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첫날에 돌아보는 2019
매년 12월 31일, 밤 11시 30분에는 꼭 종로 한복판에 서있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카운트 다운하고, 보신각 종소리를 듣고, 사진을 이따만큼 찍은 다음 24시 복국집에 찾아가 '복'을 먹는다. 우리 가족이 10년 정도 지켜온 전통이다. 복을 담은 복국을 먹는 것, 그리고 새벽 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뿌듯한 감각을 사랑한다.
2019년 12월 31일에도 보신각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2020년 1월 1일 아침, 2019년은 조금 특별히 기억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대를 마친다는 느낌이 있어서일까?
2010년대를 생각해보면 대학교-대학원, 그리고 취업이 가장 큰 이벤트였다.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넘어오며 4개의 전공을 거쳤고, 아이트래커와 EEG 기기를 두루 다룰 줄 알게 됐고, 국제 학회에서 발표하다 주요 인용 논문의 저자와 마주쳤다. 2009년부터 7년 사이에 학사 학위 2개와 석사 학위 1개가 생겼다. 그동안 2번의 연애가 끝났고, 무수히 많은 눈물과 함께 3번의 취업이 지나갔다. 그리고 2019년과 함께 20대가 끝났다.
1월에 태어나 남들보다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갔고, 구구절절 설명하기 싫어서 졸업 이후에는 항상 자발적으로 한 살을 더 먹었다. 덕분에 작년에도 서른이었지만, 진짜 서른은 이제 시작이다.
막연히 기다려온 서른을 맞이하며 달력과 사진첩을 뒤적여 2019년의 이벤트를 골랐다. 회사, 혹은 회사 밖에서의 일, 큰 감동을 주었거나 의미 있었던 콘텐츠, 공간, 나를 살게 하는 여행과 소중한 미식의 경험까지. 내년에도 종종 두고 보려고 10년 치 정리하는 기분으로 상세하게 뽑았다. 알차게 잘 살았다.
#커뮤니티 매니저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었던 한 해였다. 처음으로 행사 스피커로 참석해보기도 했고 (헤이조이스 '커뮤니티 매니저로 살기'), 커뮤니티 매니저였기 때문에 기관 자문회의에도 불려 갔다 (청년인생설계학교, 청년 공간 매니저 매뉴얼). 나로부터 일을 멀리 떼어놓고 생각해볼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든든했던 동료 -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친구 - 코난이 사랑으로 빚어준 인터뷰 콘텐츠도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고민이 많이 되었던 달은 10월. 4층 코워킹 스페이스 종료가 결정되면서 일과 역할에 대해 막막한 불안을 느꼈다.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라 원래도 커뮤니티 매니저 하기에는 좋지 못했는데, 대규모(?) 이별이 예상되자마자 패닉에 빠졌었다.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것들이 휩쓸려간 것 같아 정리 미팅을 하고, 퇴주 일자를 받을 때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헛헛한 시간을 잘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사정까지 살펴주고, 응원해주는 마음 때문이었다. 상실의 한가운데에 '그래도 사람이 남는다'는 문장이 남았다.
생각해보면 올해는 여느 때보다 위로와 격려와 응원과 애정이 넘쳤다. 커뮤니티 매니저의 지속 가능성, 역할 혹은 쓸모, 일을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다정한 마음이 넘실댔다. 사랑하는 팀, 입주 멤버들, 친구들, 그리고 인연이 닿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콘텐츠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사 이름으로 발행되는 글을 쓰면서, 서로 다른 조각 같은 일이 모두 연결되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다듬고, 기획서를 쓰고, 미팅을 하면서는 내 생각을 더 뾰족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2020년에도 커뮤니케이션 루프를 잘 다루는 법, 수익성을 놓치지 않는 법을 언제나 품어두어야 한다.
