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선샤인 뉴먼소셜클럽 '휴식 박사과정' #3
휴식 클럽에 들어오고 나서 '느끼고 관찰하는' 성실함이 생겼다. 지난주 평일 저녁 내내 이삿짐을 정리하고 집을 돌보느라 정신없었지만, 불안에 대해 다루고, 자기 자비를 떠올리며 살 수 있었다. 저절로 마음챙김이 된다.
매 순간에 집중하기는 어려웠지만 내가 하는 행동, 생각,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을 때마다 퍼즐 조각을 줍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지난 주말, 마음을 감싸주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오늘은 <다양한 휴식의 기능과 역할>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 시간에 작성했던 리스트,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찾아낸 쉼 조각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각 조각들이 나에게 얼마나 쉬운지 - 더 자주, 더 쉽게, 에너지를 덜 쓰는 - 혹은 어떤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지 언어로 바꾸어보았다.
1단계(쉬움)~4단계(몹시 어려움) 구분을 두었다.
1단계: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는, 즉각적인, '환기'의 욕구를 채워주는, 조금 더 일상적인 쉼
- (평일 낮 회사에서) 화분에 물 주기, 오후 네시의 간식, 산책하기, 입주 멤버에게 말 걸기
- 5,000원 미만으로 꽃 사기 - 꽂아두기
- 낮잠
- 차 끓여 마시기
- 티라미수 먹기 (우울하거나 기분 나쁠 때 주로)
- 음악 듣기
- 동생과 낄낄대기
- 일기 쓰기
- 마음 편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 잼, 청, 베이킹하는 것 (집중, 몰입)
- 오락실에서 총 게임하기
2단계: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조금 더 드는, 구체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쉼
-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낯선 동네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걷거나 바람/햇빛을 쬐는 일 (안정감, 평온함)
-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에 방문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고, 감각을 살려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 (예술성, 영감)
- 공연, 전시 보기 (예술성, 영감, 감각 경험)
- 원하는 컨셉의 옷을 입고, 한 번도 담아보지 못한 동작을 몸에 넣어보는 현대무용 시간 (몰입감, 성취)
- 새롭고 낯선 맛이 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저녁 시간에, 나누어 먹으며 흐뭇해하는 일 (감각 경험, 깊은 애정)
- 무언가를 정리하는 과정 (단순화)
3단계: 물리적인 공간 이동과 시간 확보가 필수적인, 주로 여행에서 일어나는 경험으로 여겨지는 쉼
- 산이 아닌 오름이나 숲 종류의 자연 속에서, 감각을 열어두고, 보고, 듣고, 맡고, 만져보는 일 (감각 경험, 자유, 자연과의 통합)
-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완전히 원하는 것으로만 꽉꽉 채우는 하루 (통제감, 자유)
- 커뮤니티 활동 (연결감;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2단계가 아닌 3단계로 이동)
4단계: 깊고 강렬하지만 자주 일어나지 않는 정서적 교감의 순간.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가족일 수도, 혹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음
내가 에너지가 많지 않거나, 소진되었을 때 어떤 휴식을 하는지, 할 수는 있는 건지 궁금했다. 어딘가로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1단계 쉼을 더 알고 싶어졌다. 다른 분들이 말씀해주시는 내용 중에서 몇 가지를 건졌다.
그리고 리스트로 정리하며 살펴보니 초안에는 성취나 안정감 같이 욕구를 채워주는 휴식이 조금 더 많았다. '급속 충전' 해주는, 쉽고 빠른 쉼도 조금 더 추가되면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더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쉼이라 노트에 적어두었다.
지금 이 시기의 내가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은 외로움이다.
애인이나 친구가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은 아니고, 오롯이 혼자라는 감각, 존재 자체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의 질감이다.
요즘 특히 '생산적인 나', '유능한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원하다 보니,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나'를 생각하게 된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따뜻함으로 마음을 채우고 싶다: 안정감, 안전하다는 감각, 지지, 연결, 기댈 수 있는/기댈 수 있다는 믿음(수동적인 의지가 아닌, 서로 기대어주며 균형을 이루는 적극적 의지), 신뢰.
지금까지는 주로 연애에서 얻어왔었는데, 애인이 없는 시기를 지나는 동안 다른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 아직은 만족스러울 만큼 채워진 적이 많지는 않아서 조금은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도 든다.
이걸 살짝 틀어보면, 깊이 연결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관심이 많고,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많이 쓰느라 에너지의 방향이 바깥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반대로 나에게 돌릴 수 있는지, 혹은 돌렸을 때 어떤지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 많이 다루지 못했지만 '의도적인 휴식 (deep play)' 개념도 좋았다.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에 나오는 개념으로, '낯선 자아를 만날 수 있는, 만족감이 있는 상태/상황'으로 이해했다. 이런 시간을 많이 확보해주는 것이 의도적인 휴식이고.
나는 축제 같은 이벤트(일탈감), 무용 수업, 여행,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낯선 자아를 만나는 것 같다.
특히 사이드 프로젝트가 그렇다. 평소에 10만큼 신중하고 완벽하기를 원한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굴리는 동안에는 3~5만큼으로 줄이고 더 용감하게, 덥석덥석 시도해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전환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더 자유롭고, 더 대담한 버전의 나를 만나는 그런 느낌.
마침 며칠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욕구가 많이 생겨서 어떤 걸 시도해볼지 생각 중이었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완벽해야 한다거나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부담으로 느껴지고 있었는데, 이런 마음을 덜어내고 싶었나 보다.
예전에 접어뒀던 아이디어라도 다시 꺼내어 작게 시작해보면 쉼이 될까? 다양한 나를 만나며 아직 발견하지 못한 쉼의 세계를 만나고 싶다. 이번 주도 조각 모음을 잘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