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에서 잎까지, 마음이 자라는 이야기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나는 감정을 씨앗에 비유했다. 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마음이라는 땅에 심어졌고, 그 씨앗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게 천천히 변화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었다. 그저 커다랗게 좋음과 싫음이라는 '쾌와 불쾌' 같은 커다란 덩어리 감정으로 존재하였다. 우리는 그 감정들을 울음으로 표현하고, 몸으로 반응하며 세상을 조금씩 경험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말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숨기기도 하였다. 말투 하나, 표정 하나, 행동 하나가 감정의 모양이 되어 밖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그 모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정이 반복되면서 줄기가 되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그 반응이 관계 속에서 반복되면서 우리의 감정은 한 방향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줄기 위에는 가지들이 뻗어나갔다. 사랑, 서운함, 두려움, 기대, 분노, 안도. 같은 것들이 서로 다른 경험 속에서 각기 다른 가지로 자라났고, 그 가지 끝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잎이 달리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정의 대부분의 것들은 씨앗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바로 잎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잎을 보고 사람을 이해하려 했다. 잎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감정의 결과였다. 그 아래에는 가지가 있었고, 또 그 아래에는 줄기가 있었고, 또또 그 아래에는 처음 심어진 씨앗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 아래에 있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연재하며 나는 한 가지 생각을 중요하게 여겼다. "감정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감정을 없애려고 애쓰기도 하고, 억누르려고 하기도 하고, 좋은 감정만 남기려 노력하기도 하지만, 감정은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감정은 나를 지키기 위해 자랐을 것이고, 어떤 감정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어떤 감정은 어린 시절의 경험 속에서 조용히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그 줄기에는 분명히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변화는 감정을 바라보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왜 나는 이 감정을 느끼지?” “이 반응은(행동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그 질문들이 감정의 줄기를 의식 위로 나를 끌어올리게 되고, 그렇게 의식 위로 나를 끌어올리게 되면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의 감정의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늘 하던 자동적 반응 대신 잠시 멈춰 보는 선택. 늘 하던 말 대신 다른 말을 건네 보는 선택말이다.
그 작은 차이가 감정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 갈 수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감정의 나무는 완성되는 날이 없다. 처음 씨앗이 심어진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성장'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감정의 나무에게 완성이란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감정의 나무는 그 안에서 때로는 부정적으로, 때로는 긍정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지의 방향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나무가 가진 본질이기에 이 나무가 완성되는 그날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자라는 중이다.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지난 어떤 날의 아픔을 반복하여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알아차린 감정은 예전과 완전히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감정을 우리가 바라본 순간, 이미 감정나무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금 더 천천히 말하는 것, 조금 더 오래 들어주는 것,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그 작은 변화들이 우리의 감정 줄기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자라게 할 것이다.
이 연재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었다. 씨앗에서 시작된 이야기처럼 우리의 감정도 그렇게 자라 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리고 그 나무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제 마음의 나무를 바라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고 있을 그 감정을, 조금 더 천천히 이해하며 오늘을 살아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