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하지 그랬어

듣지 않은 건 나

by 안효원

지난 주말 아이들 외갓집에 다녀왔다. 보통 외출하고 돌아오면 개들이 난리 부르스를 친다. 이날도 2호 동생 은동이는 두 발 댄스를 추는데, 1호 동생 재동이는 집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풀어 키우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 준 집이라 평소 들어가지 않았다. “오, 집에 들어갔네.”


다음 날 일하러 가는데, 재동이가 안 나왔다. 어허, 이 놈 봐라. 감히 아빠가 나가는데, 나와보지 않아? 괘씸한 마음에 눈을 흘기고 떠났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땀을 쭉 빼고 와 무심히 들어왔다. 밤에 개밥을 주는데, 뭔가 심상치 않았다. 몸을 만져보니 진드기 투성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밥을 주다 말고 몸을 더듬는데, 진드기가 열 마리도 넘게 나왔다. 어떤 놈들은 이미 피를 많이 빨아먹어 블루베리만큼 컸다. 흉한 놈들을 떼서 바닥에 떨구고 밟으니 피가 찍. 아, 재동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속상한 마음에 말했다. “진작 말을 하지, 멍충아.”


잠들기 전 생각했다. 재동이가 말하지 않은 게 아니구나.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촉촉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몸의 말을 듣지 않은 게 바로 나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일 동안 고생시킨 것이, 그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들을 마음이 없으면 들리지 않는구나.


이후 매일 몸수색을 한다. 홀쭉한 진드기를 하루 세 마리씩 잡는다. 개소리 아닌 사람 말을 하는데도 알아듣는 듯, 재동이는 평안한 표정으로 몸을 맡긴다. 한편 은동이는 재동이만 놀아주는 줄 알고 저쪽에서 난리다. 그래, 지금 너 말하고 있구나. 들으려 할 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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