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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Oct 08. 2020

몽당연필

100일 쓰기 #4

우주 OOZOO


요 근래 아이디어를 떠올릴 일도, 매뉴얼을 만들 일도 많았다. 이메일이야 매일 쓰는 것이고, 회사에서는 출판 프로젝트를 위해 원고도 조금씩 작성했다. 그러면서 나는 '쓰면서 정리가 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손으로.


마침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연필을 몽당연필로 만들어보자는 귀여운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매일매일 연필로 무언가를 쓰고, 그리고, 밑줄 치고, 깎는 일상을 공유한다. 하루 동안 연필로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어야 해서 매일 펜보다는 연필을 쥐었고, 많이도 썼다. 사부작 사부작 쓰고 있어서 연필에게는 '사부작'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손으로 쓰면서 느낀 점은 아이디어가 머리에서 연필로 바로 흘러온다는 것. 그런데 생각이 흐르는 속도가 쓰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생각이 날아가버릴까 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도 종이 위에 글자를 올려놓고 나면 둥둥 떠다니던 생각을 붙잡을 수 있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그런 선명함을 기대하고 자꾸 쓴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부지런하다. 밀린 일기, 기획안, 강의 필기, 명상 매듭까지,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에 나오는 엄마처럼 모든 것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내 인생에서 몽당연필로 만들어본 연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사부작대는데도 연필은 도통 변화가 없다. 연필심이 화수분인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내 연필도 몽당연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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