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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Nov 07. 2020

자리

100일 쓰기 #9

우주 OOZOO


공연장 가는 길, 봄을 밝혔던 벚나무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존재감을 뽐내는 은행나무도 모두 알록달록했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낙엽이 쌓여있었다. 일부러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며 걸었다. 가을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가는 건가, 싶어서.


가을이구만. 가을이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또박또박 걷다가 마주한 흔적. 누구랄 것도 없이 동시에 '앗! 은행잎이다!'라고 소리쳤다. '진짜' 은행잎은 없어도 이게 은행잎 자리였다는 건 사실이다. 이 친구는 언제부터 낙엽이었는지, 언제서부터 이렇게 새겨졌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싱숭생숭한 마음 가운데 잎사귀 자리가 탁 들어왔다. 어렴풋해지더라도, 다 잊었다 해도 흔적은 남으니까, 이왕이면 즐겁고 행복한 흔적으로 남았으면. 너에게도,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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