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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Oct 07. 2020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100일 쓰기 #3

지난 주말, 미술관 나들이를 나섰다가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새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다.

우연히 찾고 있던 모양에 가장 가까운 안경을 발견했고, 마침 가격이 괜찮았고,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였다. 내 얼굴에 꼭 맞는 예쁜 안경이 생겼다.


오늘은 파트너 휴무로 2인분을 해치웠기 때문에 마음 볼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거북목만 체크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전화가 정말 많이 왔고 또 정말 많이 걸었다.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이면서 기획자인 지인의 고민을 보고 들었다.


그가 하고 싶은 것, 꿈꾸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고 새롭지만 그대로 꺼내어 놓기는 쉽지 않다. 발이 땅 위를 디디지 못하고 땅 속에 묻힌 채로 걸어가야 할 상황이 종종, 아주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택하는 것이다. 꿈꾸던 모양은 아니어도,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모양으로 바꾸어내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 현실의 제약 아래 선택된 것이라고 해서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아이디어인 채로 증발해버리는 것이 가장 최악의 결과는 아닐까?

가능하면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것이 아티스트의 몫이라면, 가능하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다. 두 가지가 교차할 때 비로소 '완성'이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무언가가 가장 최선의 상태로 머무르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늘 아티스트일 수도, 늘 엔지니어일 수도 없을 테다.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 수밖에.


우주 OOZOO


+

안경을 맞추고선 이렇게 예쁜 케이스를 얻었다. 봉투에는 보드라운 안경 닦개가 들어있었다. 실용적인 데다 아름답기까지.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사이 그 어딘가의 마음은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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