란 뭘까.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언제부터 어떻게 열리는 걸까. 다정하려면 얼마든지 다정한 세상이니, 마음이 드나들었던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

연필과 밤을 사랑하던 사람들. 언젠가 어디선가 또 다정하게 마주치기를.


#카카오100 #몽당연필프로젝트 #위트앤시니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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