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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Dec 31. 2021

2021 연말정산

2021년 마지막 날의 회고

나는 내가 말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오늘 이 글을 적으며 재발견했다. 나 할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구나. 앉은자리에서 꼼짝 않고 네 시간씩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놀랍다 나 자신이여.


일 년에 한 번씩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기분이 묘하다. 얻은 것 하나 없는 것 같았는데, 엄청 많은 것을 해냈고 많은 것을 얻었다는 걸 확인해서다. 하나하나 회고할 수는 없어도 일 년 치 삶을 후루룩 훑어보는 재미가 있다.


올해는 일의 실험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했다. 회사 두 곳에 속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각각 두어보는 실험. 나는 나의 최선을 다했고 나답게 최선을 다했다.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실험은 끝났고, 좋아하는 일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왔고, 나의 책임을 다 했다. 때로는 탁월하게, 때로는 창의적이게,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진심을 가득 담아서 나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양쪽을 오가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 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안부를 마음을 물어봐준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귀한 사랑받으며 살았던 것도 깨달았지. 훌륭한 동료들과 일했고, 아낌없이 마음 내어주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족들 속에서 지냈다. 일에 묻혀버린 날도 있었지만, 사이사이마다 나를 살려내는 것들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2022년은 바깥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자원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기를,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를. 콘텐츠 기획 커리어를 쭉쭉 이어나갈 수 있게 이동하는 것도 큰 목표.


나는 정말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고, 실수하고 실패도 여전히 그게 나라는 것을 안다. 나는 앞으로도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의 이슈

올해는 #변화 를 붙여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해. 언제나 순탄치 않았던 것 같지만 올해야말로 내가 손 쓸 수 없는 변화가 계속 들이닥쳤던 해였다.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변화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원하지도 않고 해결할 수도 없는 변화만 계속 왔다. 적응해야만 해서 어찌어찌 살았어도 원래 변화 자체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어벙벙하고 허한 마음을 데리고 다니기가 참 어려웠다. 몇 가지 여파는 아마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 노력하지 않기로 했으니 2022년에는 조금 덜 괴로웠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아티스트자아 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봤던 해. 이 자아의 목소리를 듣고, 많이 꺼내어보려고 애썼고 이 친구 덕분에 #아티스트웨이 도 시작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을 것 같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 #씨앗실험실 도 열 수 있었다 (실험실 관련 내용은 ‘올해의 프로젝트’ 파트에서 더 다룸).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스스로도 조금 더 예술가라는 정체성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아티스트 웨이> 과제로 아침마다 썼던 모닝 페이지를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경험을 주고 그 경험으로부터 영감과 변화가 시작되는 일. 지금은 작게, 조금씩 하고 있지만 5년 안으로 좀 더 크고, 더 자주 했으면 좋겠다. 다른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어떤 분야를 특정해 하나를 꾸준히 깊게 파는 스타일은 못 되는 것 같고, 경계를 넘나들면서 내용에 맞는 형식을 가져다 쓰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의 : N 실험

왈 팀과, 뉴그라운드 세션에서, 당채 모임에서 각각 회고를 하며 제일 자주 했던 말은 ‘너무 애쓰면서 살았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최선의 최선을 다했고, 이보다 더 최선을 다할 수가 없어서 많이 억울했다. 올해를 딱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라고 하면 #고군분투 가 되겠다. 물론 예전에 비해 도움을 구하는 것도 더 많이 연습했고, (그래서 구했고), 도움을 주고 기꺼이 나서 주는 사람들은 더 많이 생겼지만 내 마음이 절대 고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스펙타클하게 느껴졌다.


2021년에 했던 일 실험은 두 회사에 소속되어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보기. 4년째 다니고 있는 공공그라운드의 일은 주 10시간으로 바꾸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참여하던 왈의 일을 풀타임으로 바꾸었다. 좋아하는 일은 공공에, 잘하는 일은 왈에 두고 1년을 걸어보기로 했다. 공공에서는 적은 시간을 들여 꼭 해야하는 일과 텍스트클럽을 해내는 것이 목표였고, 왈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운영과 애자일 방식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커뮤니티 파트는 늘 의견이 분분했었지. 온오프라인을, 회사를, 일을 넘나들며 8개월을 불태웠다.