- 공공그라운드 기획 프로그램: 공공작당 시즌3, 몸마음워크샵
- 공공그라운드 커뮤니티 프로그램: 타운홀미팅(금융/미디어 리터러시/플리마켓/파랑새극장/복숭아/라운지/송년회), 미묘미 맥주파티, 어피티 스프린트 워크샵, '아깝잖아, 이 오월이' 모임, 공카페
- 공공그라운드 협업 프로그램: 텍스트 아케이드
- 올해 작성한 회사 콘텐츠
기획 프로그램 리뷰: 공공살롱 2, 공공작당
인터뷰: 김준일님, 고경원님, 공석진님, 배혜윤님, 박성조님
커뮤니티 이야기: 공간 구성, 미묘미, 담쟁이, 플리마켓, BZM, 공카페
#회사 밖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를 이루는 다양한 부분을 펼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올해는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일을 많이 벌리진 않았다.
벌서 3년이 된 블루밍살롱은 바쁘다는 핑계로 잘 가꾸지 못했다. 블루밍살롱은 '자존감'을 키워드로 자기 삶을 잘 살아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모임이다. 나를 나로 살게끔 하고,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으로 이끌어준 소중한 모임. 올해는 딱 한 번, 5월에 왈 팀의 공간에서 '자괴감파티'를 열었다. 자괴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스스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진짜 나를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낸 서로를 축하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역대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 '참여했던 원데이 프로그램 중에서 제일 좋았어요' - 이 프로그램을 블루밍살롱의 고정 프로그램으로 가져가도 좋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11, 12월에는 입주 멤버였던 널 위한 문화예술 팀의 감사한 제안으로 아트 레터 2건을 작성했다('매그넘 인 파리', '뮤지엄 오브 컬러'). 오프라인 프로그램 '애프터 뮤지엄' 참여자를 위한 메일 서비스로, 전시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전시는 원래 좋아하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강제로) 후기도 쓸 수 있었다. 일이 연결되는 것도 신기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도 확장시켜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재밌었다.
그밖에 마음친구 활동도 계속 했었다. '올해의 마음 돌봄' 꼭지 참고.
적어놓고 보니 이게 웬 말이야.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열심히 다녔네.
올해는 특히 축제/참여형 콘텐츠의 가능성을 많이 봤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는 경험을 사랑하는데, '이건 나를 위한 건가!' 싶은 감각적인 콘텐츠가 많은 해였고 또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제일 좋았던 건 #커피사회, #미드나잇 인 서울, #제로원 페스티벌. 사진 찍고 떠나는 소비적인 경험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생각'이란 것을 해볼 수 있었다. 특히 미드나잇 인 서울의 경우에는 취향관이라는 공간이 아니었으면 그 정도 감동은 없었을 것 같다.
형식을 파괴한 공연(푸에르자 부르타), 12년 만의 감동(백조의 호수), 유년 시절이 떠오르는 공간(파랑새극장), 개인사의 진화(해녀의 부엌), 자유로운 영감의 장(인스파이어드)도 모두 행복한 기억이다. 덕분에 즐겁고 재밌었다.
나도 2020년에는 기획자가 깔아 둔 판에서 참여자 스스로 동선을 만들고, 선택하고, 즐기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 축제/참여형 콘텐츠: 커피사회(2월 3회), 미드나잇 인 서울(4월), 월경박람회(5월), 워터밤(7월), 제로원 페스티벌(9월), 퍼블리셔스 테이블(9월)
- 미술관: 아르코 미술관(4월), 국립현대미술관(7월), 한가람미술관(11월), 에스팩토리(12월)
-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5월), 파랑새극장 공연(5, 6, 9, 10월), 매튜 본 '백조의 호수'(10월), 해녀의 부엌(10월)
- 이벤트: 중고부부마켓(5월), 도시재생 캠프톤(6월), 인스파이어드(10월), 사진 원데이 클래스(10월), 코드 '커뮤니티 비즈니스'(11월)
- 오프라인 강연/워크샵: 무인양품 브랜딩(3월), 비폭력대화(3월), 태재 작가 '에세이 스탠드'(8월 3회), 헤이조이스 재테크(8월), 브런치 강연 - 손현 작가(10월), SDF(10월)
- 독서모임: 공공일호 책모임(6-11월), 코사이어티 '스페이스 리딩'(11월)
공간이라는 키워드에 꽤 집중했던 한 해였다. 이 키워드 덕분에 공간을 다루는 브런치 글도 쓰게 됐고, 멋진 공간에서 감각을 깨우는 경험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2020년에도 중요한 키워드로 가져갈 듯.
