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컬러링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 리뷰
뜨거운 쌍화탕을 좋아한다. 몸이 아파질 것 같을 때, 정신이 피로해 견딜 수 없을 때 나는 쌍화탕을 데운다. 쌉싸름하고 달달한 쌍화탕이 나를 평안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으며.
오랜만에 혼자 휴식 보드게임을 가지고 놀았다. 그동안 열 번 넘게 해봤지만 오늘 처음으로 고른 사진에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딱 두 장에 등장했지만 이마저도 행위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오늘 후보에 오른 장면들은 모두 ‘함께’ 보다는 ‘혼자’.
이미지를 고를 때에도 느꼈지만 사실 여름 끝자락부터 내내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혼자 있는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혼자 느긋하게 충전해야 숨 좀 쉬겠다, 했는데 지난 한 달을 생각하면 마음만큼 쉬지 못했다.
퇴근길에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한강을 휘휘 걷기도 하고, 일부러 비싸고 맛있는 저녁을 먹기도 했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게 내 생각보다 훨씬 긴장됐던 것 같다. 잘하고 싶고, 빠르게 섞이고 싶은 마음에 너무 많은 인풋을 소화했고,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금 무리했다. 긴장 때문에 꿈에서도 일하거나 근육이 빳빳해진 채로 며칠을 보내기도 했으니, 알아차리고 대처할 법도 한데 시야가 좁아져 자주 무시했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경주마 모드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는 잘 들어가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회복해야지, 싶은 마음에 오늘 아침에는 마사지도 받았다. 40분 내내 한숨을 쉬며 걱정 어린 잔소리를 쏟아내던 선생님 덕분에 몸도 마음도 많이 풀렸다. 보드게임 덕분에 일주일 안에 시도할 휴식도 구체적으로 발견헀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혼자 카페에서 느긋함도 즐기고, 이르고 깊은 잠을 잘 것이다.
짬 내서 쉬는 대신 쉬는 시간을 먼저 두고 몸도 까먹지 말아야지. 다들 일상이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볼 만하다. 벌써 9월 허리에 왔으니까. 몸살이 나지 않게 뜨거운 쌍화탕을 홀홀 마시며 휴식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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