왈이네 일이 생각보다 급작스럽게, 내 의지와 관계없이 10월에 정리되었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조금 더 공들여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아쉽다. 일에 대해서도 아쉬운데, 처음 정규 멤버로 입사하며 ‘300명이 와글와글 모인 커뮤니티를 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실패였지만 실패라고 분명히 도장 찍을 수 없는 건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새롭게 배운 점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루는 회사라서 그랬는지 함께 한 우리가 다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어서 그랬는지 서로 정말 친한 친구가 되었고, 회사에서 하지 않을 속마음 얘기도 허심탄회하게 아무 걱정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았다. 일에 깔려 죽을 것 같아도 마음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만둘 생각을 계속 넘겨가며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리딩 하는 세션에 대한 피드백으로 버틴 날도 있었고. 오래된 유저들 중에 친구로 지내는 분들도 응원을 보내주셨다.


어쨌든 실험을 마무리하며 얻은 것은 이렇다:

온, 오프라인의 사업을 고루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리소스 관리에 눈 떴다. 나는 유한한 존재!

좋아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 ‘잘하는 일’을 위한 능력이 자꾸 개발된다. ‘좋아하는 일’의 능력이 더 개발되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힘이 나고 퍼포먼스도 다르다’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알았다.

N잡러들이 왜 풀타임 잡을 두지 않고 여러 개의 일을 작게 쪼개어하는지 깨달았다. (풀타임 잡에서 루팡 짓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구조의 일 실험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



올해의 인물: 스더, 소리 

스더는 왈에서 만난 동료로, 나와 같은 날 입사한 입사 동기다(!) 입사 동기 처음 가져봐서 신났고, 스더 옆자리 동료에서 옆자리 단짝으로 승격할 수 있어서 기뻤다. 스더는 나보다 품이 넓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 부스러기들을 주워 먹을 수 있어 그 힘으로 살았다. 일 때문에 위축된 나를 위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려고 애썼고, 일하는 태도와 능력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동료 이상의 애정으로 나의 고군분투와 마음의 파도를 함께 지켜봐 주었다. 의지할 수 있어서, 지지를 느낄 수 있어서 힘이 많이 됐다. 올해 스더가 없었더라면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앓다가 병원에 실려갔을 것. 스더 덕분에 푸름이라는 좋은 친구를 알게 됐고, 함께 당채 모임을 만들어 마음 둘 곳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좋은 마음 표현하기를 무척 쑥스러워한다는 것도 스더를 보면서 깨달았는데, 스더를 떠올리면서 연습한 것들도 있다는 걸 스더는 모르겠지 (헤헤).


소리는 나의 중학교 시절을 공유하는 친구로 내년이면 거의 20년 지기에 가까워진다. 늘 연락을 많이 하고 지내는 친구지만 올해는 내가 조금 더 많이 의지하며 지냈다. 바쁘거나 힘들어서 연락을 못할 때에도 소리가 먼저 헤아려 연락해주는 일이 많았어서 그 마음 덕분에 살기도 했다. 소리에게는 못할 말도 숨길 말도 없고 나의 모든 히스토리도 알고 있으므로, 가족처럼 지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가 잘 안 되고 속상할 때, 좋은 일 있을 때, 멋진 곳을 알게 됐을 때 함께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친구. 올해 얼굴 본 건 10번이 안되는데 (방금 캘린더 보고 세봤는데 정말 충격적…) 통화를 자주 해서 나랑 제일 많이 말한 사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비슷하게 느끼는 점도 많아서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었나 보다. 긴 시간 동안 함께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서로 봐줄 수 있어서 좋다.


스더-레종-수연에게, 소리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올해의 모임: #보드게임 크루

여름에 결성된 보드게임 크루. 2주-1개월 간격으로 만나 ‘팬데믹 레거시’라는 게임을 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전 지구적 전염병을 막는 시나리오를 따라가는데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팬데믹 상황이 게임판 위에서 재현되어 소름 끼치는 재미가 있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전략을 세워하는 게임이라서 우리 사이도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애피타이저, 디저트 게임도 하나씩 해보고, 간식 먹고, 어쩌다 보라님이 뚝딱 차려주시는 저녁까지 먹으면 이 집에서 8시간은 기본으로 머무르게 된다. 빌라선샤인에서 처음 만난 보라님과 올해 본격적인 크루로 묶일 수 있어서 기뻤다. 일하는 크루가 아니라 노는 크루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랑 놀 친구들 많다!’ 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보드게임 제작을 사랑하는 룰 마스터 봉환님, 반짝반짝한 눈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우정님도 내 친구지롱!