거의 매 달 새로운 공간에 갔고, 인스타그램이든 메모장이든 방문 후기를 남겨놓았다. 예전에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이제는 공간을 구획하고,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 콘텐츠를 채워 넣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공간 기획, 브랜딩에도 계속 관심이 가고, 기회가 오면 덥석 물어보려고 준비 중이다. 건축 쪽도 자꾸 기웃기웃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은 #듀펠센터, #아모레 성수, #종이잡지클럽. (TMI: 듀펠센터는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너무 좋았어서 이번 시즌 공공살롱 때 연사로 모시자고 졸랐다.)
- 커머셜: 성수연방(2월), 듀펠센터(3월), 어쩌다산책, 계동 젠틀몬스터(5월), 아조스튜디오(5월), 아크앤북(9월), 아모레 성수(12월)
- 역사/복원: 세운상가(6월), 생과방(10월)
- 커뮤니티: 왈이네 마음단련장(4, 5, 11월), 코사이어티(11월), 종이잡지클럽(12월), 헤이조이스
- 기타: 반얀트리 호텔(11월), 고석공간(12월)
1월에는 엄마, 동생과, 9월에는 블루밍살롱 친구들과 유럽에 다녀왔다. (런던), 에든버러, 암스테르담, 부다페스트, 자그레브, 스플리트. 엄마는 서유럽도 처음이고 박물관을 너무 사랑해서 여행 내내 행복해했다. 열심히 혼자 다녔던 나 자신을 약간 반성하게 됐지.
블루밍살롱 친구들은 2013년에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고, 친구가 된 지 10년을 기념하며 다녀온 여행이라 더 애틋했다. 무언가를 보고, 먹었던 기억도 좋지만 그냥 침대에 누워 낄낄대고, 온라인 탑골공원을 구경하고, 테라스에 앉아 해 뜨는 거리를 가만히 지켜보았던 것이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언제나 언제나 사랑하는 제주. 올해는 특별히 함께 한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벤저스 팀이었을 때 다녀온 5월 워크샵, 10월 인스파이어드, 12월 마무리 여행까지. 1년을 기다려 갔던 인스파이어드는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따뜻한 연대가 온몸을 감싸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모두 좋은 계절에, 좋은 만남이었다.
(+ 올해의 현타: 여행비를 모았으면 샤넬 백이 하나 생겼을 것.)
스무 살 이후로 마음을 돌본다는 것이 언제나 화두다. 관심이 많으니까 기회가 자주 온다.
온라인에서 또래상담을 한 지 2년이 되는 해였고 (마음친구), 왈 팀과 마음으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음친구 활동의 일환으로 왈 팀의 공간에 갔을 때에는 정말 놀랍고 기뻤다. 그날 영은님 가이드에 따라 명상하며 많이 울었는데, 울었던 것도, 한참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모두 다행스러웠다. 마음이 어렵고 힘들 때 떠오르는 얼굴이 있고, 위안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4-7월에는 힙합 댄스를 배웠다. 기초 루틴을 배우고, 안무반도 가보고, '힙합'이라는 장르를 잠시 배워보기도 했다. 춤을 잘 추고 싶기도 했지만 그냥 '내가 겁먹고 안 해봤던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이 더 컸다. 뭐든지 잘 해내려는 마음을 떨쳐보려고 갔는데, 거울 앞에서 자꾸만 자괴감이 드는 나를 발견했다. 내 안에 힙합 리듬은 없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8월에 큰 상실을 겪으며 그만두었다. 운동이 아닌 다른 형태로 몸을 움직이는 게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현대무용은 2017년부터 좋아하기 시작해 기회를 좀 찾아보는 편이다. 무용학교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국립현대무용단이나 서울무용센터의 프로그램을 자주 체크한다. 8월, 11월 원데이 클래스에 각각 참여했는데 8월의 워크샵이 참 좋았다.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컨택을 처음 경험했고, 더 많이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2020년 1월부터 현대무용 전문 스튜디오에 등록할 생각이다.
