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 감정이 행동이 될 때

어설픈 말과 부족한 표현의 이유

by MLP Studio


살아가면서 이런 적 한 번씩 있지 않으신가요? 분명 이 타이밍에서는 "고맙다" 혹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말도 행동도 그렇게 나오지 않는 순간 말입니다.

저는 저희 아버지를 보면서 이런 걸 많이 느꼈는데요, 그 아들이 저니까 저도 아마 그런 경우가 많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내와 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그랬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과 행동이 튀어나왔던 순간들입니다. 그럴 때마다 "대체 왜 이런 걸까?"란 의문이 항상 뒤늦게 찾아오곤 했습니다.

조금 다른 장면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한참 어린 동료를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일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성격도 좋은 모습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 친구가 이곳이 낯설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시간이 지나며 저는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어디까지 다가가야 부담이 되지 않을지, 어떤 말이 적절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거든요. 곰곰이 돌아보니, 어린 동료와 함께 일하는 상황 자체가 제게는 너무 낯설었던 것입니다.

낯선 감정은 아직 자라지 않은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어쩜 이 감정이 쾌/불쾌의 감정인지 조차 구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화되지 않은 이 낯선 감정은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어설픈 말, 엉뚱한 행동, 나중에 이불킥 하게 되는 선택들을 하게 됩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의 모습이 그대로 행동으로 튀어나온 순간입니다. 3화의 어릴 적 그때의 그 모습처럼요.


저는 이 덩어리 감정의 시작을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치기 위한 그 시기에서 살펴봅니다. 쾌/불쾌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바로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참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감정이 아직 줄기도 가지도 갖지 못했던 그때를요.


우리의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이런 낯선 감정 앞에서는 여전히 분화되지 않은 감정의 씨앗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표현은 어색해지고, 언어는 서툴러지고, 행동은 마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지금의 내 감정이 아직 덩어리 상태로 남아 있을 때 우리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어설퍼지는지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반복되는 서툰 표현과 부족한 행동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아직 나뉘지 않은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그 감정을 찾아보고, 천천히 바라보고, 조금씩 가꾸어 주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씨앗이 줄기가 되고, 줄기가 가지로 나뉘는 경험이 쌓일 때, 우리는 조금 더 풍부한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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