올해의 새로움: 팀으로 일하기

함께 일했던 훌륭한 동료들: 김깨, 노방, 무냥, 스더, 예나르, 파이

엊그제 키랑 얘기하다가 곰곰 더 생각해 본 항목. 왈에서 일하면서 완전히 처음부터 새롭게 배운 것 같다. 여름쯤에는 스더와 커뮤니티 파트의 일을 나누어했고, 9월에는 왈 피플이 하나의 목표에 매달려 본 것이 큰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각자 하는 일의 경계가 있고 서로 공유만 하거나 거의 혼자서 1인 기업처럼 일해왔다면, 왈에서는 회사의 목표가 각 팀과 구성원의 일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인지하고, 계속 살펴가며 일할 수 있었다. 회사의 일이라는 것이 각자의 자리에서 블록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조직에서는 찰흙을 함께 주무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동료와 상의할 수 있는 환경을 늘 동경했는데 그런 목마름을 채울 수 있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며 일해볼 수 있었다. 혼자 하는 일보다 훨씬 큰 스케일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었다.



올해의 단어: #뇌트워크

옆자리 단짝 스더와 쌓은 것. 서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 이후로 사용했다. 요거트를 생각하고 우유를 말하면 스더 입에서 요거트가 나오는 정도. 이런 일이 너무 잦아서 우리 뇌가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는 뜻으로 자주 말했다. 뇌트워크 동료와 일하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되고, 설득 리소스도 덜 쓸 수 있고, 추진력은 배가 되어 퍼포먼스가 좋아진다. 뇌트워크 동료 또 갖고 싶다!



올해의 아하: 마음 체크인, 애자일

왈에서 일할 때, 동료들과 더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을 돌보며 일하는 방법을 여럿 연습했다. 어떤 마음이든 잘 들어주는 ‘마음 체크인’ 시간도 있었고, 갈등 상황에서 상처 주거나 비난하는 대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연습도 했다. 왈 피플 대부분은 배려해주고 싶은 사람들이라 불편한 얘기를 하는 걸 많이 꺼려했는데 이 연습으로 조금씩 용기 낼 수 있었고, 서로의 말 뒤에 숨은 마음도 확인했다.

또 한 가지는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법. 2주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할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하고, 공유하고, 회고하는 방식. 매일 하는 업무를 작게 잘라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도 함께 체크했다. 처음에는 다 번거롭고 낯설었는데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리소스 관리’를 제대로 배웠다. 지난 두 달 동안 텍스트클럽과 다른 일에도 이 방식을 변용했고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



올해의 프로젝트: #텍스트클럽, #씨앗실험실, #피카타임 

올해도 역시 제일 큰 프로젝트는 텍스트클럽.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아서 확장하지 못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몇 달은 그냥 보냈지만 그래도 6번이나 열었다. 그리고 메인 행사 5개는 모두 여성 창작자였다. 의도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너무 좋지.

올해 행사 중 유진목 시인님, 목정원 작가님 행사 때에는 공간 연출을 추가해 조금 더 재밌었다. 유진목 시인님 행사 때는 로비에 빔 프로젝터를 두고 작가님이 직접 만든 낭독 영상을 재생했고, 무대 위에는 독자를 위한 옷 선물을 오브제처럼 연출했다. 목정원 작가님 행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트리와 함께 시간을 상징하는 (LED)초를 올려두었다. 주제에 맞게 공간을 만지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그래도 내년에는 내가 그린 그림을 실현해주는 다른 손을 빌리고 싶긴 하다. 너무 바빠...)


작년에 해본 일이라 쉽게 될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런 일은 세상에 없었다. 다른 일을 병행하며 기획 방향을 잡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일을 완성해내는 것은 전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일이 나에게 정말 큰 재미가 되고,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걸 매번 확인했기 때문에 놓을 수는 없었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도 너무 많았지만 꾹 참고 해내서 대단해.


다른 개인 프로젝트로 <아티스트 웨이>를 함께 완주하는 씨앗실험실이 있었다. 각자의 고유함을 씨앗에 비유했고, 씨앗을 이리저리 탐구해보는 모임이었다. 8월부터 10월까지 13주 정도 함께 한 연구원님들이 모임 때마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좋은 말씀을 전해주셔서 나를 살리는데 도움이 됐다. 원래는 후속 모임도 하고, 12주 코스를 다시 한번 돌려보려고 했는데 아직 기운이 나지 않아 무한정 미루는 중.

