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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May 25. 2020

'불안한 건 고장 난 거니까 고쳐.'

빌라선샤인 뉴먼소셜클럽 '휴식 박사과정' #2

'휴식 박사과정' 두 번째 시간.


오늘은 '불안할 때 내가 무엇을 하는지' - 행동/현상과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들여다보았다. 긍정의 에너지가 다 떨어졌거나 없을 때, 바로 그때 무엇을 하는지 알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긍정과 밝음으로 가득 찬 나'만이 내가 아니니까. 나에게 꼭 맞는 쉼 조각을 찾으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우선 내가 불안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쇼핑, 끝없는 쇼핑

하소연, 끝없는 하소연

핸드폰을 심하게 하기: 졸린데도 잠을 미루면서까지, 혹은 눈알이 빠질 것 같이 아파도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혹은 놓지 않는다.

유튜브로 타로 보기: 윗 항목과 연결됨. 이걸 너무 심하게 해서, 보면서도 현타가 오는데 멈추기 어렵다.
(반전의 순기능: 얼마 전부터는 아예 온라인으로 타로 배우는 중. 오히려 덜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 걸어두기: 내 마음에 힘이 없고, 힘드니까 기대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마음을 걸어둔다. 친구들에게 날 것의 생각/마음을 와다다 말해두고, 친구들이 주는 마음을 꿀꺽꿀꺽 삼킨다. 확실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니까 좋으면서도, 마치 응급 포션으로만 HP를 채우는 느낌이라 헛헛함 같은 게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불안하거나, 무섭거나, 외롭거나, 헛헛할 때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어떨 때 불안하고, 무섭고, 외롭고, 헛헛한지를 더 세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더 정확히 구분하면, 더 정확한 과녁에 쉼을 쏘아줄 수 있겠지. 이건 숙제.


나는 힘든 마음을 직면하기보다는 회피하는 편이 더 익숙한 사람이다. 마음챙김이며 동작치유며 오랫동안 마음 보는 작업을 해도 그렇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이런 마음이 들 때 감지하는 것이 훨씬 잘 된다. 한참 유튜브를 보거나 친구들에게 끝없이 마음을 걸어둘 때에는 그 행동으로 마음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내가 ___ 하는 걸 보니 불안하구나." 이렇게. 감지가 된다고 해서 해소를 위해 뭔가 행동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이렇게 알아차린 후에는 여러 가지 강박적이고 소비적인 행동을 멈추어보려고 한다.


'불안한 건 고장 난 거니까 고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불안을 제대로 마주 보거나 인정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로 무기력, 시니컬, 분노, 불안 때문에 에너지가 바닥으로 내려갔을 때의 나를 '고장 난 나', '내 것이 아닌 감정으로 가득 찬 나'로 여긴다. 그래서 얼른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버려서 생각이 이렇게 간단하고 폭력적인 명령으로 흐른다. (글로 써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폭력적이라 깜짝 놀랐다. 불쌍한 나.)


내가 불안으로부터 도망갈 때, 혹은 도망가고 싶을 때 왜 그런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나를 돌보는 방법을, 다시 말하면 또 다른 '휴식'의 방법을 알게 될 것 같다. 앞서 적은 것처럼 에너지로 가득 찬 나만이 내가 아니므로.

축 쳐지고 무기력한 나를 돌보는 휴식을 알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쉼을 주기 위해 불안과 두려움과 기타 등등의 마음도 꼭꼭 들여다보기로 한다.



불편함을 견디기가 어렵다. 올해 (더 자주) 느끼고 깨닫는 바, 나는 나에게 너무 엄격하고 자비롭지 못하다. 생산적이지 않은 나, 유능하지 못한 나에게 가지는 죄책감이나 분노가 크다. 이것만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불안 앞에 서면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혹독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고, 조금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도 다시 알았다. 조금 더 깊은 쉼, 더 다양한 쉼을 알아가는데 이런 과정을 꼭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아주 납득되는 이야기다.


이번 주도 분명 바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화로 활활 타오르다 시니컬해지고, 다 때려치우고 싶겠지만. 딱 일기 한 줄 만큼의 정성으로 30초만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휴식의 의미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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