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고 앓다 보니 1년이 지나 있었다. 물리적인 거리 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믿음직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린 서울에서 아흑까숑까지 거리만큼 아득하게 떨어져 있다. 지금쯤 아마 봄이니까, 거긴 볕이 아주 잘 들 것이다. 형형색색 페인트로 칠해진 집들은 햇볕에 녹아내리지도 않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을 것만 같다. 내가 평생 알 일 없는 프랑스인이 철저하게 잔디를 관리할 것이다. 그는 그 집의 주인일 수도 관리자일 수도 있다. 잘 정돈된 정원이 있는 집. 어쩐지 영원 같아 보인다. 잔디 한가운데 스프링클러를 쫓아 뛰며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 애들은 잔디 위에서 배영을 한다. 이게 꿈속에서 본 장면인지 작년 이맘때 전주에서 일할 때 예지 언니와 갔던 식물원에서 직접 본 장면인지 헷갈린다. 얼굴에 물이 튀었던 것 같고 걔네는 프랑스어를 말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후자가 아닐까. 그곳에서 본 무궁화나무엔 무궁화가 단 한 송이도 없었다. 언니와 서늘한 정자 그늘에 비스듬히 앉았다. 남자아이 두 명이 뛰노는 것을 보며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열이 미열이 되면 꼭 바싹 마른 행주처럼.. 가볍고 막막하고 건조한 기분이 든다. 낮에 읽은 활자들이 흡수되지 못하고 방바닥에 굴러다닌다. 날씨가 좋길래 창문을 열어두고 똑같은 노래를 외울 때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