씨앗실험실 1 연구원님들: 과자, 데이지, 로사, 밀양박수연, 보혜미안, 비다, , , 이시스, 하영, 햅삐자이저 영경, 현의 기록, 히샤


11월에는 재형 오라버니 덕분에 #프립 의 피카타임으로 모임을 세 번 열었다. 솔직한 대화가 목적인 ‘마음 대화’ 모임, 공간 처돌이들과 떠드는 ‘서울의 힙-공간’ 모임. #힙공간 모임은 계속 열어보고 싶었는데, 가격이 문제였는지 일정이 문제였는지 최소 인원이 모집되지 않아서 아직 1회 이상 열어보진 못했다. 1월이 되면 다시 도전해보겠어.

왈에서도 소모임이나 라이브 세션을 많이 열었기 때문에 온라인 모임을 리딩 하는 건 익숙한 일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라 엄청 떨렸다. 괜히 긴장하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진행됐다. 끝나고 탈진하긴 했지만.



올해의 마음돌봄:  , 상담, 친구들

왈 팀에 속해있던 것 자체가 마음 돌봄의 활동이기도 했다. 내 마음, 네 마음 모두 살피고, 마음 얘기를 많이 들었고, 많이 했다. 이토록 마음 이야기를 수없이 보고 듣고 말한 나날이 있었던가. 합류 이후로 일 생각이 너무 많이 끼어들거나 오퍼레이터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어 오히려 명상은 거의 못했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마음 방치하는 날이 더 많기도 했ㄷ… 그래도 마음챙김 명상의 기조가 몸에 익어 알아차림은 더 익숙해졌다.


1년쯤 이어오던 상담은 종결했다. 치료라기보다 코칭에 가까웠던 상담이었고, 다른 방식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회기 정도 맛 본 다른 상담을 내년에는 시도해보려고 한다. 오히려 올해는 상담보다는 친구들 만난 게 마음 돌봄 활동이었다. 힘들 때 여러 친구들을 돌아가며 만났는데, 마음이 어떤지,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지 말할 수 있는 친구들만 골라 만났다. 왈이네를 그만두고 나서는 먼저 노크해주는 친구들을 만나 쓸데없이 외로워하지 않고 친구들이 주는 사랑만 받으며 지냈다. 참 좋았다.



올해의 : 운동과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너무 바빠진 9월부터 지금까지 쭉 쉬고 있지만 쉬니까 몸이 더 힘들어서 다음 달부터 다시 나갈 예정.

춤도 2020년부터 꾸준히 추다가 시간도 체력도 없어 잠시 그만두었다. 뭅뭅 이후에는 재즈댄스도 잠깐 배웠는데 난 현대무용이 더 좋더라. 기운이 좀 더 올라오면 다시 뭅뭅 다녀야지.



올해의 예술

부지런히 다녔지! 코로나 시대라 오히려 좋았던 매튜 본 시리즈도 즐겼고, 일 피해 코로나 피해 요리조리 잘 다녔다. 메모장에 쓴 리뷰를 브런치에 옮기기만 해도 글이 10개가 넘을 텐데 게으른 나 자신아… 옮기자 옮겨. 그래도 11월부터는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려두어 다행!


- 무용: LG아트센터 기획 매튜 본 4종 세트 - <레드슈즈>, <카 맨>, <신데렐라>, <로미오와 줄리엣>, 국립무용단 <산조>, 국립현대무용단 <힙합>

-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석파정 서울미술관 <거울 속의 거울>, 피크닉 <가드닝>, 일민미술관 <운명상담소>, 그라운드 시소 <요시고 사진전>, 스위스대사관, 송은 개관전 1부, 아름지기재단 <홈커밍>, 리움미술관 <인간, 일곱개의 질문>과 상설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과 <현대차 시리즈 2021: 미지에서 온 소식>, 버버리 <이매진드 랜드스케이프>, 수풍석 박물관, 현대 모터 스튜디오 부산 <미래가 그립나요?>

- 음악: 생각의 여름 콘서트, 이날치 콘서트

- 책 행사: 시들의 사운드트랙 ‘오은X장현호’ <왼손을 들어>, 모이 팝업 서점 (2회), 유희경 <이 다음 봄에 우리는> 낭독회

- 공연: 충무아트센터 <헤드윅>, 산울림극장 <빨간머리 앤>, 국립극장 <울트라월드>

- 영화관: <소울>, <미나리>, <니키리라고도 불리는>, <엔칸토>

- 이벤트/축제: 취향관 5월 이벤트, 넷플연가 블라인드 데이트, 문화기획자 맵핑, 윅 5주년 행사,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타이포잔치

- 스터디: 취미가 미술이론 스터디

- 콘텐츠: <나의 문어선생님>, <유미의 세포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 3



올해의 텍스트

완독은 32권. 시작했다가 못 읽은 책도 많고 선물 받고 아직 펼치지 못한 책도 많다. 텍스트클럽 덕분에 책을 더 읽게 되니 좋긴 좋다. 텍스트클럽에서도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다루어봤으면. 올해는 친구들 책이 많이 나와서 나는 언제 책 내나 부러웠지.


