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감정이 가지를 만들기 시작할 때

반복되는 감정은 마음이 만든 방향이다.

by MLP Studio

요즘 들어, 비슷한 감정이 자주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 “기분이 좀 그랬나 보다.” 하고 넘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같은 상황에서 같은 감정이 또 고개를 든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그제야 우리는 알아차린다. 아, 이 감정은 우연이 아니구나. 감정은 한 번 느꼈다고 곧바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한 번의 감정은 사건으로 남고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감정이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음은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감정은 점점 더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어느 순간 상황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감정을 예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감정은 행동과 연결된다. 그 감정이 올라오면 늘 비슷한 말이 나오고, 비슷한 표정이 만들어지고,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튀어나오고, 행동을 하고 나서야 “왜 또 이랬지?” 하고 돌아본다.

하지만 그 행동은 갑작스러운 실수가 아니라, 이미 여러 번 반복된 감정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감정이 반복된다는 것은 마음속 어딘가에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흐릿했던 감정의 흔적이 반복을 거치며 점점 선명해지고,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갖는다.

이 방향이 바로 감정의 ‘가지’다. 가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느꼈고, 지나쳤고, 다시 느꼈던 감정들이 조용히 같은 방향으로 쌓이면서 생겨난 결과다. 우리는 종종 이것을 성격이라 부른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지만 그 말속에는 타고난 기질보다, 오랜 시간 같은 방향으로 자라온 감정의 흔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감정의 가지는 그렇게 우리의 말투와 태도, 관계 맺는 방식 속에서 스며든다. 다행히 이 가지는 운명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자라왔을 뿐, 앞으로도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만 자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말을 갖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그 가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 나는 이런 상황에서 늘 이 감정이 먼저 오는구나.” 이 알아차림이 생기는 순간, 보이지 않던 흐름은 의식 위로 올라오게 된다.

아직 이 가지는 연약하다. 어디로 더 뻗어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친다면 이 가지는 더 굵어지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반대로 지금 이 감정을 바라보고, 이름을 붙이고, 말로 다뤄보기 시작한다면 이 가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도 자랄 수 있다.




감정의 가지를 느끼는 구조.

감정의 줄기 -> 반복되는 감정 반응 -> 익숙해진 감정 -> 말과 행동으로 자동 연결 -> “아, 이게 내 감정의 가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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