'타고난 스탯이 약한 캐릭터예요'라는 한의원 선생님의 말을 새기며 산다. 2018년에 비하면 조금 덜 아팠지 않나 싶으면서도, 운동을 병행하지 않은 나 자신을 좀 탓했다. (탓하면서도 안 하는 게 더 대단해) 2주 전인가 추나 치료를 받으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개같이 스쳤다. 현대무용에 더해 필라테스든 PT든, 뭐든지 해야겠다.
9월 어느 날 치통이 너무 심해 갔다가 이 세 개를 해 먹었다. 9월 중순부터 12월 첫 주까지, 긴 긴 치료였다. 피곤하면 잇몸이 붓는데, 거의 항상 부어있어서 치료를 몇 번 미뤘다. 무엇보다도 치료보다 치료비가 더 무서운 나이가 됐다는 게 슬펐고, 통장에서 100만 원이 나갈 때 아찔함에 머리가 핑 돌았다. 당장 치과 보험 들었음.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봤다. 올해의 영화로 꼽을만한 게 별로 없기도 해서 드라마로 대체. 여성 캐릭터가 (비교적) 잘 살려진 두 드라마가 제일 재밌었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했고. 이병헌 감독식 유머가 늘 재밌지만은 않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배우들이 티키타카 하는 장면이 마음에 쏙 들었다.
하도 재밌다고 해서 '동백꽃 필 무렵'도 봤는데 가면 갈수록 너무 한국 드라마 같기도 하고, 감성이 불편한 지점이 있어 찜찜했다. 강하늘의 사투리 연기가 다했다고 본다. 검블유에서 발견한 이재욱 배우가 너무 좋아서 그 오글거리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봤다. 이재욱 배우는 외모가 너무 내 이상형이고 (진짜 대박 어떻게 그렇게 생기셨죠 너무 멋져) 나보다 한참 어린데 오빠미 있어서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밥 한 번만 먹어보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아는 나의 미식 사랑. 올해도 열심히 다녔고 열심히 행복했다. 충격과 감동을 주었던 올해의 미식을 리스트로 정리해보니 너무 길어서 핵심만 간추렸다. 정리하면서 같이 먹은 사람들 얼굴이 떠올라 더 즐거웠다. 고마워요.
- 2019 최고의 밀도 높은 시간: 르템플에서, 페어와 함께
- 새로운, 바의 세계: 코블러
- 기억에 남는 카페: 파운틴, 소호67
- 감칠맛 나는 양식: 오쏘파스타, La Grotta
- 성공한 인생: 오마카세 2회 (스시 쇼우, 오가와)
- 피리부는 사나이: 해녀의 부엌
- 특별한 다이닝: 응 (5, 12월), 조선호텔 아리아
- 올해의 파스타: 망원동 친구네에서 먹은 바질 파스타
- 올해의 우니: 갓포 마코토
- 올해의 돈카츠: 콘반 '히레카츠'
- 올해의 돼지: 신도세기
- 올해의 국밥: 도두항식당 '접짝뼈놈삐국'
- 올해의 샌드위치: 소금집 '잠 봉 뵈르'
정리를 끝내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역시 말보다는 글이 조금 더 편한 사람인 것 같다. 스피커로 설 기회가 또 온다면 쫄거나 떨지 않고, 말하고 싶었던 바를 의도 그대로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 머릿속에만 담아둔 아이디어들도 조금 더 똑똑하고 부지런하게 챙길 수 있었으면. 게으름의 아이콘 그림자책도 꼭 내고. 무엇보다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할까?'로 휙휙 바꾸어 생각할 수 있기를.
언젠가부터 막연히 서른 살을 기다려왔다. 좋은 일도, 성취도 많은 20대였지만 지나친 불안과 방황 속에서 살았다고 느꼈다. 어느 해 겨울에는 세상에서 내 존재를 지워버리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었던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2020년을 맞이하는 글을 쓰지도 못했을 거다.
어둑한 터널 같았던 시절을 지나오니 내가 어떤 방식으로, 패턴으로, 혹은 시각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게 되었다. 또다시 불안이, 두려움이, 방황이 찾아와도 조금은 더 의연하지 않을까 한다.
2020년도, 2020년대도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야지. 복을 배 터지게 먹어서 진짜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