아, 출판된 책이 있다. 회사 일로 만든 비매도서. 좋아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 무척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 내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경험. 비매 도서라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에게 닿지는 못하겠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 테다. 나도 그 역사에 한 자락 흔적을 남겼고, 나의 한 시절에 대한 매듭도 정갈하게 지어둔 느낌. 메일함을 찾아보니 꼭 1년 전, 2020년 9월 9일에 파트너사 대표님들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다. 2020년 12월에 나왔어야 하는 책인데 1년이 걸렸다. 기쁨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애틋하기도 하다.


- 출판된 책: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 샘터사옥/공공일호> (비매도서)

- 텍스트클럽의 책: 김옥영 <다큐의 기술>,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김민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유진목 <거짓의 조금>, 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서효인 <아무튼, 인기가요>

- 텍스트클럽 후보 텍스트: 김신회 <아무튼, 여름>, 박선희 <아무튼, 싸이월드>, 구달 <아무튼, 양말>, 김혜경 <아무튼, 술집>

- 창조성을 위한 책: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 추천하고 싶은 책: 리사 배럿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프리야 파커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 재밌었던 책: 유진목 <산책과 연애>, 백수린 <여름의 빌라>

- 매년 완독 실패하는 책: Robert Poynton <Do improvise>, 조지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올해의 공간

출장과 여행, 호캉스가 있어서 숙박 카테고리를 따로 두어봤다. 분류가 애매한 공간이 많이 생겨서 기분 좋았음.


사진온실은 생일 기념으로 다녀와서 기억이 더 좋게 남았다. 제일 자주 간 건 마이 시크릿 덴. 아마 세 번쯤 갔을 듯. 이십세기 약방 위층의 개인 집은 동양가배관 프리 오픈 때 운 좋게 투어 할 수 있었는데, 오래된 건물을 살려 쓴다는 것과 유럽식 인테리어가 인상 깊어 적어둔다. 카페는 공간 경험이 좋았던 곳만 꼽아두었다.


- 커머셜: 오어즈, 포스트카드 오피스, 하우스 도산, 모베러웍스 팝업 스토어, 더 현대 서울, 무신사 홍대, 시스올로지 스토어, 오벌, 설화수 팝업 스토어, 프레젠트 모먼트, 오르페오 해운대, 논픽션 해운대, 바이인키노

- 책방: 위트 앤 시니컬, 밤수지맨드라미

- 숙박: 풀벗 아그리투스모, 라이즈 호텔, 게스트하우스 시호일, 호텔 레스케이프, 취다선 리조트, 파라다이스 부산

- 사진관: 사진온실

- 자연: 천리포 수목원

- 컨셉을 즐겨요: 후암별채, 카메라타, 스테이 고독, 마이 시크릿 덴, 그라운드 시소

- 카페: TMH, 동양가배관, 모브, 인크커피, 블루제이, 베르크

- 주택 프라이빗 투어: 이십세기 약방



올해의 미식: 식탁

올해는 친구들이 차려준 집밥 먹을 기회가 많았다. 지친 나를 위해 차려준 밥상, 함께 기쁨을 나눈 밥상이 있어 행복했다. 다른 나라 속담 중에 "함께 밥을 먹으면 식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던데,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의 식탁에 앉아 밥을 나눠먹으면 좀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들어.


오마카세: 로랑

파인 다이닝: 옳음

생일 식탁: 목금토 식탁

찻집: 토오베, 산수화 티 하우스, 맛차차

계절음식: 도다리 쑥국, 멜조림, 평양냉면, 방어회

제주의 코스요리: 정식

올해의 쌀국수: 남박

올해의 솥밥: 조금

올해의 돈카츠: 카와카츠 오토코

올해의 들깨순두부: 진영두부마을

올해의 수육: 진영면옥

올해의 아시안: 아각아각

올해의 브런치: 바통 밀 카페

올해의 집밥: 보혜 식탁, 보라 식탁, 지언 식탁



2022 키워드: Let things come to me!

2021년에는 “Be Bold”를 꼽았다. 좀 더 담대하게 나를 믿고 나아가고 싶어서. 지금 마음도 여전히 그렇지만, 어떤 일이 오든 그냥 나에게 ‘오게’ 놔두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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