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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Nov 03. 2020

가을, 꽃

100일 쓰기 #8

우주 OOZOO


며칠 전 한 끼 밥값과 꽃 세 송이를 바꿔왔다. 한참을 서성이다 골라낸 송이들이었다. 그동안 장미는 손이 잘 가지 않는 꽃이었는데도 선뜻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보니 온통 가을이었고 내 꽃도 고운 색을 담고 있었다.


꽃을 사고선 아무나 볼 수 있는 곳에 남이 사주는 꽃이 조금 더 좋아요, 라고 썼다. 꽃은 당연히 좋고 그것보다 조금 더 좋은, 꽃 사주는 그 '마음'을 받고 싶어서.

바로 다음 날 회의를 하러 갔다가, 꽃을 사다 주려고 꽃집에 들렀는데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그냥 왔다는 말이 돌아왔다. 아무나 아무렇게나 읽고 까먹을 말을 기억해준 마음이 고마웠다.


예쁜 말이 며칠을 맴돈다. 닷새가 넘도록 꽃을 받은 것보다도 훨씬 뿌듯해진 마음에 기대어 산다. 나는 다정함이 사람을 살린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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