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oozoo Jul 20. 2020

모아서 모아서, 뭐가 되었게?

konsider 팝업 "All Things konsidered" 후기

(2020년 7월 19일 방문)


콜렉트(@kollekt.seoul)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 '위클리 캐비닛(@weeklycabinet)의 팝업 레스토랑/카페.


컨시더(@konsider.seoul)라는 계정도 따로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팀인지, 왜 하는 행사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참여하는 레스토랑/카페 혹은 세라미스트나 공간 만드는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이유로 참여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런 생소한 조합들이 어떻게 모여있는지 궁금해서 다녀왔다. (먹어보고 싶다고 오조오억 번 생각만 했던 젠제로가 있어서 더 쉽게 결정했다.)


요즘 갬성으로 꾸민 공간 ⓒ 우주 OOZOO


공간의 톤과 전체적인 디자인물이 노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따뜻한 색이기도, 채도가 낮은 색이기도 해서 조금 더 포근했던 것 같다. 조명도 딱 적당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역시 따뜻한 톤이어서 눈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가구는 아마도 콜렉트에서 제공한 빈티지 가구였을 듯. 새 것의 반짝거림이 아니어서 더 편안했다.


인스타그램에 1시간만 머무를 수 있다는 공지가 있었는데, 그래서 가성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지만 실제로는 1시간을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저트만 후딱 먹고 나서야 하는 정신없는 공간이 아니어서 좋았고, 머무는 동안 함께 갔던 친구와 '음악 좋다'는 얘기를 몇 번 했다. 세상 힙한 로파이 너낌의 음악들.

나는 무엇보다도 볼륨이 딱 적당했던 게 좋았다. 귀가 피로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적당히 차단해주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더라. 이제 공간을 운영할 때는 정말 오감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뒤부터 온 세상 멋쟁이들이 쇽쇽 나타났다. 패션이 독특하거나, 특이한 향수를 쓰거나, 안경이 독보적인, 스타일 있는 사람들. 과연 한남동이었다.



음료 1 + 디저트 2 + 젤라또 구성 ⓒ 우주 OOZOO


팝업에 참여한 브랜드 대부분이 디저트, 베이커리 류를 판매하는 가게였다. 그래서 음료와 디저트의 개수로 입장권 가격이 결정되었다. 직접 가게에 가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혹은 조금 더 비싸기도 했다.

함께 갔던 친구와 이것저것 맛보기로 하니 2만원이 훌쩍 넘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가계부를 보니 그제야 현실 자각이 되었다. 맛이 아쉬운 디저트도 있었지만 돈이 아깝지는 않아서 그걸로 위안 삼기로.


껠끄쇼즈의 마카롱과 우나스의 초코 파운드, 출처를 알 수 없는 콜롬비아 원두 드립, 젠제로의 젤라또까지. 친구도 나도 고민할 것도 없이 젠제로를 최고로 꼽았는데, 얼그레이 향이 물씬 나는 젤라또 위에 복숭아 잼을 올려먹었기 때문. 얼그레이와 복숭아가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이 맛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두 가지 향이 정말 조화로웠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처음 먹어보는 맛'에 짜릿함까지 추가...!


참여한 가게/사람의 소개가 담긴 카드 ⓒ 우주 OOZOO


팝업 기간에만 딱 열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미 영업 중인 가게의 모음집이어서, 맛있었던 것들을 언제든지 다시 먹으러 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가게와 사람을 소개하는 카드를 함께 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인스타그램에 각 브랜드를 태그하고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종이에 인쇄하고 물성을 가진 무언가로 바꾸어 준다는 점이 좋았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느낌도 있었고, 한 문장이라도 더 읽고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니 브랜드 입장에서도 본인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였을 것 같다.


공간 꾸미기는 참 잘한다 잘해. 감각적이야! ⓒ 우주 OOZOO


그래서 모아서 모아서 뭐가 되었냐면, 팝업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몇 장 찍는 것 말고, 맛있는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맛보는 것 말고, 또 어떤 게 남을지 잘 모르겠다. 재밌는 기획이고, 꽤 섬세한 디테일을 갖고 있었지만, 다시 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기에 왔다가 알게 된 가게에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가게는 완전 땡큐겠지. 그래서 다소 일방향의 팝업이라고 생각했다. 가게가 덕보는 것 말고 온 사람들이 덕 볼 수 있는 무언가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앞서 적었던 것처럼 이 행사를 누가 기획했고, 왜 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이 브랜드들을 '고려'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브랜드 혹은 개인의 유명세에 많이 기대어 있어 한편으로는 빈약했던 팝업. 인스타그래머블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들 순 없었을까?


그래도 위클리 캐비닛이라는 공간이나 팝업 자체가 궁금하다면 한번 가볼만하다. 조명 맛집이라 사진이 잘 나오니 예쁜 옷 입고 가시라는 게 팁이라면 팁.


매거진의 이전글 큐레이션의 공간, 종이잡지클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