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책 #5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책상 너머에서 시내님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노오란 옥수수가 오종종 담겨있는 그릇이 눈 앞에 나타났다. 햇빛을 받아 더욱 노랗고, 더욱 매끈해 보이던 초당옥수수. 혼자 먹어도 부족할 양일 텐데, 찬 물에 씻어 건네는 마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사람을 살리는 데에 무엇이 필요할까? 사람들에게 물으면 의외로 작고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돌아온다. 햇빛, 바람, 나무, 꽃, 눈빛, 온기, 손길, 다정함, 작은 관심 같은 것들.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에, 그리고 다른 이에게 빚지지 않고 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많은 것을 나눈다. 좋은 것도, 슬프고 아픈 것도 나누는 건 어쩌면 나눔의 순간에서 오고 가는 그 작고 사소한 것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옥수수가 지나간 자리에는 햇빛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