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 말을 했을까?

부모에게서 배운 감정의 방식

by MLP Studio

어느 날 문득,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낯설지 않아서’ 놀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아이를 향해 던진 말. “그건 왜 그렇게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주 오래전 장면이 무의식에서 불현듯 떠오른다. 비슷한 표정, 비슷한 말투.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서 있던 어린 나.

나는 그 말을 참 싫어했었다. 그 말이 나오면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먼저 위축되었고, 무언가 잘못했다는 기분부터 느껴져 불쾌함이 나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이, 지금은 내 입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는 부모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부모의 모습을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닮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일까? 우리는 부모의 말투를 흉내 내려고 노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부모처럼 행동하겠다고 결심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이 먼저 올라오고 행동도 비슷해진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부모의 ‘행동’을 배운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던 감정의 줄기를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우리는 반복적으로 같은 감정을 경험한다. 혼날 때 느끼던 두려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의 위축감, 칭찬받고 싶었던 마음,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 그 감정들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슷한 장면에서 반복되고,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감정은 한 방향으로 굳어진다. 그렇게 감정은 줄기가 되어 갔다. 그리고 그 줄기는 자라서, 어른이 된 우리의 말과 태도 속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부모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자라온 줄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이였고, 반복된 감정 속에서 자라왔다. 그래서 우리는 세대를 건너 말투를 닮고, 반응을 닮고, 때로는 상처 주는 방식까지 닮아간다. 이건 흉내가 아니다. 전달이다. 감정의 방향이, 시간을 건너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나는 이 줄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잠시 멈춰 바라볼 것인가. 내가 싫어했던 그 말, 내가 아팠던 그 순간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그렇게 했어?” 대신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묻는 것. 그 작은 차이가, 감정의 방향을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운명이 아니다. 그저 자라온 방향일 뿐이다. 우리가 그 줄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순간, 그 줄기는 더 이상 무의식의 반복이 아니다. 알아차림은 멈춤을 만들고, 멈춤은 선택을 만든다. 세대는 반복될 수 있지만, 감정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 오늘 내가 멈춰 선 그 자리에서, 우리 아이의 줄기는 어떤 방향으로 자라나게 될까?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어떤 반복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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