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손이라면 그걸로 됐다
나는 오동통한 손이 콤플렉스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늘 이런 상황을 상상하곤 했다.
(미래의) 남자친구가 나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숲아, 나랑 결혼해줘.
예상을 전혀 못 했던 나는 당황한다.
그러나 당황함보다는 행복함이 배로 크다.
내 손을 잡고 준비한 반지를 꺼내 든 그.
반지를 끼워준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본다.
으.. 엥?
반지가 손가락 첫 마디에서 들어가길 거절했다.
그는 당황한다.
긴 사투 끝에
우린 반지를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다음 날,
사이즈를 조절하러 보석집에 간다.
그의 반지 사이즈 보다
넓은 나의 반지사이즈.
그의 엄지 손가락에도 거뜬히 들어가는
나의 반지.
난 그 민망한 상황을 상상하며
늘 좌절했었다.
그러던 내가 나의 손을
예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사건이 있었다.
학교를 가는 버스 안
통학하는 시간을 잘 사용하겠노라
책을 보았다.
(곧 잠들었드랬죠)
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내 손을
만졌다.
난 눈을 떠야 하나?
남자? 젊은이? 훈남? 번호?
별 기대를 다 하고 있는데
아이고 손이 참 곱다.
우리 외할머니 연세쯤 보이는 할머니였다.
"우째 이렇게 손이 보드랗고 이쁘노?"
쭈글쭈글 말라버린 할머니의 손은
나의 오동통하고 둔탁한 손을 향해 있었다.
나는 감사하다며 웃었고
할머니는 내리실 때 까지 내 손을 꼭 잡고 계셨다.
그게 끝이었다.
그 후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게 아니다.
이상하게 그 이후로 내 손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다시 한 번 그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냥 할머니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다.
"손이 참 고우세요" 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