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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Oct 27. 2020

숨겨진 문을 여는 기분

100일 쓰기 #7

우주 OOZOO


요즘 기획해야 할 기회가 생기면 즉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분위기가 그려지고, 가구와 조명이 제 자리에 있다. 때로는 음악이, 때로는 문장이 지나간다. 생각이 튀어나오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붙잡지 않으면 금방 날아갈 것 같아 말로 끄집어내며 손으로는 적기 바쁘다. (그렇게 프로일벌러가 되어간다... 내 얘기를 들은 누군가는 대충도 열심히 할 유노윤호 재질이라고 했다. 뼈 맞음.)


기회가 자주 찾아오니 머리를 자꾸 써서 말랑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쌓아온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서로 다른 조각을 이어 붙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경험을 목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로 확실하게 꼽아두니 기획에 유연함이 붙는 것 같다.

회사 바깥에서 이런저런 기획을 굴리는 것도 정말 큰 도움/배움이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점점 더 넓어진다. 다른 사람의 기획도 눈여겨보고, 직접 가보고, 관찰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자원이 된다. 특히 예전보다 기록을 더 자주 하고, 더 자세하게 써둬서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문장을 찾은 이후로, 부사 '잘'을 떼어내는 연습을 시작한 이후로 찾아온 변화는 일단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고 겁부터 내지 않는 것.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상태를 기대하지 않는 것. '일단 하고 빠르게 고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어쩌다 보니 함께 만드는 사람이 있고, 칭찬과 감사가 있고, 다른 시점의 의견과 피드백이 있는 환경 속에 산다. 가차없는 피드백은 쓰리지만 곱씹어보면 약이 된다. 혼자서 다 해내야 할 때와는 다른 움직임이다. 책임도 커졌지만 권한도 운신의 폭도 함께 커졌음이 실감 난다. 

아무튼 좋다.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가져가고, 그것이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숨겨진 문을 여는 기분으로, 호기심으로 재미로 계속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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